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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장과 마르가리타라는 책을 내가 어쩌다가 접했는지는 확실치 않다. 다만 그 멋진 제목에 이끌렸는지 어쩌다보니 거장과 마르가리타를 구매한 내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내가 이 책에서 아는 것이라곤 막연히 악마가 등장한다는 것 뿐이었다. 그나마 작가인 불가코프라면 백위군으로 이미 만나뵌 적이 있었다. 불가코프는 글을 읽기 어렵지 않게 쓰며 재미있는 이야기꾼이었던 것으로 기억하였으나 다만 백위군은 그렇게 내 취향에 맞는 소설은 아니었다.

거장과 마르가리타를 처음 읽기 시작했을때, 도입부까진 그닥 마음에 들지 않고 가닥이 잡히지 않았다. 그러나 수상쩍은 외국인 볼란드가 등장하면서부터 이야기는 점차 열을 띄었다. 나는 볼란드의 외모가 묘사되고 말하는 고양이 베헤모트가 등장할 때부터 이 소설이 환상 소설이라고 확신했다. 그래서 이때부터 미야자키 하야오 같은 애니메이션의 거장들의 영화로 상상하며 읽기 시작하니 상상하기 쉽고 흥미진진했다.

악마 볼란드는 실증적인 것 외에 아무것도 인정하지 않는 소비에트 사회에 뚝 떨어진 전지전능한 악마이다. 그는 자신의 능력을 사용해 죄없는 속물들을 실컷 괴롭혀준다. 이는 아마 평생동안 반체제적이란 이유로 작품을 인정받지 못하고 검열되고 무시받아온 불가코프의 감정이 실렸다는 느낌이 없지 않다. 다만 불가코프는 팍팍하고 궁핍한 소련 사회를 희극적으로 비웃고, 볼란드라는 인물을 이용해 속물들을 속이 후련하도록 실컷 괴롭히고 나서야 작가 자신을 모티브로 삼은 듯한 인물인 거장을 등장시킨다.

거장은 예수와 본디오 빌라도에 대한 글을 쓰다가 문학 협회의 비판과 고난을 이기지 못하고 원고를 파기해버린다. 이는 공산당의 비난과 검열을 이기지 못한 자신의 모습을 그린 것 같다. 다만 거장의 이야기 속에서 반복되듯이 비난과 검열 앞에서 고개를 숙인 본디오 빌라도가 천 년 간의 불면에 시달린 것과 달리 작가 자신은 타협하지 않기를 다짐한다. 그는 환상, 즉 문학의 힘을 빌려 자신에게 말한다. '원고는 불타지 않는다.' 불가코프의 배경을 알고 들으면 작가의 결의가 느껴지는 멋진 한마디이다.
그러나 거장과 마르가리타가 결코 소련 사회의 비판극이며 작가의 결의문이기만 한 것은 아니다. 악마 볼란드와 그의 하수인들이 벌이는 환상적인 소동들과 마녀가 되어 문학 협회 사람들을 실컷 혼내주는 마르가리타 등 재미있는 환상 소설이기도 하다. 동시에 악마인 볼란드가 기묘하게도 선량한 소련 시민들을 괴롭히나 어딘가 통쾌한 구석이 있는 둥, 볼란드가 결말에 이르자 예수에게 거장과 마르가리타를 인도하는 모습을 보면 그가 단순한 절대 악이라기보단 선을 행하는 힘처럼 보이기 까지 한다. 여러모로 생각할 거리가 많은 소설이다.

불가코프가 거장과 마르가리타를 쓸 때 문자 그대로 죽어가고 있었고, 평생동안 인정받지 못한 작가로 살면서 굴하지 않고 이러한 작품을 탄생시켰다는 사실이 위대할 뿐이다.

가장 좋아하는 장면은 볼란드의 공연 장면. 사회자가 자꾸 흑마술에 끼어들자, 저놈을 어떻게 할까? 머리를 뽑아버리자! 하고 진짜 사회자 머리를 떼버리는데 이 때 정말 전지전능한 악마 같았음ㅋㅋㅋ. 요술로 다시 머리를 붙여 주지만 사회자가 미쳐서 내 머리를 돌려줘 만 반복하는 것도 인상깊었다.

생각해보면 모든 장면, 에피소드 하나하나가 되게 마술적이고 재밌다. 설마 진짜로? 하고 볼란드의 전지전능함을 믿지 않다가 예언대로 보름달 아래에서 기차에 치어 죽은 문학협회장, 악마의 존재를 사람에게 알리려다가 정신병원에 수감되는 이반, 아침 닭이 울자 도망치는 악마들, 요술에 걸린 시민들의 모습, 황량한 예루살렘, 베헤모트와 형사들 사이의 총격전, 천상으로 올라가며 진짜 모습을 드러내는 하수인과 거장, 영원한 안식을 얻는 거장과 마르가리타... 멋진 장면이 하도 많아서 다 열거할 수 없다. 거장과 마르가리타 읽으십쇼. 강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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