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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짤은 김창준의 '함께 자라기')

수학과 같이 잘 알려진 분야를 탐구한다면 이것저것 건드려보며 시행착오를 겪기 보단 선학자들이 놓아둔 지식의 사다리를 따라 학습하는 게 제일 좋음. 다만 알려진 분야라 할지라도 초심자는 전체상을 이해하지 못해 학습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음. 이 경우 '질보다 양'이 의미하는 건 '각 부분을 본격적으로 학습하기 전에 전체상부터 이해하라'는 것임. 예를 들어 수학을 공부할 때에는 각 부분의 예제만 풀면서 빠르게 진도를 나간 뒤에 다시 처음부터 유제나 기출문제를 풀어보는 게 순서대로 하나씩 진도를 나가는 것보다 더 나을 수 있음.


하지만 모든 분야가 수학처럼 올바른 지식의 기준이 명확하고 배움의 순서가 정형화되어 있는 것은 아님. 어떤 분야든지 주제에 따라서 의견대립이 존재하기도 하고, 하물며 인문학의 경우에는 저자에 따라 사안에 대한 접근방식이 판이하게 달라 동일선상에 놓고 비교하기 어려움. 이런 경우 '질보다 양'이 의미하는 건 '하나의 관점이나 입장에 매몰되지 말라'는 것임. 예를 들어 개론서나 대중서 한 두권 읽고 특정 분야나 장르에 대한 선입견을 갖고 있는 경우, 마음에 드는 책만 계속 읽기보단 일부러 별로일 것 같은 책을 찾아 읽음으로서 '읽고 까는' 태도를 가지는 게 좋을 것임.


마지막으로 위의 사례들은 분야에 따라 진리에 대한 보편적인 접근방식이 존재한다는 걸 가정한 조언임. 하지만 모든 사람들이 어떤 분야를 진지하게 공부할 생각으로 책을 읽는 것도 아니고, 그 분야를 공부한다고 해서 자신이 가진 문제를 해결해주리라는 보장도 없음. 이 경우 질보다 양이 의미하는 건 '시행착오를 겪는 걸 두려워하지 말라'는 의미임. 사람은 조금씩 지식을 축적하면서 점진적으로 성장하기도 하지만, 아무리 책을 많이 읽더라도 성장은 지지부진할 수도 있고, 때론 뼈아픈 실패를 겪고 자신이 쌓아온 생각을 수정해야 할 때도 있음. 초심자든 아니든 이러한 실패는 당연하기 때문에, 처음부터 완벽한 계획을 세우기보단 새로운 걸 다양하게 접해보면서 계획을 수정하고 구체화해나가는 게 좋음.


책 이야기: 필 로젠츠바이크의 '올바른 결정은 어떻게 하는가'는 저자의 전작 '헤일로 이펙트'에서 이어지는 책으로, 의사결정에서 불확실성을 배제할 수 없다면 어떤 식으로 의사결정해야 하는지 알려준다. 물론 그가 인용하는 심리학적 근거들 자체는 결코 수준 높다고 말하기 어렵지만, 어차피 그가 제시하는 해법은 지극히 상식적이니 걍 참고 읽도록 하자.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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