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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자 황제의 일기이자 오랜 세월 존엄을 지켜온 자계서.
온통 '이성, 지성, 공동체, 우주, 신, 섭리, 진리' 등의 단어로 가득하다.
과연 스토아 철학자답다.
로마 5현제 중 한 명인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그는 소년 시절부터 그리스 철학에 심취했다.
다른 현제 중 하나인 하드리아누스는 그에게 '베리시무스'(진리를 사랑하는 아이든가? 암튼 그런 뜻)라는 닉네임을 지어 줄 정도였다.
그런 철학 덕후가 제국의 최전방에서 평생토록 게르만 오랑캐들과 싸워야했다.
가뜩이나 허약체질이던 그는 단호하게 전선에 머무르며 국가의 공인으로서 최선을 다했다.
눈보라 치는 게르마니아의 숲 속 막사에서 고독하게 일기를 써내려가며 스스로를 달래는 늙은 황제의 모습.
나는 그런 이미지를 상상하며 코끝이 찡해졌다.
명상록은 바로 그 황제가 자신의 내면을 기록한 책이다.
그는 마치 동양의 선비처럼, 군자처럼 꼿꼿했다.
스토아 철학자였기에 격무를 버틸 수 있었던 것일까 아님 격무를 버티기 위해 스토아 철학자여야 했던 것일까.
누군가를 존경해 본 지 오래됐는데 이 정도는 해야 '현제' 소리를 듣겠구나 싶어 존경심이 우러나왔다.
그는 대체 무슨 재미로 살았을까. 그는 내면의 평온과 이성을 추구했다. 그렇게 살다가 삐끗해서 고장나는 군주도 많다.
그러나 그는 기어이 지행합일하며 삶을 마쳤다.
거대한 로마 제국은 그 후로도 한참 유지되었다.
근데 철학자 황제도 아침 잠자리에서 몸을 일으키는 건 힘들었나보다.
괴로움에 몸부림치면서도 스스로를 다잡으려는 대목도 서술돼 있다.
'그도 사람이야 사람!'
인간미가 느껴졌다.
나는 도저히 이 사람처럼 살 수는 없겠다고, 이렇게 과중한 운명은 외면하고 싶다고 속으로 외쳤다.
명상록을 읽고도 내면의 성숙 없이 아우렐리우스에게 감탄하며 독서를 마쳤다.
ps. 군데군데 책 읽지마라는 말이 나오는데 무슨 맥락인지 잘 모르겠다.
지식에 치이지 말라는 뜻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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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의 아이러니 ㅋㅋ
자기 자신의 내면은 정말 잘 다스렸는데 자식농사를 망한 황제지
역사는 참 이럴 때 재밌어
황제라는 짐을 기꺼이 짊어진 자ㄷ
진심으로 멋있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