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일러 경고 기능이 추가됐습니다.
(펼침 메뉴 > 설정에서 변경 가능)
시대 3부작을 쓴 홉스봄이 20세기를 다룬 저작. 홉스봄이 사실 20세기 전문 연구자가 아니라서 조금 신뢰도가 떨어질 수도 있지만 사실 홉스봄 쯤 되면 이정도는 써도 된다고 봄ㅇㅇ 암튼 장기 19세기를 만든 홉스봄답게 이번에도 그냥 1차 대전~ 소련 붕괴라고 하면 될걸 굳이 단기 20세기라는 이름을 붙여서 역사를 서술함. 그리고 단기 20세기를 다시 파국의 시대, 황금 시대, 산사태로 구분해서 서술함.
워낙 유명한 책이다 보니 이미 책의 대략적인 주장은 다 알고 있던 상태에서 읽었지만, 알고 봐도 암울 그자체라고 할 수 있음. 20세기는 사실상 종교전쟁의 세기라고 할 수 있음. 기존의 종교전쟁과 유일한 차이라면, 그때는 칼과 활을 들고 싸웠지만 요번에는 핵과 폭격기를 가지고 싸웠다는 점? 19세기의 새로운 종교인 세속 이데올로기인 민족주의, 자유주의, 사회주의, 자본주의는 각자 파멸의 길로 돌입해감. 대공황은 자본주의를 파산시킬 뻔했고, 민족주의는 결국 세계대전을 일으킴, 사회주의는 자본주의를 통채로 불태울 것 같은 모습과는 다르게 너무나도 허망하게 사라짐. 그나마 유일하게 살아남은 자본주의 마저 충분히 너덜너덜해졌음. 요즘은 초딩들도 자본주의를 비판하더라. 정작 자본주의가 뭔지도 모르면서
물론 이건 기득권층이었던 서구 열강의 시선이고, 제3세계 입장에선 당연히 ㅈ까라고 하고 싶을듯. 제3세계 입장에선 20세기는 해방의 세기였음. 제국주의가 종식되고, 민족주의가 싹트게 된 세기였으니까. 하지만 아쉽게도, 종교전쟁의 마수는 제3세계라고 예외는 아니었음. 멀리서 찾을 필요 없이 당장 우리부터가 종교전쟁의 희생자자너? 뭐 그래도 제국주의는 종식되었고, 제3세계는 스스로의 힘으로 근대국가를 수립에 성공했음. 물론 다시 원래 체제로 돌아간 나라도 몇개 있긴 하지만.
또한 20세기는 다른 의미로도 해방의 세기였음. 바로 권력으로부터의 해방임. 이제 그 어떤 정부도 스스로의 권위를 합리화할 때 신이나 무력을 동원해서 지배할 수 없음. 권력은, 실질적으론 아니더라도, 인민에게서 유래하게 됨. 이는 그 잔인한 이슬람 신정주의 마저도 예외가 아님. 단순히 정부 권력 뿐만 아니라, 인터넷과 대중 매체는 문화 권력 마저 대중의 것으로 만들었음. 기존 19세기의 창조물인 자본주의와 민주주의가 각각 경제와 정치 부분에서 대중의 탄생을 의미했다면, 20세기는 마침내 그 결실이 현실이 된 세기임.
그러나 이와 같은 장점에도 불구하고, 20세기는 여전히 암울한 세기임. 19세기의 세속 이데올로기는 기존 종교가 만들어놓은 모든 질서를 해체하고 자기 스스로를 해체해버림. 우리는 자본주의가 얼마나 모순적인지, 민주주의가 얼마나 위험한지 이미 역사를 통해 충분히 봤음. 하지만, 대안은 없음. 대안으로 보이던 다른 체제들은 몰락해버렸고, 이제와서 다른 체제를 선택하고 싶어도 우린 더 이상 그럴 수 없음. 우린 이미 자본주의와 민주주의의 종말을 상상하는 게 불가능해져 버렸음. 20세기는, 수많은 그 위대한 결실에도 불과하고, 좋게 끝나지 않았음
그럼 21세기는 어떨까. 슬프게도 그리 썩 유쾌해 보이진 않음. 한때 자신있게 역사의 종언을 선포했던 프랜시스 후쿠야마는 이제 조롱의 목적이 아니면 인용되지도 않고, 9.11 테러, 2008년 세계경제위기, 트럼프 당선은 공고해 보이던 미국의 패권조차 영원하지 않을 거라는 걸 다시 보여줌. 코로나는 더 말할 것도 없고. 붕괴된 소련의 자리를 대체한 러시아는 아예 19세기 미국 뺨칠 강도 귀족들이 재계를 장악 중이고, 한때 전세계를 식민지화한 유럽은 러시아한테 쩔쩔매는 상태가 되버림. 중국은 뭐 무슨 문제가 있는지 지적하는 것마저 힘들 지경이고. 난민, 환경문제는 더 심각해질 거임. 그리고 여전히 대안은 없는 상태임
혹시 20세기의 전반적인 흐름이 궁금한 사람에게 강추하지만, 읽기에 쉽다곤 빈말로도 못하겠음. 다만 홉스봄의 문장은 섬찟할 정도로 핵심을 찌르기에, 첨에 잘 이해가 안되더라도 계속 읽으면 이해가 가능하니 읽는 거 추천함. 다만 워낙 빨갱이라 정치 성향 안맞으면 조금 힘들 수 있다는 건 알아두셈. 걍 짧게 쓸려했는데 쓰다보니 엄청 길어졌네
빨갱이? 조선식으로 열화된 빨갱이는 아니니까 괜찮을 것 같은데
뭐 본인이 일단 투철한 마르크스주의자고, 기본적으로 자본주의에 적대적으로 서술하니까 불편한 사람이 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해서 적어놓음. 사실 이건 시대 3부작은 좀 심하긴 한데 극단의 시대는 뭐 그냥저냥 볼 수 있을 정도긴 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