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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444번째 게시글을 시작하겠다.

'독후감’이란, 알다시피, ‘독서’를 전문업으로 삼지 않은, 일반적 독자들의, 어떤 책을 읽고 난 뒤의 감상을 이르는 것이기도 하여서, 열의 독자가 있다면, 열의 독후감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은 쉽게 수긍할 만하다 한 것인데, 독후감이란 그러니, 독자의 사견, 편견, 심지어는 맹안에 의존해 있음에도, 쉽게 부정할 수도 있는 얘기는 아니다 할 것이다. (120p) 이 얘기는 그런 의미에서, ‘산해기’의 독후감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산해기는 수필이라는 장르에 속해 있지만, 수필의 안뜰에 있는 것도 아니고 바깥뜰에 있는 것도 아니어서, 그렇다고 소설의 정도에 들어선 것도 아니어서, 굳이 말하자면 박상륭 전매특허 “잡설”이라 칭할만 하다.

내용 자체는 단순하다. ‘이미지’라는 공주를 납치해간 ‘물질주의’라는 독룡 에켄드리야와 그 주변 사람(혹은 신)의 이야기다. 쉽게 말해, 인간의 상상력을 앗아간 대중문화를 비판하는 내용이다. 아으, 누가 저 독룡을 퇴치하여 공주를 구할 것이냐!

니체를 흠모하는 작가 아니랄까봐, ‘산해기’에도 차라투스트라가 등장한다. 그는 ‘신은 죽었다!’라고 외치는 게 아니라, ‘신이 탄생했다!’라 외친다.

에케!(보라!) 에켄드리야 만세? 수數가 주主가 된다. 새 신이 탄생했도다! 이 새 신은, 얼마나 막강한지, 명하면, 지는 해도 머무르며, 그믐밤에도, 중천에다, 온 달을 무릎꿇림시킨다. (153p)

그가 말하는 신은 바로 ‘물질주의’ 에켄드리야다. 즉 우리는 어느새 물질주의를 신으로 섬기고 있다는 것을 풍자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자본주의’라는 종교를 믿고, ‘상업적 성공’이라는 예배를 드린다. 그것이 박상륭이 말하는 우리 시대의 신화이다.

이러한 박상륭의 생각은 어딘가 틀스럽기도 하지만, 각종 파스텔 에세이를 비롯한 인싸문화에 지쳐 있는 독붕이라면 제법 공감할만한 이야기가 아닌가 싶다.

*잡설 한마당

새로운 우주의 질서되시는 에켄드리야여! 당신의아들되는이께, 왕자를찬탈당했을뿐만아니라황후까지빼앗기고사살되었던왕이었나이다. 황공하여이다. 그런 종류의 메시아라면, 하늘의 별만큼이나 많게, 땅 위에 늘펀하게 깔려 있어온 것이나 아니었는가 합니다마는. 유정들 각자가, 자신들에 대하여 최후의 대심판관이 아니겠는가 하는데 말씀입지요. 자기축생도의 저런 먹고/먹히기(죽이기/죽기)가, 그것들 당자들에게 대해서는, 반드시 그렇게까지나 참혹한 비극만은 아닌, 어떤 식의 빚의 청산, 또는 대속, 또는 순교가 행해지고 있는 듯해, 참혹한 아름다움까지도 구비해 있어 보인다. 그럼에도, 축생도는 뒤돌아보지 말지어다. 그러함으로 뒤돌아보지 말지어다.

세월은흐른다과실이라고침뱉던옛날의일들은의미가낡는다세상은어쩐지소싯쩍보다더맛대가리가없어져버린다내일은알수없고언제나오늘은액귀에게덜미를잡혀있는것만같다

그런즉 차라리 우주를 새로 한 벌 짓는 것이 쉽겠습지.



솬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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