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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대와 문화의 차이로 인한 시각 차이는 문학에도 진한 영향을 끼쳤다. 21세기인 현대 사회에서 소비되는 책들은 그 책들이 다른 시기에 쓴 책들이라고 하더라도 21세기의 규범에 기댄 평가를 받기 마련이고, 이 경향은 어느 정도는 필수불가결하다. 톰 소여의 모험허클베리 핀의 모험』의 작가인 마크 트웨인은 당대의 기준으로는 열렬하고 극렬한 노예제 폐지론자였지만, 21세기인의 시선으로는 도리어 인종 차별적인 묘사가 있다는 것을 체감할 수 있기에 책이 집필될 무렵의 풍토와 정반대의 평가를 받기도 한다.


 물론 시대상의 변화를 십분 고려하더라도, 책의 군데군데에 등장하는 인종차별적 요소 - 특히 톰 소여의 모험에서 등장하는 인디언에 대한 묘사들은 명백하게 인종차별적이다. 이 책에서 가장 악랄한 악당으로 설정된 인디언 인전 조에 대한 묘사가 부정적으로 나타나는 것은 그의 인종 문제가 아닌 악당이라는 작중 위치로 인한 것이라고 생각할 수는 있지만, 섬으로 몰래 떠난 소년들끼리 서로 수천 명을 살육하고 머리 가죽을 벗기는 인디언들의 놀이를 하는 묘사는 시대와 문화의 차이라는 변명으로 면죄부를 주기에는 과도하게 극렬한 묘사다. 어쩌면 가장 미국적인 작가라는 평가를 받는 마크 트웨인의 사상이 당시 흑인들의 인종차별을 반대했지만 상대적으로 인디언들에 대한 관심과 대우는 바닥을 기었던 그 무렵의 진보적인 미국인들과 닮았다고도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인종차별적 묘사는 톰 소여의 모험에서만 크게 드러나고, 허클베리 핀의 모험에서는 거의 드러나지 않는다. 정확히 말하자면 현대 사회에 큰 문제없이 받아들일 수 있을 정도로 정치적으로 올바른것이 아닌 오롯이 시대에 따른 관점의 차이라고 납득할 수 있을 정도의 차별만 존재한다. 흑인 노예 짐의 신분을 백인인 허클베리와 동일시하지는 않지만, 적어도 저런 노예라 하더라도 가족을 걱정하고 주어진 행복에 감사할 줄 아는. 허클베리와 동일한 사람임을 작품의 중후반부에 지속적으로 상기시키고 주장한다. 이 주장은 백인과 흑인 모두 사람이라는 것을 내비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노예라는 신분을 가진 흑인 짐과 불우한 가정환경을 타고난 소년 허클베리의 시선에서, 즉 사회에서 가장 낮은 신분을 타고난 사람들의 시선에서 본 어른들, 그 중에서도 더 높은 신분을 지니거나 지녔다고 주장하는 이들의 허영심과 신앙심의 헛됨 등등을 지적하고 꼬집으면서 사람의 신분보다는 그 사람의 심성이 중요하다는 것을 모험하는 도중 일어나는 에피소드들을 매개로 지속적으로 주장한다.


 짐은 물론이고 엄격한 집안을 불편해하며 자신이 원래 살던 추레한 방식으로 사는 것을 좋아하는 부랑자의 아들 허클베리 핀 역시 작품 내에서 등장하는 대부분의 어른들보다 고운 심성을 지니고 있다. 물론 허클베리의 행적과 사상은 착한 사람이라고 볼 순 없지만, 다음과 같은 행동 때문에 심성은 그 누구보다 착한 사람이라는 것이 물씬 드러난다. 일례로 다른 어른들이 허클베리에게 주입시킨 '노예가 도망치는 것을 도와주는 것은 나쁘다'라는 말을 지속적으로 들은 나머지 자신이 짐과 함께 모험을 떠나고 있는 행동이 잘못되었다고는 생각하지만, 고민했을지언정 짐과의 우정을 지켜 '짐이 도망쳤음을 고발하는 착한 일'을 하지 않고 같이 도망치는 '나쁜 일'을 어느 누구의 명령도 없이 결정했다는 것에서 볼 때, 그리고 이 둘의 동반자들이었던 사기꾼들이 허클베리가 없을 때 짐을 멋대로 팔아 넘겼다는 것을 볼 때 작가가 생각하는 도덕이 무엇인지는 명확하게 드러난다고 볼 수 있다. 신의 이름 아래 허영심을 채우거나 혹은 품위를 필요 이상으로 중요시하는 문명 사회는 사기꾼들의 속임수에 넘어가는 사람들과, 사기꾼들 스스로에 의해 우스꽝스럽고 멍청해보이기까지 할 정도로 부정적인 묘사가 가득 차 있다.


 『톰 소여의 모험허클베리 핀의 모험의 관계는 특별하다. 단순히 허클베리 핀의 모험톰 소여의 모험의 후속작이라고만 칭하는 것은, 적절한 설명이 아닐뿐더러 허클베리 핀의 모험에 대한 모욕이다. 저 둘을 같은 선상에 두는 것은 모험이 끝난 후 성숙한 어른이 된 톰 소여와 추악한 어른이 되기를 거부하고 인디언 부락으로 여행을 떠나려는 허클베리 핀을 같은 선택을 한 사람들이라는 범주에 묶는 수준의 무관심한 관점이라고 생각한다. 후속작이라는 것 이외에 일절 구체적인 설명을 하지 않는 것은 필력의 차이를 떼 놓고 보더라도 시대의 한계를 넘지 못해 남녀차별적이고 인종차별적인 면모가 드러나는 톰 소여의 모험과 인종차별을 포함한 어른들의 부조리와 위선을 날카롭게 지적한 허클베리 핀의 모험』을 마치 동일선상에 세워둔 듯한 무책임한 설명이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