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몽청을 만들어보기로 한다. 자몽 손질은 처음 해봤는데 그래서 잘 되지 않았다. 자몽의 과육만 발라내려고 했는데 자몽 알갱이가 한 알, 한 알 떨어져나오더니 두 손이 알갱이로 범벅이 되었다. 즙이 줄줄 흘러 이미 자몽차 두 잔을 완성한 기분이었다. 차를 만들긴 만들었고 손에는 자몽 팩을 했다 생각했고, 그러니까 망쳤다는 생각 같은 건 하지 않았다.
자몽청을 다 만들어놓고서(다시는 하지 말아야지 다짐하고서) 흐미를 한 시간 정도 들었다. 바람이 부는 휘파람 소리, 광활한 대지의 노래. 후미인지 흐미인지(후미가 맞는 것 같다) 모르겠지만 나는 그냥 흐미라고 한다.  

2019 제10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에 실린 이주란 작가 글이다.
이정도 복붙은 저작권 문제 없겠지...?

내 생각에 이 작가가 독붕이들이 질색하는 겉절이 특징을 제일 노골적으로 보여주고 있어. 나도 가끔 저 자몽청 부분의 병신같음을 다시 느껴보려고 충동적으로 젊작상을 펴보곤 해.
근데 이렇게 대놓고 컬트적으로 자폐적이면 성공한 거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