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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호께이라는 홍콩 작가가 쓴 추리 위주의 옴니버스 소설집이었다. 이 작가 책은 이번이 처음인데 책을 가리는 편은 아니지만 나는 원래 추리 소설을 거의 코난 도일이나 크리스티 같이 고전 중 고전만 봐왔다. 본격, 신본격 추리 소설도 이름만 들어봤지 뭐가 다른지 잘 모른다. 하지만 서점에서 인기 도서란에 있던 이 책 제목에 이목이 끌려 읽게 되었다. 읽은 소감은 만족스럽다. 추리 소설 문외한이라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다양한 트릭들이 굉장히 참신한 반전으로 다가왔고 글도 일목요연하게 쓰였으며 서사는 충분히 흥미로웠다. 몇 작품들은 소설 내부에서 인물들이 추리를 하는 것에 대해 생각하는 메타픽션적인 성격의 것이었다는 점도 독특했다. 자세한 것은 스포일러라 못 적지만 단편들마다 한줄평을 간략히 해보자면

‘파랑을 엿보는 파랑’은 작가가 자신의 솜씨를 독자에게 확실히 각인시키는 책의 서두에 걸맞는 글이었다.
‘산타클로스 살인 사건’은 분위기가 아까와는 다르게 훈훈하면서 다른 기승전결이 깔끔고하고여운이 남는 글이었다.
‘정수리’는 내용 자체는 나도 몇번 상상한 적 있는 것인데 공포, 미스터리, 기괴한 분위기가 살아있어 또 나름대로의 맛이 있는 글이었다.
‘시간이 곧 금’은 훌륭한 sf적 설정을 두고 좋은 구도의 대조를 이끌어내며 sf소설이 으레 그렇듯 현실을 살아가는 독자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있는 글이었다.
‘추리소설가의 등단 살인’은 여기서 3손가락 안에 뽑을 만한 글로 충실한 추리 소설이면서 훌륭한 추리 소설 비틀기였다.
‘필요한 침묵’은 내용이 좀 황당했는데 생각했는데 작가 후기를 보고 이해를 했다.
‘올해 제야는 참 짧다’는 짧지만 사건과 반전과 광기가 다 들어 있는 밀도 높은 글이었다.
‘가라 행성 제9호 사건’은 여기서 3손가락 안에 든다고 생각하는데 sf적 세계관과 그 속의 정치와 추리가 합쳐져 스타트렉의 한 에피소드 같은 취향저격의 글이었다.
‘내 사랑, 엘리’는 심리전과 서로 떠보며 두뇌싸움을 하는 것이 서스펜스를 불러 일으키고 작가 스스로의 기교도 발휘된 글이었다.
‘커피와 담배’는 기묘한 상황과 마지막 반전이 이 단편의 제목을 의미있게 하는 글이었다.
‘자매’는 막판이라서 그런지 트릭이 좀 보였지만 읽을 만한 글이었다. 작가도 앞선 단편과 비슷한 구성을 취했다고 후기에 적었고.
‘악마당 괴인 살해 사건’은 전대물을 잘 몰라서 별로 감명 깊지는 않았지만 블랙코미디로서 괜찮은 글이었다.
‘영혼을 보는 눈’은 소재에서 전개까지 진부하다는 느낌을 버릴 수가 없었다. 이 단편이 추리 장르는 아니라지만 영매가 나오는 건 개인적으로 불호였다.
‘숨어 있는X’는 마지막답게 분량도 많고 인물도 다양하고 트릭과 반전도 책을 몇번이고 되짚어 볼 정도로 작가가 열과 성을 다한 듯한 단편집의 끝에 걸맞는 아마도 여기 실린 것 중 최고의 글이었다. 

마지막으로 나는 작가가 제목을 되게 잘 뽑는 것 같다. 아무튼 술술 읽히니까 관심 있으면 읽어보는 것을 추천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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