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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찰스 다윈, 한국의 학자들을 만나다』 105쪽에서부터 190쪽까지


0. 도서요약


'다윈과 사회카페'로 이름 붙은 과학철학자 최종덕과 생물학자 전방욱의 대담 내용을 요약한다. 인용표기의 경우 필자가 읽은 전자책에서는 종이책처럼 인용한 쪽수를 정확히 적기 어려워 다음과 같이 해당 단락의 소제목과 대담자의 이름을 같이 표기했다.


(1) 진화론은 유전법칙과 유전자 구조의 발견으로 이어지면서 20세기에 새로운 '다윈혁명'을 낳기에 이르렀다. 더 나아가 진화생물학은 다양한 동물세계에 대한 관찰을 통해 전통적인 인간과 사회에 대한 이해에 근본적인 질문을 제기하고 있다. (102쪽,우리 시대의 진화론 어떻게 읽을 것인가,최종덕)



0.1. 진화론, 유전자결정론, 진화발생학(Evo Devo)


대담을 시작하는 최종덕의 말처럼, 진화론을 얘기하면서 과학(연구)와 사회의 관계를 담은 이른바 과학사회학적 논의를 배제할 수는 없다. 따라서 대담자들은 기린의 목의 진화를 사례로 리마르크의 용불용설과 같은 기존의 가설과 다윈의 자연선택이론의 차이를 설명하고, 공작의 꼬리깃이나 칠면조의 목과 같은 성선택의 사례로 현대의 진화론은 더욱 다양한 선택이론들을 포함한다는 사실을 정리한 뒤, 본격적으로 종의 기원 출간이 당시 사회에 미친 파급력과 이에 대한 다윈의 대응에 대해 이야기한다.


(2) 그런데 1859년에 《종의 기원》이 출간되었을 때 교회와의 갈등이 굉장히 많았죠. (중략) 《종의 기원》은 그런 관념을 무너뜨리고 모든 생명은 단일한 조상에서 분화되었으며, 그런 조상은 자연적인 것이라고 주장했으니 엄청난 충격이었을 겁니다. (107쪽, 진화론 유전자결정론 진화발생학Evo Devo, 최종덕)


전방욱이 지적하듯 다윈은 불가지론자에 가까운 사람이었으며, 오랫동안 종의 기원의 출간을 미루다가 책의 말미에 창조주를 긍정하는 내용을 집어넣어 출판한 일 또한 (많은 학자들이 추측하듯) 그가 기독교와의 대립을 예상했기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


이어서 대담자들은 종의 기원이 폭넓은 분야의 지식을 자연학적으로 종합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또한 최종덕은 이러한 연구를 가능케한 다윈의 방대한 관심사와 그의 아내 엠마부인의 헌신을 언급하면서, 다윈이 일생에 걸쳐 연구한 종의 기원의 주장을 섣불리 단순화시켜 접근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한다.


(3)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듯이 다윈은 대단한 독서량을 가지고 있었고, 그것들이 종합된 것이지, 《인구론》에서 나온 생존법칙이 《종의 기원》의 전부는 아니에요. 실제로 《종의 기원》의 사유구조 전체에 영향을 더 끼친 것은 찰스 라이엘의 《지질학 원리》입니다. 그 책이 다윈 인생 전체에 영향을 미친 거죠. (116쪽, 생명에 관한 탁월한 통찰력, 최종덕)


대담자들은 다윈에 대한 논의를 정리하면서, 진화와 진보는 같지 않다는 점을 지적하고 진화론을 '생존경쟁을 통해 인간과 사회는 진보한다'는 정치적 의미로 받아들이는 사회진화론적 관점을 비판한다. 대담자들에 따르면 이러한 관점은 자유주의적 자본주의자나 유물론적 공산주의자와 같은 정치적 이념을 가리지 않고 나타났다. 단속평형설을 주장한 고생물학자 스티븐 제이 굴드는 이러한 왜곡된 해석에 반기를 들고 적응이나 진화라는 말이 갖는 생물학적 환원주의의 가능성을 경계했다.


(4) 굴드는 그런 생물학적 환원주의를 강하게 비판했죠. 생물학으로 인간사회를 설명할 수 있다는 생각은 인간이 갖는 자만 중에서 가장 심각한 자만에 해당한다는 것이 굴드의 생각이었어요. 이러한 비판의 전제에는 그의 생물학적 주장들이 밑받침되어 있죠. (121쪽, 진화론의 과거 현재 미래, 전방욱)


과학과 종교의 관계에 대한 문답을 경유해 대담의 주제는 윤리학과 인간사회를 설명하는데 있어 진화론의 역할은 무엇인지에 대한 물음으로 넘어간다. 전방욱은 일견 개체의 적응에 불리한 것처럼 보이는 개체나 집단 수준의 이타성이 어떻게 진화했는지에 대한 생물학의 관점들을 소개하고, 최종덕은 동물이나 인간행동에서 나타나는 생물학적 이타주의에 대한 설명이 흔히 말하는 인간의 도덕적 이타주의와는 다른 범주에 속한다는 사실을 지적한다.


(5) 그런 입장에서 한평생 이타적으로 산 사람을 가상의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그 사람은 가톨릭 신부님입니다. 그분은 자신을 돌보지 않고 남을 위해 헌신하는 삶을 살았죠. 그런데 인간의 역사를 보면 그런 삶을 산 사람이 그 신부님뿐만 아니라 상당히 많았어요. 이런 사실에 주목하면 이타주의가 우리 내면에 본성적으로 존재한다고 말할 수 있죠. 그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그런 본성적 이타주의를 전적으로 부정합니다. (중략)이런 반박논리에서는 모든 이타적인 행위가 한순간에 이기주의로 변하게 되죠. (130쪽, 윤리학과 진화론의 만남, 최종덕)



0.2. 진화론은 사회를 어떻게 바꾸고 있는가


최종덕은 생물학적 결정론과 유전자 결정론과 같은 과학환원주의를 비판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전방욱은 이와 관련해 유전자 개념이 진화의 선택수준에 대한 논의에 적용된 과정에 대해 이야기한다.


(6) 조지 윌리엄스는 《적응과 자연선택(Adaptation and Natural Selection)》이라는 획기적인 저서를 통해 최초로 자연선택의 작은 차원이 유전자 수준에서 일어난다는 강력한 주장을 하게 됐습니다. (중략) 자연선택이 생물체의 어떤 수준에서 작용할 것이냐에 대해서는 뚜렷한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었는데, 조지 윌리엄스가 유전자 수준이라고 용감하게 들고 나온 거죠. 이것이 나중에 윌리엄 해밀턴이나 리처드 도킨스로 연결되면서 집단유전학, 그러니까 진화생물학과 결합된 형식으로 나타나게 된 겁니다. (135쪽, 진화론은 사회를 어떻게 바꾸고 있는가, 전방욱)


대담자들은 황우석의 사례를 통해 과학연구의 중립성이 과학자의 사회적 책임을 면제해주지 않으며, 생물학이 이데올로기의 도구로 활용될 수 있음을 지적한다. 또한 매스컴이나 대중들이 가진 과학과 유전자에 대한 단순화된 선입견과 달리 눈에 보이는 유전자의 형태만으로 인간과 생물의 복잡성을 충분히 설명하지 못한다고 이야기하며, 뇌의 가소성에 대한 상반된 사례를 통해 유전자 결정론이나 선천성과 후천성을 구분짓는 것과 같은 시도들이 실패해왔음을 지적한다.


(7) 유전자보다는 그것을 발현시키는 단백질의 변수들이 어마어마하지 않습니까? 자연계는 그렇게 유전자결정론으로 단박에 해명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합니다. 진실한 과학은 자연에 대한 겸손한 태도를 가지고 있어야죠. 황우석 사태는 이런 겸손함이 없는 유전자결정론이 얼마나 사회적으로 큰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는지 보여준 거죠. (139쪽, 유전자로 사회현상을 설명할 수 있는가, 최종덕)


대담자들은 진화론이 인간 본성에 대한 논쟁에서 점하는 위치에 대해 논의한다. 전방욱은 다윈이 종의 기원에서 자연선택이론이 광물학에 끼칠 영향을 예측한 부분을 언급하면서, 진화론이 진화심리학과 같은 다른 학문분야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음을 지적한다. 그러나 앞서 설명했듯 과학 또한 반박되고 변화할 수 있으며, 진화론과 같은 과학이론이라고 해서 다른 분야에 곧바로 적용되는 확고부동한 법칙을 제공하는 것은 아니다.


(8) 사실과 너무 다른 이해를 하고 있어요. 과학이라는 것은 새로운 사실이 밝혀지면 그 이전의 가설들을 전부 버려야 하는 변화의 법칙을 내포하는 거예요. 예를 들어 유전자 결정론이 오늘날에 와서 그 입지가 점점 좁아지고 있는 것은 그 이론을 반박하는 새로운 과학적 사실들이 밝혀지기 때문이죠. 불변의 법칙이라고 주장하는 순간 그것은 이미 과학이 아니에요. (149쪽, 과학과 사회는 어떻게 만나야 하는가, 전방욱)


대담자들은 인문학에 밀려 주목받지 못하는 과학적 교양의 중요성에 대해 언급하면서, 과학적 설명에 대한 이해가 깊어졌을 때 그에 대한 비판과 논의도 가능하다고 이야기한다. 최종덕은 인간이 만물의 영장이고 자연을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관점의 횡포에 관해 이야기하고, 전방욱은 생명과 우주의 기원을 공부하면서 인간의 왜소함을 느끼고 갈등했던 경험을 털어놓는다. 최종덕은 인간에 대해 이야기하는 현대의 생물학 책에 비해 종의 기원과 같이 자연 전체를 다루는 책은 잘 읽히지 않는다고 말하고, 전방욱은 종의 기원의 학문적 어려움과 번역의 문제를 이야기한다.


대담자들은 환경오염과 같이 생태계를 파괴하고 생물 다양성의 가치를 경시하는 태도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전방욱은 성경의 자연친화적 측면과 다윈이 언급한 '생명의 나무', 생태계의 불가역성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우주와 생명에 대한 경외감과 동료의식을 가져야 한다고 말한다. 또한 대담자들은 종의 분화과정에 대해 자세히 이야기 하면서, 개체군의 규모를 적절히 유지하지 못한다면 바뀐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고 멸종하는 사례가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경고한다.


(9) 개체군의 크기가 작으면 아무리 인위적인 과학기술을 동원해서 종을 보존한다고 해도 건강한 종을 유지하기 어려워요. 개체군의 안정성을 더 떨어트린다는 거죠. (중략) 우리가 자연 상태를 모방해서 환경을 만들어주고 인위적인 교배를 시킨다고 하지만, 사람의 지식이 아직도 자연상태를 충분히 모방할 수준이 아니고, 또 모방된 환경에서 생물들이 어떻게 활동할지에 대한 정보가 거의 없기 때문이죠. (163쪽, 새로운 인간학-진화론, 전방욱)



0.3. 현대 문명의 위기, 진화론은 대안일 수 있는가


대담자들은 문명의 문제를 풀 실마리를 진화론적 관점에서 찾을 수 있을지 이야기한다. 전방욱은 생물학에서의 상동과 상사의 개념을 설명하면서, 동물의 진화를 관찰해 얻어낸 자연선택이나 성선택과 같은 진화 메커니즘을 외삽하여 인간에게 적용할 때에는 (선천과 후천, 적응과 도태의 이분법으로 설명하기 힘든) 다양한 층위가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또한 공작새나 거피와 같이 성선택과 자연선택이 환경에 따라 상보적으로 나타나는 사례들을 통해 인간 또한 문화나 환경에 따라 각자의 행동이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는 점 또한 설명한다.


(10) 현재까지 사회성 곤충이라든가 영장류에서 이루어지는 연구결과의 일부를 인간이나 인간사회에 그대로 적용한다는 것은 여러 가지 점에서 반론의 여지가 있죠. 무리한 측면도 있고요. 앞에서도 말씀을 나누었습니다만 동물의 세계에는 엄격한 위계질서가 있는데, (중략) 사람의 경우에는 그것보다 훨씬 더 유연하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사람은 영장류와는 비교도 안 될 만큼 문화적인 소양을 발달시켜왔고, 문화적 요인이 유전자의 위력만큼, 어쩌면 그보다 더 크게 인간의 행동이나 심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생각되거든요. (167쪽, 변화하려는 그리고 유지하려는 자연의 섭리, 전방욱)


대담자들은 이야기의 초점을 바꾸어 다윈의 삶을 구체적으로 살펴본다. 자연신학이 주류였던 빅토리아 시대에 신의 설계 없이 복잡한 생물이 생겨날 수 있는 가능성을 찾아낸 다윈의 업적을 조명하고, 온순한 성격이었던 다윈이 '종의 기원'의 출간으로 인해 겪었던 갈등, 비글호 항해의 배경이 된 갈라파고스 제도의 특징, 그의 다른 저작들, 앨프레드 윌리스와의 선취권 문제 등을 조명한다.


(11) 비글호를 타고 출항할 때는 다윈도 종이 변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지지 못했던 것 같아요. (중략) 왜 신은 이렇게 비슷한 환경에 각기 다른 핀치를 만들어뒀을까? 또 파타고니아 지방의 화석을 보면 심해에서 나올 만한 화석들이 고원지대에서 발견되기도 하고... 이런 것들을 보면서 변화의 가능성, 지각이 변동하는 것처럼 생명종이 변화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런 생각에 대한 확실한 증거들을 찾아낸 것이죠. (181쪽, 다윈의 호기심 세상을 바꾸다, 전방욱)


대담을 마무리하며, 최종덕은 발달과 적응이 아닌, 외부환경과 상호작용하며 끊임없이 변화하는 진화론의 교훈에 대해 이야기하고, 전방욱은 진화론과 사회생물학의 의의를 인정하는 동시에, 생물이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하듯 학문 또한 그러한 개방적인 태도를 배워야 한다고 말한다.


(12) 인간은 동물이기도 하지만 동물을 초월해 있죠. 거기서 오는 이중성, 또는 선천적인 요인과 환경적인 요인이 충돌되는지 아니면 조화할 수 있는지를 따지는 일은 아마 영원한 과제가 될 겁니다. 또 하나는 제가 이야기했던 변화의 혁명이 한 축이라는 것과 선생님께서 말씀하신 생명의 개방성이 중요한 특징 중 하나라는 점입니다. 개방성과 변화, 이 두 핵심 개념이 우리가 그렇게 오랜 시간 동안 대담을 나눈 결론이면서 동시에 시작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야기를 나눠주셔서 감사합니다. (186쪽, 생명의 개방성, 최종덕)



1. 독후감



1.0. 진화론, 진화론적 관점, 진화심리학과 사회생물학


필자는 평소에 진화생물학에 대한 대중서를 자주 읽어왔다. 그럼에도 이 책의 독후감을 쓰는 일은 쉽지 않았다. 왜냐하면 (이 책에 가해진 국내 진화생물학자, 진화심리학자들의 날선 서평과 그 반론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1) 과학철학자인 최종덕 교수가 각기 다른 분야의 4명의 학자들과 '찰스 다윈의《종의 기원》'을 주제로 진행한 대담을 담은 이 책은 진화론에 마냥 호의적이지 않으며, 진화론에서 파생된 여러 민감한 주제들을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가령 필자가 요약한 생물학자 전방욱 교수와의 대담만 보더라도 대담자들은 다윈이 연구하던 당시에는 발견되지 않았던 유전자의 존재, 에드워드 윌슨이나 스티븐 제이 굴드와 같은 현대 생물학 연구자들의 주장, 이러한 연구들이 대중과 매스컴에 비춰졌던 모습 등 다양한 주제를 이야기한다.


필자는 지질학에도 어느 정도 관심이 있긴 하지만 《종의 기원》 을 직접 읽어보진 않았다. 따라서 앞서 언급한 학자들의 서평처럼 다윈과《종의 기원》을 둘러싼 대담자들의 해석과 설명을 비평할 능력은 없다. 또한 진화론과 관련해 사회적 함의를 갖는 여러 주제들에 대해서도 대담자들 만큼 잘 안다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이 서평은 앞서 요약한 내용을 바탕으로 내 나름대로 들었던 의문이나 생각들을 정리하는데 초점을 맞추었으며, 필자 개인의 사견이나 주장은 되도록 배제했다.



1.1. 찰스 다윈의 '종의 기원'과 진화론


필자가 요약한 대담은 다른 대담들에 비해 찰스 다윈이 《종의 기원》을 쓰게 된 계기나 그가 생물 종의 분화에 관한 아이디어를 얻고 발전시켜나간 과정에 대해 자세히 다룬다. 가령 찰스 다윈은 사회진화론이나 우생학과 같은 생물 종의 우열을 구분하려고 자연선택을 연구한 것이 아니었고, 그가 인위선택에 빗대어 자연선택을 설명한 것 또한 그가 평소에 육종학, 지질학 등의 인접학문에 대해 방대한 관심사를 가지고 있었을 뿐이지, 다른 윤리적 함의를 의도해 집어넣은 것은 아니었던 걸로 보인다.


그는 오히려 진화론의 윤리학적, 존재론적 함의에 대해 깊이 고민했던 것으로 보인다. 가령 그가 갈라파고스 섬을 방문하고 자연선택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은 시기와 관련 논문과 《종의 기원》을 연달아 발표한 시기에는 긴 시간적 공백이 존재하는데, 그의 방대한 관심사와 탐구정신을 생각하더라도 이는 지나치게 긴 시간이다. 대담자들이 그의 불가지론자적 면모를 언급하듯이, 아마 그 또한 한 때 신학을 공부했던 사람으로서 신앙(윤리)과 과학의 관계에 대한 고민을 거쳤으리라 짐작할 수 있다.


하나 아쉬운 점이 있다면 대담자들이 다윈이 《지질학원리》에 큰 영향을 받았다고 언급하면서도, 그의 이러한 학제적 연구들에 대해 충분히 다루지 않는다는 점이다. 대담자들은 그 대신 현대의 고생물학 연구자인 스티븐 제이 굴드의 단속평형설을 설명하면서 지질학과 같은 분야들이 (고)생물학 연구와 어떤 관련이 있는지 암시적으로 다루는데, 이 또한 줄기차게 생물학적 환원주의를 비판했던 굴드의 탁월성을 보여주는 사례일 뿐, 다윈의 진화론을 평가하는데 꼭 필요한 설명으로 보이진 않았다.



1.2. 진화론과 인간과 자연에 대한 관점


《종의 기원》이라는 저작을 다루는 전반부와 본격적으로 ‘다윈의 일생’을 조망하는 후반부를 제외하면, 이 대담의 대부분은 ‘진화론’ 자체가 사회에 끼친 영향력과 현대에 갖는 함의에 대한 내용이다. 앞에서 언급했듯 대담자들이 다루는 현대 생물학의 주제들은 매우 폭넓고 다양해서, 5페이지에 육박하는 요약도 충분히 그 내용을 담고 있지 않다. 그러나 이 모든 주제들은 결국 ‘생물학적-유전자 결정론’이라고 하는, 과학으로 인간의 행동과 정신을 설명할 수 있는지에 대한 논쟁으로 수렴된다.


과학적 설명은 경험적이고 실증적이기에 강력한 힘을 가지면서도, 그 환원성으로 인해 ‘러셀의 칠면조’와 같은 귀납적 방법론의 오류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실제로 사회진화론을 받아들여 유물론에 입각해 이 사회의 진보는 결정되어있다고 믿었던 마르크스주의자들과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하지 못한 종이 도태되듯이 자본시장 또한 스스로 효율적인 형태를 갖춘다고 믿었던 시장주의자들의 이데올로기는 모두 역사에서 실패했으며, 현대의 사회과학자들이 환원적 접근을 경계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대담자들이 에드워드 윌슨의 사회생물학에 조심스러운 태도를 취하고, 스티븐 제이 굴드를 계속 언급하며 생물학적 환원주의를 경계하는 것도 그리 이상한 일은 아니다. 물론 현재 진화생물학과 진화심리학을 연구하는 사람들도 인간에 대한 지나치게 환원적인 접근을 경계하기는 하지만, 그 것만으로 이 책의 대담자나 대중들이 진화론에 대해 갖는 환상과 경계심이 (다소 사실관계나 연구결과의 해석에 오류가 있다고 할지라도) 전부 비합리적이라고 몰아붙일 순 없을 것이다.



1.3. 생물학적 결정론과 유전자 결정론


어렵고 복잡한 주제라고는 하지만, 어느 정도는 이 대담에서 생물학적 결정론이 어떻게 논의되었는지 설명해야 할 것 같다. 가령 생물학적 결정론의 문제는 (‘Nature VS. nurture’라는 말로 정리되는) ‘타고난 인간의 본성’과 ‘환경 혹은 자유의지에 따른 변화’의 대립을 탐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런 유전과 경험의 대립만이 전부는 아니다. 대담자들도 황우석의 사례를 통해 진화론과 과학 결정론이 정치와 대중에게 어떤 모습으로 비춰졌고, 사회에는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를 논의한다.


또한 인간의 본성을 말하면서 떼놓을 수 없는 것이 유전자의 역할에 대한 문제다. 조지 윌리엄스의《적응과 자연선택》은 물론 리처드 도킨스의 문제작《이기적 유전자》또한 사실 (개체군이나 개체가 아닌) 유전자 수준에서 진화가 이루어진다는 주장이 생물학 연구에 갖는 함의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는 책이며, 대담자들은 유전자가 곧 생물체의 모든 것이 정해진 설계도라는 대중의 통념을 반박하고, 히스톤 단백질이 유전체의 발현을 달리할 수 있다는 후성유전학의 개념들을 설명한다.


유전과 경험의 대립에 대한 문제로 다시 돌아와서, 대담자들이 과학에 대한 겸손함을 강조하듯 비록 진화심리학자라 할지라도 연구자들 스스로 유전자나 생물학으로 인간을 전부 설명할 수 있다고 주장하거나, 그런 주장을 뒷받침할 만큼 충분히 많은 증거를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다만 분리 성장한 쌍생아의 성격을 비교하거나 질병의 가족력을 확인하는 것과 같이 간접적 연구는 충분히 진행되었고, 타고난 본성이나 유전의 영향력이 전무하다고 주장하는 학자들 또한 찾아보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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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http://www.pressian.com/news/article/?no=65345 진화론 '제자백가'…다윈의 선택은? [프레시안 books] <찰스 다윈, 한국의 학자를 만나다> 장대익 서울대학교 교수2010.08.27 22:06:00

http://www.pressian.com/news/article/?no=65372 장대익의 서평에 답한다…다윈이 지식 권력의 수단인가? [프레시안 books] 최종덕의 <찰스 다윈, 한국의 학자를 만나다> 최종덕 상지대학교 교수2010.09.03 19:02:00

http://www.pressian.com/news/article/?no=65518 대한민국은 왜 '통섭'에 홀렸나? [프레시안 books] 과학 논쟁 속 숨은 그림 찾기 강신익 인제대학교 교수·인문의학연구소 소장2010.10.15 17:5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