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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말에 기리노 나쓰오의 "그로테스크"를 완독했다.


한마디로 끔찍한 책이다.

모든 등장인물들이 뒤틀려 있고, 그 뒤틀린 인간들이 상호작용을 하면서 서로를 그리고 스스로를 갉아먹어버리는 이야기다.

화차나 모방범을 쓰던 전성기 시절의 미야베 미유키 만큼이나 숨막히게 밀도높은 하지만 잘 읽히는 그런 끔찍한 이야기다.


문득 들었던 생각은, 일본인의 패배주의다.


러프하게 일반화하자면, 대부분의 문학이란, 이야기란, 세상 vs 개인의 갈등에 대한 이야기다.


세상이 한 개인을 억누르고 한 개인은 그에 대해 응전하고 도전하지만

그래서 성공하거나, 아니면 파멸하거나, 또는 이도저도 아닌 원점으로 회귀한 듯 하지만 사실 그 원점이 예전의 원점은 아니었다. 뭐 그런 이야기들...


하지만 이 소설에서 그리고 내가 읽은 많은 수의 일본소설에서 공통적으로,

개인은 세상에 도전하지 않는다. 단지 자신을 바꾸는 척 하면서 세상의 억압을 회피하려 할 뿐이다.

그리고 살기 위해 어쩔 수 없었다면서 스스로한테 면죄부를, 정당성을 부여했던 그 회피기동이 점점 자신을 갉아먹는다.


세상에 폐를 끼치지 않기 위해 애써 괜찮은 척, 아무 일도 아닌 척 하지만, 나의 부정적인 감정과 에너지는 결코 해소되지 않는다.

그리고 그 부정적인 에너지가 향하는 곳은 세상이 아닌 나 자신을 뒤튼다.

그래서 결국 나는 나도 모르게 내 의도와는 달리 괴물이 되어 세상에 많은 폐를 끼치고선 파멸한다.


뭐 그런 패배주의(?)가 유독 일본 소설에서 두드러진다고 느꼈다.


난 기괴한, 끔찍한, 뒤틀린, 추락하는 이야기는 좋아하지만, 패배주의는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서 나이를 먹으면서 더 이상 일본 소설에 끌리지가 않나보다.




그리고 사족이지만, 요즘 한국 문학에서도 그 비슷한 것을 느낀다. (심지어 한국 문학의 이야기는 그다지 기괴하지도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