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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철의 '검색, 사전을 삼키다' 중에서

사전은 절대 없어지지 않을 것이며, 정보의 순도를 높이는 형식으로서 앞으로도 계속 의미 있는 콘텐츠로 남아 있을 것이다, 라는 건 내 바람일 뿐 실상은 그렇지 못하다. 의미 있는 콘텐츠로 남으리라는 전망 자체가 틀린 것은 아니지만 사전 자체로는 재생산이 가능할 만큼 돈을 벌지 못한다. 때문에 다수의 사전 출판사가 편집팀을 해체했고, 개정판이 나오지 못하는 상태가 10년 이상 지속되고 있다. 이것을 우리는 ‘사전의 위기’라고 부른다. 대책은 딱히 세우지 못하고 ‘위기’라는 말만 하고 있다.


한국어사전, 영어사전이 10여 종씩 나오던 다양성의 시대는 확실히 끝났다. 두세 종의 사전이 나오면서 그것들이 꾸준히 개정되는 정도라도 좋겠는데, 그조차 난제로 보이는 시대다. 한국어사전은 국립국어원이나 고려대학교 같은 곳에서 어떻게든 만들어내고 있지만, 영한사전만 해도 옥스퍼드나 콜린스 코빌드 사전의 번역판을 봐야 하는 실정이다. 그 사전들도 그다지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영미권에서 개정판이 나와도 때맞춰 번역이 안 된다.


번역사전의 경우 영국에서 10년 전에 출간된 것을 번역한 것이 마지막이며, 국내에서 만들어지는 사전들은 새 책이 계속 나오긴 하지만 개정판이 아니라 실질적인 업데이트 없이 장정만 바꿔 씌운 경우가 대부분이다. 회사가 사전 편집팀 자체를 없애버린 상황이니 당연한 일이다. 한국인들이 가장 많이 보는 영한사전이 이 지경이니 다른 언어 사전은 말할 것도 없다. 종이사전의 개정 작업은 이제 멈췄다고 보면 된다.

그렇다면 웹사전은 어떠한가. 대개의 웹사전이 종이사전에 뿌리를 두고 있다 보니 이전과 같은 대규모 개정 작업은 당연히 없다. 출판사도 안 하는 개정 작업을 인터넷 회사가 할 리가 없다. 시사영어사가 영어 학원과 출판사를 겸하며 사전을 업데이트하고 있지만, 그 현황이 얼마나 체계적인지는 모르겠다. 웹에서 사용자들의 참여로 만드는 사전이 일부 있어도 현황 파악은 잘 되지 않는다. 그리고 이런 종류의 갱신은 유행어, 신조어 등을 단순히 추가하는 수준 이상이 되기 어렵다. 고빈도 사용 어휘들은 언어학적 지식이 있어야 추가적인 기술이 가능하다.

예전에도 어학사전의 최신 현황은 각국에서 전문가들이 자국어사전을 대규모로 갱신해나가는 것에 기댈 수밖에 없었지만, 이젠 그 성과를 중사전에 담아 학습에 이용하는 행위 자체가 사라지고 있다. 즉 『옥스퍼드 영어사전』이 새로 고쳐진다 해도 그 내용을 가져와서 한국의 영한사전을 개선하지는 않는 것이다. 예전의 체계가 깨졌지만 새로운 체계가 정립되지 못한 혼돈 상태. 그런 상황에서 사용자들은 자기가 찾는 단어가 웹사전에 없으면 이런 것도 없느냐며 화를 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