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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으로 대충 다섯 번은 읽은 거 같다.
내가 국문학에서 '무진기행'과 더불어 가장 사랑하는 작품이다.
급식 시절이었나, 한때 이순신 장군을 가지고 역사소설을 써보고 싶다는 막연한 소망같은 게 있었다.
제대하고 복학했을 무렵 '칼의 노래'를 처음 읽은 걸로 기억한다.
대한민국에서, 아니 이 세상에서 '이순신'이란 소재를 가지고 소설을 쓰려면 반드시 이 '칼의 노래'와 붙는 수밖에 없겠구나 싶었다.
그리고 기어이 패배하겠구나 싶었다.
이순신을 주인공으로 한 역사소설은 이미 완성되어 있었다.
나는 탄식과 경외감 속에서 망상을 접었다.
작중 이순신이 들여다보는 칼날. 그 서늘함과 쇠비린내를 닮은 문장들이 대략 300페이지 전체에 가득하다.
사실상 이순신 버전의 '자전거 여행'이라 해도 될 만큼 한 챕터 한 챕터가 남해 기행 산문과도 같다.
서사는 흐릿하지만 묘사는 정교하고도 섬세하다. 무엇보다 그냥 아름답다.
그에게 달려드는 일본군은 거의 자연물에 가깝게 느껴진다. 임금은 늘 멀리서 숨통을 쥐어온다. 명군은 깽판치고, 백성들은 자생하는 동물같다.
이 불가해한 물리적/정신적 전쟁을 동시에 수행하는 인간 이순신. 그는 끊임없이 죽을 자리를 찾는다.
전쟁과 세상의 피해자에 불과한 개인으로서 그는 끝내 노량에서 스러진다.
몇 년 전엔 진짜 이 책 때문에 충남 아산 현충사에 다녀온 일도 있다. 기어이 현충사에 보관된 거대한 환도 두 자루를 보고 왔다.
잠 못 이루는 밤, 충무공이 달빛 스미는 방에서 홀로 앉아 바라보았을 그 환도였다.
아마 언젠가 또 찾아갈 것이다.
p.s : 이 책의 제목을 김훈은 '광화문 그 사내'로 지으려고 했단다.
국문학사에 길이 남을 문장들을 여기에 잔뜩 담아놓은 그가 정작 제목 선정은 상상초월이었다.
'칼의 노래'로 제목을 편집한 편집자는 조금 과장해서 한국 문학을 살려냈다고 본다.
그 덕에 한국 문학에 '벼락 같은 축복'이 쏟아질 수 있었다.
p.s 2 : 근데 그놈의 '젓국'은 진짜 ㅡㅡ .......
이야 개땡긴다
개추
광화문 그 사내....도 왜인지 좋은데?
어...어..??? ㅋㅋㅋ
'광화문 그 사내' 하니까 근대 배경 소설 느낌 확 나노 - dc App
김훈 작가는 오직 덤덤하고 건조하게, 냉소도 동정도 개입도 하지 않으면서, 다만 그 정경과 심사를 통해 삭풍이 훑어지나가듯 관조하며 인생 무상에 방랑하는 내면의 누런 살비린내를 적막한 자조로써 이야기함 말하자면 일종의 고백문학이라 볼 수도 있음 나는 인간에 대한 모든 연민을 버리기로 했다 연민을 버려야만 세상은 보일 듯싶었다 영웅이 아닌 나는 쓸쓸해서 속으로 울었다 - 칼의 노래 작가의 말 中
그렇단들 개인적으로 김훈 스타일이(이순신에 한정해서라도) 이게 끝이고 정점이라 생각하는 건 오산이라 봄 외부세계에 대한 무심한 관조성과 대치되는 일관된 내면으로의 이입 방식은 비록 이야기가 사건이나 역사와 시대 사회의 가공되고 작성된 아젠다에 함몰되지 않은 다분히 인간적인 자의식을 확보할 수 있게 하였지만(그 이전에 누가 과연 그만큼 신화와 역사의 이순신을 인생과 인간의 이순신으로 만들어주었던가), 그 정립된 자의식이 반대로 다시 외부세계와의 충돌을 통해 유입 변화되는 재정립을 거쳐야할 과제가 남아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