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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 문제와 관련된 책을 몇 권 읽어봤지만, 가장 인상 깊었던 책은 이 책이었고 아마 이 주제와 관련해 누가 책을 추천해달라고 하면 마찬가지로 이 책을 추천해줄 것이다.


기후와 환경 문제 등을 다루는 책들은 대다수의 경우 묵시록스럽다. 대표 서적으로 꼽히곤 하는 <침묵의 봄>이 좋은 예시가 될 터인데, 처참한 현실을 보여주고 우리가 계속해서 특정 행동을 하거나 태도를 이어나가면 어떤 식으로 세상이 변하게 될지를 약간은 과장적으로 이야기하는 식이다. 물론, 시대적으로 환경 문제에 대한 충격 요법이 필요했으니 <침묵의 봄>을 폄하하려는 건 아니다. 하지만 솔직히 말해서 현대의 독자인 우리에게 있어서 이런 충격 요법은 너무 진부하고, 약간은 그 진실성이 의심될 때도 있다. 지구 온난화라는 주제가 실제 학계의 연구와는 별개로 대중적으론 한물 간 주제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특히 정치적 문제로 완전히 넘어온 뒤로 그렇다. 진보적인 사람은 환경을 지켜야 한다고 주장하고, 보수적인 사람은 그것보다 먼저 눈앞의 사람들과의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대응하는, 그런 식의 구도 말이다. (아예 기후 문제가 '사기'라고 말하는 사람은...... 일단 제쳐두자.)



<기후카지노>는 주제를 다루는 방식이 완전히 다르다. 경제학자인 저자는 기후 문제를 현실적인 차원에서 어떻게 분석하고 어떻게 해결해야 하느냐를 차근차근, 조금의 어림짐작도 최소화하려 노력하며 이야기해나간다.

이 책을 읽는 사람이 아마 가장 흥미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할 만한 분석을 예시로 들어보자. 2부 <기후변화가 인간과 다른 생명계에 미치는 영향>은 서장을 제외하면 다섯 개의 장으로 구성되는데, 앞의 두 장은 인간 사회 속의 문제-농업과 보건/건강을 다루고 뒤의 세 장은 그 밖의 자연 문제를 다룬다. 그런데 그 다루는 방식이 참 비인간적일 정도로 합리적이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스턴보고서Stern Review]에 따르면 평균 기온 상승폭이 섭씨 3도 이상일 경우, 작물 수확량이 감소해 최빈곤지역의 2.5억~5.5억명이 아사 위험에 처할 수 있다고 한다. [뉴욕타임즈]는 근 10년 간의 수확 실패를 일으킨 날씨재난이 지구온난화의 영향을 강하게 받았으리라 과학자들이 결론내렸다며 기사를 낸다. 아마 옛날에 환경 문제 관련 기사나 기타 매체를 접한 사람이라면 이와 비슷한 이야기를 들어본 적 있으리라 믿는다.

그러나 저자는 이런 이야기들이 현재의 평가를 제대로 반영하지 않았다고 지적하며 '약간의 온난화'가 진행되는 지역에서는 생산량이 증대될 것이라고도 밝힌다. 따뜻한 기후와 건조한 땅, 관개용수의 감소 등의 문제로 농업 생산량이 줄어들지만 동시에 탄소 시비Fertilization, 식물과 사람들의 적응, 그리고 기술 변화 등의 완화 요소를 제대로 고려하지 못했다는 식이다. 특히 이 과정에서 경제가 발전하며 복지의 큰 희생 없이 농업 영역의 충격을 흡수해낼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곡해해선 안 된다. 이 글의 요지는 그렇기 때문에 지구온난화 문제는 크게 신경 쓸 필요 없는 문제라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이렇게 조금의 변화와 그에 따른 변화 하나하나를 최대한 계량하고, 현재 우리가 예산을 투자할 수 있는 다양한 분야 중에서 어째서 환경 문제에 투자해야 하는지를 주장하는 글이다. 위에서 언급한 극적일 정도로 끔찍한 미래 예견 이미지들 탓에 지구 온난화가 정말로 그 정도로 끔찍한 문제인가를 의심하는 사람들이 많은 만큼, 수사적인 선동은 잠시 치워두고 다양한 학자들이 분석한 결과들을 보여주는 방식으로 말이다.

이런 경제적 분석은 어느 정도의 비용을 어떤 방식으로 투입해야 하느냐를 분석하는 4부에서 다시 빛을 발한다. 현실 차원에서 기후 문제를 대응함에 있어, 환경을 보전하려는 사람들이 생각해야 할 점은 '어째서 환경을 지켜야 하느냐'가 아니라 '어째서 다른 분야보다 이 분야에 돈을 투자해야 하느냐'란 점이란 부분. 기후 문제는 당연하게도 상당한 관성을 갖고 있고 그 효과는 훨씬 미래에나 빛을 발한다. 10년 후의 천만원이 이자와 인플레이션을 감안하면 현재는 백만원 가량 밖에 안 하는 것처럼, 미래의 이득은 현재로 끌어보며 상당히 인하되고 축소된다. 그러니 단순한 계산으로는 그에 대한 인센티브를 끌어낼 수 없다.

저자는 이를 설명하기 위해 티핑포인트를 끌어온다. 어떤 점을 지나기 전까지는 큰 변화가 없지만, 역치를 기준으로 상태가 급변하고 현재 상태보다 훨씬 더 안 좋은 새로운 평형상태를 맞이할 가능성이 있을 때 이 역치가 바로 티핑포인트다. 이 티핑포인트가 정확히 어느 정도가 되는지는 아직 아무도 모르지만, 마치 서브프라임 모기지처럼 어떤 일이 있더라도 반드시 피해야 하는 팻 테일 리스크로서 작용한다. 그럼, 상단의 문단에서 기후 변화를 위한 비용 투자를 인색하게 만든 경제 모델이 이번엔 정반대로 최소극대화Minimax 전략을 취하게 된다. 경제 성장을 위해 타협할 수 있다고 여기는 것은 같지만, 둘을 저울에 놨을 때 그 무게추의 균형이 훨씬 달라진다.


이상의 요약은 책의 내용을 상당히 얄팍하게 간추리고, 저자의 복합적인 주장 역시 어느 정도 곁가지를 쳐낸 결과다. 하지만 어쩔 수 없는 것이, 이 책은 <이기적 유전자>처럼 학계의 기후 문제 분석 현황을 전체적으로 정리해 보여주는 일종의 업데이트와도 같은 탓이다. 아마 같은 책의 같은 모델을 보면서 나와는 또 다른 생각을 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비록 그런 결론을 내렸다고 하더라도, 최소한 이 결론에는 기존보다는 더 정확하고 합리적인 근거들이 포함되었으리라 믿는다. 그렇기에 이 책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