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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랑 관련 없음) 주저리 주저리
정말 오랜만에 책을 읽었다.
비문학을 포함해도 최근 3년동안 읽은 책이 10권도 안 넘을 것 같은데, 사실 한동안은 그 사실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그러나, 최근에 갑자기 독서의 필요성을 다시 느꼈다. 어느 순간부터 그리 길지 않은 글을 읽는 것마져 귀찮아하는 나 자신이 보였고, 하나가 보이기 시작하니 많은 것이 같이 보이기 시작했는데, 그중에 다시 독서를 하기로 결심하게 된 결정적인 요인은 3가지 있다.
1. 어휘력이 정말 많이 줄었다. 그리 어렵지 않은 단어임에도 불구하고 글로 접했을 때 이해할 수는 있지만 내가 의사 표현을 하고자 할 때, 무언가 글을 쓸 때 적재적소에 사용할 단어가 떠오르지 않는다. 이 사실을 자각하고 나서 정말 충격을 크게 받았는데, 적어도 나는 어휘력 하나만은 자신이 있었고 그에 대해서 나름의 자부심이 있었거, 이 부분에 대해 더 늦기 전에 수습할 필요가 있다고 느낌
2. 독해력도 떨어졌다. 읽는 양이 적어졌기 때문에 어찌 보면 당연한 얘기다. 그리 어렵지 않은 문장도 가끔 두세 번 읽어야 이해가 갔다. 이해하고 나서는 내가 왜 그 문장을 반복해서 읽었는지 납득할 수가 없었고, 이럴 때 마다 나 자신에게 화가 났다.
3. 집중력이 안 좋아졌다. 이건 이번 독서를 통해서 더욱 심각성을 느꼈는데, 유튜브를 많이 시청하다 보니 머리속에 집중력 타이머가 돌아가듯이 10분 단위로 집중력이 끊긴다. 책의 내용이 아무리 흡입력 있고 재밌어도 귀신같이 10분 단위로 딴짓을 하고있다...
그리고 우연히 독갤을 만남! 와 책 더쿠들! 여기 갤 추천도서만 읽어도 몇년치 책걱정 안해도됨! 그래서 책 다시읽기 시작함. 근데, 이번에 『1984』를 읽으면서도 느꼈지만, 이제는 날 잡고 몇 권이나 되는 책을 한 번에 읽을 시간도, 능력도 부족해졌다. 그래서 딱히 목표를 두고 강박적으로 읽지는 않겠지만 한달에 두권정도는 읽게 노력해 볼려구
책얘기 시작! (편의상 반말임)
이 책을 읽으면서 처음으로 한 권의 책을 큰 텀을 갖고 읽었고, 그 결과 완독하는데 3주 정도의 시간이 걸렸다. 중간에 며칠이 넘도록 책을 읽지 않았기 때문에 작품에 깊게 몰입하지 못했지만, 그만큼 그 기간동안에 읽은 부분에 대해 곱씹으면서 생각할 시간이 많았고 많은 의문이 있었다. 그중에는 완독한 후에 해답을 찾은 게 있기도 하고 여전히 아리송한 게 몇 있다. 이번 독후감은 그것들을 정리하고 책의 내용을 내 나름대로 해석한 것을 써보려 한다.
색의 묘사와 호흡조절
나는 책을 읽을 때 책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반영하여 책 속의 장면을 상상하면서 읽는데, 1부를 읽는 동안 내 머릿속에 형상화된 윈스턴과 영사의 이미지는 낡은 흑백 브라운관의 화면처럼 노이즈가 낀 어두운 이미지로 나타났다. 그러나 2부 초반에 줄리아를 숲속에서 처음 만나는 부분에서 나는 감탄을 금치 못했다. '황금빛 햇살, 블루벨 꽃, 파릇파릇한 나뭇잎' 등의 표현의 도움으로 줄리아와 만난 순간 내 머릿속의 낡은 브라운관에 색깔이 차올랐고, 이 순간 전율이 느껴졌다. 그리고 3부의 마지막에 줄리아와 다시 만나게 되는 부분에서 '쌀쌀한 날, 딱딱하게 얼어붙은 땅, 말라죽은 잔디'를 통해 정말 차갑고 황량한 분위기를 연출해 냈다.
아래에서 말하겠지만 완독하고 나서 줄리아가 윈스턴에게 있어서 어떤 의미를 갖나 생각해봤는데, 내 추측이 맞다면 그런 극적인 연출을 해낸 것은 정말 대단하다 생각된다. 그리고, 더 대단하다고 생각되는 부분은 차오른 색깔을 작가는 가만히 내버려 두지 않는다. 줄리아와의 데이트 중에 포격을 받아 회색 먼지를 뒤집어쓰거나, 화장한 줄리아와 있다가 쥐가 나타나는 등 작가는 희미한 희망뒤에 다시 절망을 부각 시켜 영사의 암담한 현실을 더욱더 싸늘하고 절망스럽게 느껴지도록 했다.
그 덕에 2부의 4절을 다 읽고 아래에 보이는 5절의 첫 문단 '사임이 사라졌다'라는 문장을 보게 됐을 때는 진짜 마저 읽고 싶어서 미치고 팔짝 뛰는 줄 알았다.
오브라이언
책에서는 1부 중간부터 윈스턴의 오브라이언에 대한 호감을 지속적으로 어필하는데, 나는 솔직히 이해하기 힘들었다. 아무리 납득하려 들어도 윈스턴이 오브라이언에게 호감을 표하는 것이 이해되지 않았다. 그러한 생각 속에서 2부 중후반을 읽을 때는 기겁을 했다. 도대체 뭘 믿고 오브라이언의 집에 줄리아와 같이 간 거지? 왜 오브라이언한테 순순히 다 자백하는 거지? 3부를 전부 다 읽고 나서도 오브라이언에 대한 정리는 잘 안 되었다. 왜 주인공은 오브라이언을 그토록 맹신했을까를 고민하다 보니 내 나름의 해답을 찾긴 했지만, 머리로는 이해하지만 마음으로 이해 못하는 게 이런 건가 싶다.
내 생각은 이렇다. 이 책에서 오브라이언은 절망이고 작품 속에서 빅-브라더 보다 영사(전체주의에서의 공동체)를 가장 잘 대변해 주는 인물이다. 윈스턴이 오브라이언에게 호감을 표한 것 처럼, 전체주의 사회에서 개인은 절망(공동체)을 희망이라 착각하여 근거 없는 호감을 갖게되고 맹신하게 된다. 또한, 그러한 자신의 감정에 기시감을 느끼고 의구심이 들기도 하지만 사실상 이미 그 개인은 공동체가 절망이든 희망이든 크게 상관없는 상태에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면 책 전체에서 윈스턴의 태도와 3부에서 윈스턴이 그러한 험한 일을 당하면서도 계속 유지하는 오브라이언에 대한 생각을 이해할 수는 있다. 그러나 여전히 납득은 안된다.
줄리아
줄리아에 대해서는 오브라이언보다 확실하게 말할 수 있다. 이 책에서 줄리아는 삶의 의미, 신념, 희망 등을 나타내는 것 같다.
또한 윈스턴에게는 자신의 신념이 삶의 의미이고, 그러한 삶의 의미가 이러한 세계를 살아가는 희망일 것이다.
그런데 줄리아에 대해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있다. 처음 책의 반을 읽었을 때, 나는 줄리아가 흑막일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다시 책을 읽기 시작했을 때 내가 무언가를 놓친 건가 싶을 정도로 줄리아와 윈스턴은 급속도로 서로 너무나도 의지를 하고 있었고, 2부 후반에 가서는 종종 줄리아가 윈스턴에게 어린아이처럼 떼를 쓴다고 느끼기도 했다. 이 부분은 사실 아직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 (윈스턴도 줄리아에게 삶의 의미였을까?)
이렇게 생각하면 3부의 내용이 쉽게 납득이 간다. 애정부에서 온갖 고문을 당하며 자신이 아는 모든 사람들을 공범으로 만들고 줄리아(자신의 신념)에 대해 모든 것을 털어놓았지만, 그는 절대로 줄리아(신념)를 배신하지 않았다. 그는 오브라이언(공동체)의 온갖 회유와 고문을 받으면서도 줄리아(신념)을 배신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결국 생명의 위협을 받게 되자 줄리아(신념)를 배신했다. 그리고 오브라이언은 앞으로 윈스턴에게 이러한 일이 계속 일어날 것이라고 한다.
나는 이게 전체주의 사회에서 살아남으려면 신념을 버리는 삶이 계속된다는 것을 표현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또 3부의 마지막에 윈스턴이 풀려나고 줄리아를 다시 만나게 되지만, 줄리아는 윈스턴을 외면한다. 이 대목에서 윈스턴은 줄리아를 배신한 대가로 목숨을 부지했지만, 그의 삶에는 더이상 아무런 의미와 희망이 남지 않게 됐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결국 그는 아무런 신념도 의미도 없는 삶을 이어가고, 마지막 희망이었던 아프리카 전선에서 승전보가 날아오면서 그는 한치의 희망도 남지 않고 그저 육신이라는 껍데기만 남긴 체 살아가는 인간이 되었고, 결국에 그는 죽음을 택한다.
이렇게 생각을 정리하고 나서 다시 책의 내용을 떠올려보니 작가의 이야기를 풀어내는 능력이 정말 대단하다고 느껴졌다.
사람들에게 오랫동안 읽히게 되는 고전에는 다 이유가 있다!
+ 근데 뭔가 번역이 아쉽다 원서를 읽어봤거나 다른 출판사책을 읽어본게 아니라 그냥 내 독해력 문제일수 있는데, 가끔 문장 어순이 이게 최선이였나..? 싶은게 몇몇 있다
끝.
성심성의껏 쓴 독후감 무조건 ㅇㅂ