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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만에 다시 올림. 한병철 <피로사회> 요약 및 한계점 파악이었음. 1학년 때 과제라 부족한 점 많음. 재미로 봐주셈.
‘할 수 있다’에서 ‘하고 싶다’로
우리는 어느 때보다 풍족한 시대에 살고 있다. 한국의 GDP는 2017년 기준 1,538.03(10억 달러)로 매년 꾸준히 늘어나는 중이다. 한국인의 기대수명은 현재 82.02살로, 1960년 기준 53.00살이었던 것과 비교해보면 상당히 증가했음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이
러한 모든 발전에도 불구하고 사회는 점점 삭막해져만 가는 것 같다. 우리는 더 이상 이웃의 얼굴을 모른다. 길거리를 걸으면서도 제 2의 ‘강서구 피시방 살인사건’을 걱정한다. 한국의 세계행복지수는 현재 156개국 중 57위로 바로 전해에 비해 2계단이나 내려왔다. 물질적으로는 풍족해졌음에도, 정신적으로는 피폐해 진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비단 우리나라만의 문제는 아니다. 도대체 이유가 무엇일까? ‘피로사회’는 현 상황의 원인이 시대의 패러다임이 변한 데 있다고 설명한다.
『피로 사회』는 “시대마다 그 시대에 고유한 주요 질병이 있다.”라는 문장으로 논의를 시작한다. 이후 저자 한병철 교수는 이전 시대를 ‘면역학적 질병’의 시대로, 현재 시대를 ‘신경성 질병’의 시대로 구분한다. 사회적 구조가 변했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이 둘의 차이는 무엇일까? 우선 면역학적 도식의 가장 큰 특징은 ‘부정성’이다. 이 도식에서는 자기(自己) 물질과 비자기(非自己) 물질을 명확히 나눈다. 비자기 물질을 배제하기 위해서이다. 예를 들어 우리 몸에 바이러스가 침투한 상황을 가정해 보자. 이 때, 우리 몸은 바이러스를 비자기 물질로 인식하고 공격하기 시작한다. 마찬가지로 ‘면역학적 질병’의 사회에서는 이방인을 극도로 배척한다. 이러한 사회의 대표적인 예로는 『1984』에 등장하는 규율 사회를 들 수 있다. ‘빅 브라더’는 해야 하는 것과 하면 안 되는 것을 명확히 지시한다. 만약 이를 어길 경우 범죄자로 낙인찍고, 배제한다는 점에서 인체의 면역 반응과 유사하다.
반면, ‘신경성 질병’의 시대는 ‘긍정성’의 시대이다. 이전 시대와 달리 ‘신경성 질병’의 시대에서는 타자를 더 이상 배척하지 않는다. 즉, 사회가 개인을 규제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대신, 사회는 개인에게 ‘할 수 있다’고 부추긴다. 한병철 교수는 이 시대의 저변에 성과에 대한 욕망과 그 어떤 것도 불가능 하지 않다는 긍정성이 깔려있다고 주장한다. 그렇기에, 이 시대의 개인은 성과를 내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한다. 우울증과 소진증후군과 같은 ‘신경성 질병’은 이러한 노력을 더 이상 ‘할 수 없을’ 때 나타난다. 이 때 사회는 탈진한 개인을 낙오자로 낙인찍는다. 잠깐 우리 사회를 돌아보자. 현재의 기업들은 개인에게 무엇을 하라고 지시하지 않는다. 대신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라고 요구한다. 취업 준비생들은 누가 시키지 않았는데도 굳이 토익을 준비한다. 구체적인 목표를 가지고 영어 능력을 향상시키는 게 아니다. 일을 안 하는 만큼 할 수 있는 다른 일을 찾은 것에 불과하다. 이러한 사회적 구조는 과잉활동, 과잉노동, 과잉생산을 동반하고, 필연적으로 개인의 탈진을 유발할 수밖에 없다는 게 한병철 교수의 생각이다.
정리하자면, 『피로사회』는 현대 사회가 무언가를 부정하는 힘을 완전히 잃어버렸다고 진단한다. 따라서, 한병철 교수는 앞으로의 사회가 ‘부정하는 힘’을 되찾아 오리라 예상한다. 이는 근대 사회 전반에 깔려있는 회의감에서 벗어나는 것을 의미하며, 활동의 과잉과 함께 잃어버린 사색의 복권을 의미한다. 즉, 우리 사회가 더 이상 무엇도 할 수 없는 ‘탈진의 피로’ 상태에서 다음 발돋움을 위한 ‘무위의 피로’ 상태로 변화할 것이라는 말이다. 그런 맥락에서 『피로사회』는 “도래할 사회 또한 피로사회라고 부를 수 있을 지도 모른다.”는 문장으로 글을 마무리한다.
성과 사회의 사회적 폐해를 통찰한다는 점에서 『피로사회』는 높이 평가 받을 만하다. 철학서임에도 불구하고 2주 만에 초판이 매진되거나 독일의 베스트셀러로 오르는 등의 호응을 얻은 것은 저자의 통찰에 많은 사람들이 공감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사회적 패러다임의 변화를 ‘긍정성’과 ‘부정성’의 이분법으로 설명하는 내용은 자못 신선하기까지 하다. 하지만, 사회적 변화를 구체적인 예시 없이 설명한 점, 사회가 ‘무위의 피로’로 향할 것이라는 주장에 근거가 부족한 점에서 『피로사회』는 뚜렷한 한계를 가진다.
먼저, 『피로사회』는 그 내용이 사회 전반을 다루고 있음에도 전체적으로 형이상학적인 논의에서 그치고 말았다. 이러한 한계는 현재 사회 구조가 과잉 활동을 요구하는 이유를 설명할 때와 사색이 이러한 ‘긍정성의 과잉’에 대한 해결법임을 설명할 때 가장 뚜렷하게 나타난다. 『피로사회』는 현재 사회 구조가 생긴 원인을 데카르트 주의에 의한 회의감 때문이라 분석했다. “과잉활동, 노동과 생산의 히스테리는 바로 극단적으로 허무해진 삶, 벌거벗은 생명에 대한 반응이다”에서 저자의 생각을 확인해 볼 수 있다. 하지만, 어째서 삶에 대한 허무함이 과잉활동을 초래했는지, 그 과정은 어떻게 진행되었는지 등의 구체적인 논의들은 일체 생략됐다. 사색의 중요성을 설명할 때 또한 마찬가지이다. 저자는 “무위의 부정성은 사색의 본질적 특성이기도 하다.”라고 사색을 평가하며, 사색의 복권이 필요하다 주장한다. 하지만, 어째서 그러한지에 대한 논의는 다분히 철학적인 영역에서 머문다. 사회 전반에 대한 진단과 해결책을 내놓기에는 구체성이 조금 부족하지 않나 싶다.
다음으로, 『피로사회』가 내리는 결론은 조금 묘하다. 『피로사회』가 분석한 사회적 흐름은, “해야 한다”의 사회에서 “할 수 있다”의 사회로 왔다는 한 문장으로 요약 가능하다, 즉, ‘부정성’이 극단적으로 지배하는 사회에서, ‘긍정성’이 극단적으로 지배하는 사회로 변했다는 말이다. 이에 대해 한병철 교수가 내리는 결론은 ‘부정성’과 ‘긍정성’ 사이에서 중도를 확보해야 한다는 말과 같다. 다른 말로, “할 수 있다”의 사회에서 “하고 싶다”의 사회로 변화할 것이라고 표현 가능하다. 하지만, 이 논의에서 『피로사회』는 ‘무위의 피로’를 다음 활동을 위한 휴식 정도로 취급한다. 이러한 결론에 다음과 같은 질문들이 떠오른다. 일하기 위한 휴식이라면, 그 휴식에 저자가 말하는 ‘부정성’이 존재하는 것인가? 또한, 이러한 사회 구조가 생긴 본질적 원인이 극단적으로 허무해진 삶에 있다고 평했는데, 이후로의 사회로 전이하기 위해서 그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이전까지의 진단에 비해 다소 적당할 뿐인 결론이 아닌가 싶다.
물론, 일련의 한계에도 불구하고, 인류 전체가 앓고 있는 문제를 속 시원히 집어준 점, 앞으로 인류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한 점 등등, 『피로사회』가 가지는 의의는 굉장히 크다. 이러한 논의를 바탕으로, “할 수 있다”의 사회에서 “하고 싶다”의 사회로 나아가는 보다 구체적인 방법이 활발히 논의 되었으면 하는 바이다.
교양 숙제였나 보네. 잘 읽었음
ㄱㅅㄱㅅ - dc Ap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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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30~50대가 긍정의 느낌인듯. 20대부턴 새로운 '하고싶다'의 세계로 가는 것 같고. 다만 한병철은 자기 저작이 쭉 연결되있다고 아는데, 이 글은 피로사회 하나만 읽고 쓴거라 명쾌하진 않은듯 - dc App
나도 자세히는 모르는데, 피로사회나 투명사회는 저작 하나하나 따로 봐도 완성도가 괜찮았음. 길이도 짧아서, 사실상 나한텐 사회학 입문서 급이었음 - dc App
흠... 여기서 지적하는 무한긍정이란 계급이나 신분으로 제한되는 벽이 없다는 걸 의미하는 거 같은데. 그리고 현재 우리사회가 부정이라고 생각하기엔... 만약 진짜 부정이라면 계급갈등이나 혁명에 대한 진지한 논의가 있어야 하는데 그보다는 개인의 실패로 돌리는 게 강해서 여전히 긍정이라는 카테고리 안에 속한다고 생각함. 현 20대는 모든 게 가능(하다고 생각)하지만 자신의 부족으로 포기해버린 세대에 조금 더 가깝다고 생각함.
한병철이 말하는 긍정이 계급 상승의 긍정은 아니었음. 여기에서 말하는 긍정은, 아마 능력적인 의미에서의 긍정이었던 것 같음. 끊임없이, 넌 토익 900점을 받을 수 있다, 넌 그 자격증을 딸 능력이 있다, 이런식으로 할 수 있다는 인식을 심어주고, 할 수 있는 일은 해야만 하는 일로 동치시키는거지. - dc App
하 이거 오랜만이네. 내가 읽은 건 아니라서 확실하진 않지만 아마 이 책에서 지금 현 시대를 규율사회에서 성과사회로의 이행으로 규정한 거 같은디 그래서 교양에서 현 사회가 규율사회냐 성과사회냐라는 걸 골라서 주장하라 뭐 이런 과제 했던 기억이 나네.
ㅇㅎ 다른 대학에서도 많이 읽히는구나... 우린 서평쓰기 과제였음. - dc App
우린 푸코의 규율사회 다루면서 이책 나온듯. 근데 거의 겉햟기식으로 나와서 별 의미는 없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