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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 같은 책알못은 고전에 대한 선입견이 있다. 첫째, 읽기 힘들다. 둘째, 읽고나면 뭔가 서서히 올라오는게(느껴지는게) 있다. 월든의 책표지에는 '대자연의 예찬과 문명사회에 대한 통렬한 비판이 담긴 불멸의 고전' 이라고 쓰여있다. 고전도 그냥 고전이 아닌 불멸의 고전이다. '불멸'이란 단어가 붙은 만큼 읽기가 더욱 힘들다는 것은 예상가능하다. 실제로도 그렇고. 

 19세기의 쓰여진 책들에 대한 편견일지 모르겠지만, 당시 글들은 굉장히 시적이다. <월든>도 마찬가지다. 은유와 상징이 많이 들어가 있다. 근데 이게 서양의 신화나 철학에 대한 배경지식이 있어야만 가슴에 와닿는데, 배경지식이 거의 없는 나 같은 사람들은 가슴으로 느끼기 이전에 텍스트에 대한 해석 자체에도 시간이 걸린다. 시간이 걸리는 만큼 글을 읽는 것 자체에 에너지 소모가 꽤 크다. 꽤 열심히 읽었는데도 불구하고 <월든>을 완독하는 데에는 5일은 걸린 것 같다. 반면 이전에 읽은 책, 챈들러의 <안녕 내사랑은>앉은 자리에서 다 읽었다. 누군가 <월든>에 삘이 꽂혀 앉은 자리에서 다 읽었다고 한다면, 구라 아니면 언어영역 장인임에 틀림이 없다. 결론은 <월든>은 꽤나 읽기 어려운 책이다.

 월든은 호수다. <월든>은 소로우가 월든 옆에 오두막을 짓고 1년동안 살면서 느끼고, 경험하고, 생각한 것들을 기록한 책이다. 월든에는 부엉이가 있고 기러기가 있고  오리가 있다. 새들이 지저귀고, 호수에는 물고기 수면으로 뛰는 소리가 들린다. 자연의 소리가 가득하다. 누군들 이런곳에 살고 싶지 않겠는가. 물론 사람이 없어 외로울 수 있겠으나, 인간관계에 지칠대로 지친 사람들에게는 누구나 꿈꾸는 곳일 것이다.

 내가 만약 당장 소로우 같이 살아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했다. 2017년 대한민국에서  호수 옆에 집을 짓고 밭을 스스로 경작하는 일 말이다. 내가 사는 제주도로 치면 월든 주변은 해안가인데, 호수나 해변 주변의 땅값은 우선 비싸다. 경관이 좋은 곳이라면 대한민국 어디든 그럴꺼다. 혹 조상님 땅찾기로 경관좋은 곳 인근에 330㎡ 땅이 생겼다고 가정하자. 호수 옆에 집을 지으려면 건축허가를 받아야 된다. 그런데 호수 근처에서 건축허가를 받는 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아닐수도 있다.ㅋ) 개발제한구역 아니면, 러브호텔이나 펜션이 이미 그곳을 점령했기 때문이다. 행여 집을 짓더라도, 먹고 살기 위해서는 농사를 위한 밭이나 논이 필요하다. 누군가에게 밭이나 과수원 아니면 논을 빌려야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농지를 개인적으로 빌리는 건 불법일 확률이 높다. 1996년 이후 취득한 농지는 임대차가 법적으로 불가능 하기 때문이다. 결국, 대한민국에서 돈 없는 사람이 소로우처럼 오두막 짓고 밭갈며, 먹고 산다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나도 새들이 지저귀고, 호수에서는 고기가 뛰는 아침을 맞이하며, 공자를 곱씹어 보고 그리스 신화를 읽고, 러셀의 <게으름에 대한 찬양>을 다시 음미하고 싶다. 그러나 대개 대한민국에선 불법이거나, 굶어죽거나다. 다만 독서는 그나마 합법이고 가격이 싸니, <월든>을 읽으면서 대리만족 하는 수 밖에 없는 것이다. 

ps : <월든>은 읽기 힘든 책임이 분명하지만, 읽으면 읽을수록 우러나는 사골과 같은 책인것도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