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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소설을 쓰기 위해 많은 데를 다녀요. 그러다 보면 몇 개의 이미지가 걸려 들어와요. 그러면 그것이 글을 쓰는 데 많은 도움이 되죠. 책보다도 오히려 세상을 직접 보는 게 훨씬 더 도움이 돼요. 책은 자료나 사실을 확인하는 데는 도움이 되는데, 이미지를 확보하는 데에는 별 도움이 안 돼요. 그래서 책을 별로 안 좋아해요.
물론 나는 책을 아주 많이 읽은 사람입니다. 아마 쓸데없이 많이 읽은 사람일 거예요. 하지만 그것을 추호도 자랑스럽게 생각하지 않아요. 내 친구들 중에 평생 책 한 권도 안 읽은 사람도 있습니다. 나는 그런 사람들을 무시하지도 않아요. 그 사람들은 밥 벌어먹고 살기가 너무 바빠서 책을 안 읽은 거예요. 나는 그 사람들 보고 책 읽으라는 말은 안 해요. 다만 그 밥 버는 일을 성실하고 정직하게 하는 게 좋겠다는 얘기는 하지요.
공자님 글을 보면, 공부를 해야 한다는 얘기가 나와요. 그런데 그것이 책 읽으라는 얘기는 아닙니다. 책을 들여다보라는 얘기하고는 전혀 다른 것이에요. 공자님이 말씀하시는 공부하라는 얘기는 ‘인간과 인간 사이의 관계, 인간과 세계의 관계를 들여다보고 스스로 나아갈 바를 찾아보라’는 뜻이지요. 그러니까 책 들여다보는 공부보다 훨씬 어려운 공부일 거예요.
주희 선생은 또 이렇게 말씀하셨어요. “공자를 읽기 전과 읽고 난 뒤의 내가 똑같은 인간이라면 그 책을 읽을 필요가 없다.” ‘힘들여서 뭐하러 읽느냐. 책이 나를 개조할 수 없다면 그걸 구태여 읽을 필요가 뭐가 있겠느냐’ 하는 것이지요. 책을 읽을 때는 그 책에 쓰인 모든 문제가 나의 문제라고 생각하면서 읽어야 된다는 뜻이에요. 나는 책을 무지하게 많이 읽었음에도 그것으로 인해 내가 바뀌거나 개조되었다고 확신할 수는 없어요. 그러면 ‘나는 무엇 때문에 책을 읽는가’라는 질문에 봉착하면 참 답답하고 암담해요. 그래서 책보다도 더 중요한 것은 세상을 들여다보는 일이라고 생각하는 것이지요.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라는 것은 매우 어려운 것이에요. 우리가 인간과 인간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하고, 어떻게 만들어가야 하느냐는 것이 우리가 세계를 상대하는 거의 모든 문제일 거예요. 그러니까 책보다도 인간을, 이웃 사람을, 친구를 잘 들여다보는 것이, 그들을 직접 이해하려고 하는 것이 훨씬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이것이 책을 읽지 말라는 소리는 아니에요.
넹..센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