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내가 영어로 씌어진 책을 한국어로 옮기는 일을 하고 있다고 했고, 우리는 책 이야기를 하게 되었는데, 어떻게 하다 미국의 작가 레이먼드 카버 얘기도 했다. 나는 그의 책 한 권을 번역했지만 그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고 했다. 카버는 한때 괜찮게 읽었지만 이제는 시시하게 여겨지는 작가의 반열에 오른 대표적인 작가였는데, 그런 작가와 예술가 들이 내게는 너무 많았다. 카버에 대해서 들어본 바가 없는 호보는 어떻게 별로 좋아하지 않는 작가의 책을 번역할 수 있는지 물었고, 나는 어쩔 수 없이 하게 되었다고 했다. 그리고 지금까지 50권가량의 책을 번역했지만 다 어쩔 수 없이 하게 되었다고 했다. 그는 이해한다는 듯, 자신도 지금은 어쩔 수 없이 호보로 살고 있찌만 언젠가 작가가 되고 싶다고 했다. 나는 과연 내 앞에 있는 호보가 작가로 될 수 있을지 의심스러웠지만, 호보로 지내다 작가가 된 사람들도 있고, 사람의 일은 모르니까, 그리고 그가 작가가 되지 말라는 법은 없으니까 작가가 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정영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