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작일 2020/10/23
- 18일차 2020/11/09
- 오늘 읽은 책
1. 체호프 단편선 - 민음사, 박현섭 역
147p ~ 186p - 40p
- 18일차, 드디어 단편의 신, 체호프 단편선 한권을 완독했따. 뿌듯뿌듯
그동안 체호프 단편을 읽으면서 내내 느꼈는데, 체호프는 인물의 기분 묘사를 무척이나 잘한다.
오죽하면, 나 까지 그런 기분을 생생히 느낄 정도 였으니, 이게 바로 공감아닐까?
인물이 처한 상황 속에서 그들이 무엇을 보고 듣고 경험하고 있으며, 그들은 자기가 경험한 그 세계를 어떻게 느끼고 있는지
그들이 그 처지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정말로 쉽게 느껴진다. 정말로 와닿는다.
왜 체호프의 작품은 이렇게 쉽게 와닿는 걸까? 내가 러시아에 살아본것도 아닌데,
그러나 러시아에 안 살아본 게 무슨 상관인가? 다 같은 인간인데,
정도는 달라도 추우면 춥고, 더우면 더운게 사람, 체호프는 사람이라면 느낄만한 보편의 감정과 생각을 너무나 잘 포착하였다.
그리고 그러한 감정과 생각이 피어날만한 상황 설정을 무척이나 잘 한다.
물론 그는 다양한 인간 내면의 총체 중 몇몇 단면만을 뽑아내 묘사하였지만
그 단면을 읽어 감정과 생각을 다시 우리 내면에 피어나게 하기 위함이 우리가 소설을 읽는 이유일터,
그가 소박한 일상에 얼마나 관심이 있었는지, 그 일상에서 경험한 느낌과 생각들을 얼마나 잘 포착했는지..
사과가 떨어진게 무슨 대수랴? 사과가 떨어진 것을 보고 중력을 발견한게 무슨 대수랴?
체호프는 사과가 떨어졌다는 사실보다, 사과가 떨어질 수 밖에 없는 원인보다, 굴러 떨어진 사과를 허리 굽혀 슬며시 주운 묘한 여인이 더 궁금했으리라
그는 세계를 객관적으로 보지 않았다. 그는 세계를 주관적으로 보았고, 이를 정확히 묘사했다.
그런데 우리는 모두 세계를 주관적으로 보지 않나? 우리가 다른 주관을 가지고 살아가지만, 그에게 공감할 수 있었던 이유는...
객관적 세계에 대한 보편적 주관이 실존하기 때문이지 않을까! 우리는 그러하기 때문에 고전에서 통찰을 읽어내는 것이 아닐까!
우리는 모두 같은 인간이다!
체호프가 그것을 말하려 작품을 썼을까?
남정네들끼리 떠난 여행 길에 들른 건물에 들어가보니, 모든 이의 눈을 사로잡는 아름다운 소녀가 있다면
한낱 수컷들은 그녀에게 눈을 떼지 못할 것이고, 한낱 수컷들은 그녀에게서 황홀한 아름다움을 느낄 것이요,
한낱 수컷들은 그녀를 그저 훔쳐볼 수 밖에 없음을 깨닫고 좌절할 것이다.
업무에 지친 어느 날, 지루하기 짝이 없는 비극을 들고와 한번 듣고 평가해달라 사정사정을 하는 여인이 있다면
범인들은 그 일장연설을 듣기가 고역일 것이고, 범인들은 그 일장연설이 언제 끝나나 인내할 것이고,
범인들은 그 일장연설을 인내하다 그만 그 여인의 머리를 후려칠 것이요, 그리고는 판사도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무죄를 선고할 것이다.
그의 작품은 유머가 있다. 실실 쪼개고, 흐뭇하게 바라보고, 엉큼한 면도 있다. 그는 소박한 일상과 유머를 사랑한 작가였다.
그는 왜 소박한 일상과 유머를 사랑했을까?
바로 인생에는 좌절과 추락과 슬픔과 부조리와 한계와 실연과 상실과 무의미, 그 모든 고통들이 있기 때문이지 않을까?
그의 유머는 모두 고통에서 나온다. 소박한 일상 모두 소중하게 묘사된다.
왜 고통에서 유머가 나올까, 우리는 그 고통을 참아내야하기 때문이고, 왜 일상은 소중할까? 우리는 그 일상을 잃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가 몇페이지 짜리 짧은 단편으로도, 과장되고 우스꽝스러운 인간의 단면으로도, 인간의 삶 전체를 조망하며, 통찰하고 있음에 나는 감탄해 마지않으며
체호프를 신으로 추앙하겠다.
체호프 그는 신이야...
오늘까지 달린 거리
801p / 42195p (약 1.89%)
[완독한 책]
1. 융 기본 저작집, 정신 요법의 기본 문제
2. 죄와 벌
3. 체호프 단편선
귀차나서 읽지는 않았지만 정성 생각해서 추천은 박아준다 - dc Ap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