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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측 가능한 결말이 꼭 작품의 완성도를 흐리는 것은 아니다. 특히 결말이 어떠한 형태의 종말이나 개인의 죽음에 관련된다면 독자는 결말의 내용보다 이야기가 결말을 맞이하게 되는 과정에 집중하게 된다.


결말을 예측하게 되는 시점에서 감상자로서의 관점보다는 비평가의 관점으로 작품을 바라보게 될 독자를 다시금 감상자의 영역으로 되돌릴 수 있게끔 하기 위해선, 그들의 마음속 어딘가에 깊숙이 자리 잡은 연약한 감성과 작품이 공명해야만 한다. 짧은 소설 한 권 속에서 이는 무척이나 어려운 일이며 동시에 작품의 완성도를 결정짓는 가장 큰 요소이기도 하다.


이 책의 두께와 분량은 무척이나 얇고 가벼우며, 문체와 묘사 또한 아주 세심하지는 않다. 하지만 결코 내용이 빈약하지는 않으며, 시간이 멈추어버린 듯 현대문명의 조각이 느껴지지 않는 작품의 배경은 언제 이 책을 읽더라도 작품에 몰입하고 공명할 수 있게 만든다. 나는 이런 작품을 무척이나 좋아한다.


이제 나는 눈을 감고 이 책을 다시 떠올리기만 하는 것으로 해변에서 바다를 바라보며 한쪽씩 낀 이어폰과 맞잡은 손을 통해 사랑과 행복을 구가하는 아키와 사쿠의 모습을 언제든 떠올릴 수 있다. 이 책을 읽고 이해하기 위해 소모했던 시간 그 이상의 값어치를 가진 이야기라고 나는 생각한다.


ps. 이 책을 읽기 전 드라마로 먼저 이것을 접했는데, 글을 읽고 있으면 드라마에서 사쿠를 연기했던 야마다 타카유키가 크로우즈 제로에서 광기서린 웃음과 함께 날라차기를 선보였던 모습이 계속 떠올라 미소가 지어지기도 했다. 백야행도 그렇고 크로우즈 제로도 그렇고 명배우의 연기폭은 참으로 존경스러운 부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