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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두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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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조의 역사에서 만력제 신종은 가장 무능한 황제로 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유가 무엇이었던 간에 30년 이상의 기간 동안 선정도 폭정도 아닌 아무 것도 안 했던 황제는 만력제가 유일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만력 초기 10년까지만 하더라도 명재상 장거정의 도움을 받은 만력제는 어린 나이에도 공부에 매진하며 의례에도 열심히 임했다. 하지만 만력 15년을 즈음하여 일어난 입태자 논쟁은 많은 것을 바꿔 놓았다. 만력제는 장남 대신 자신이 사랑하는 정귀비 사이에서 낳은 3남을 황태자로 세우고 싶어했으나, 신하들의 반대로 무산되었다. 저자인 레이 황은 이를 기점으로 만력제의 의도적 태업이 시작되었다고 보고 있다. 


이 책은 1587년을 여러 인물들의 시각에서 조망하며 명조의 문제점을 속속들이 지적하고 있다. 장거정 이후 수보가 된 신시행, 만력제, 명대의 명장 척계광, 유학의 이단아, 이지를 중점적으로 다루며 명조가 쇠락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설명한다. 가장 의외였던 점은 저자가 만력제의 자질 자체를 고평가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물론 만력제가 명조를 병들게 한 암군이라는 점은 레이 황도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그 당시의 여러 문제점들은 이미 명조의 고질적 문제가 터진 것이었다는 것이 저자의 견해이다.

 

필자가 가장 놀랐던 점은 만력 연간의 황권과 신권 문제이다. 정치사를 황권과 신권 문제로 치환하는 것은 진부한 시각이다. 그러나 명조는 황권이 강력했던 제국으로 많이 알려져 있다. 만력 당시의 상황은 일반적 인식을 뛰어넘는다. 마력은 절대적 권위를 가진 천자라는 직위에 있었으나 항상 2만 명의 문관 집단의 견제와 행동 상의 제약을 받았고, 자신이 존경했던 장거정이 조정에 장거정의 일파를 가득 심어 두고, 가르침과 다르게 사치와 향락을 즐기고 있던 것에 큰 충격을 받았다고, 저지는 설명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만 놓고 본다면 명은 임진왜란 직전의 조선이나 왜구나 홍건적이 들끓던 시기의 고려와 비슷하다. 이미 문관 집단은 기득권화 되었고, 장거정이나 척계광 등 극소수의 인물을 제외하고는 변혁에 관심도 없었다. 실제로 척계광이 유능한 장군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명의 군사력을 제대로 증진시킬 수 없었던 이유는 명의 시스템 자체가 한계에 다다랐기 때문이었다.


저자의 관점 자체는 새로웠고, 겉으로는 평온해 보였던 1587년을 집중 조명한 점은 좋았다. 그러나 명조의 시스템 자체를 태초부터 문제가 있었던 구조로  보았던 점과 주자의 철학을 산만하다고 평가한 것에는 동의할 수 없다. 명의 시스템이 태초부터 문제가 있었다면, 명 4대 암군 시기를 포함해 250여년간을 이어져 오지는 못했을 것이다. 이는 조선 자체가 태초부터 잘못되었다는 논리와 비슷한데, 조선은 500여년을 간 수명이 긴 왕조였다. 마찬가지로 명조도 나름의 시스템으로 굴러갈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주자의 철학은 오히려 송대를 거쳐 명대까지도 우주와 인간에 관한 가장 심오한 철학이었다. 비록 심하게 복잡하고 엄격하여 왕수인이나 이탁오 등의 철학자에게 비판 받긴 했지만 저자가 평가한 것처럼 산만한 철학은 아니었고, 오히려 가장 논리적인 철학 중 하나였다. 이러한 점을 유의하면서 이 책을 읽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