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상담 받은지 어언 8개월, 정신과 진료를 받은지는 4개월이 지났다.
처음에는 이런 책들은 아무 의미도 없다고 생각했으나
정신과 팟캐스트를 들으면서 책도 찾아 읽기 시작했다.
독갤에서 이야기하는 흔한 파스텔톤 에세이의 변형이라 할만한 책들이다.
정신과 전문의가 썼다는 차이만 있을 뿐이다.
11월에도, 또 지난 9월에도 몇 권 더 읽었는데
덕분에 이런 종류의 책에 대해 생각을 정리할 수 있었다.
결론부터 얘기하면 이런 심리서적은
치료 시작에는 도움을 줄 수 있으나
본질적으로 나를 바꿔줄 수는 없다.
사실 거의 다 비슷비슷한 책이므로 소감은 이 중에서 가장 유명한 "자존감 수업"에 대한 감상으로 대체해야겠다.
그리고 톨스토이 후기 단편 모아놓은 책은 성경 읽는 기분이었다.
안나 카레니나랑 전쟁과 평화 아직 안 읽어봤는데 흥미가 떨어진다.
괜히 읽었다는 생각이 든다.
그저 그런, 당연한 이야기. 하지만 행하기는 너무 어려운 이야기. 자연스러운 것은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지금 내가 바꿀 수 있는 것에 집중하기. 내가 어쩔 수 없거나 해도 안 되는 건 ‘별 수 없지’하고 넘기기. 근데 너무 어렵다. 그냥 그 정도다. 의학적 내용을 조금 쉽게 설명하는게 끝.
근데 인터넷에서 얘기하는 ‘인스타 감성 파스텔톤 싸구려 위로’는 존재 가치가 있을까? 이 책은 어떨까? 이 책을 비난하는 사람들 중에는 ‘오냐오냐 듣고 싶은 말만 해줘서 발전 없이 그대로 있는다’는 의견이 많다. 나도 전에는 그런 생각을 했다. 하지만 여러 의사나 상담사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생각이 바뀌었다.
결국 인간은 답을 알면서도 여러 두려움 때문에 회피하는 존재다. 그들에게는 답이 필요하지 않다. 두려움을 지워내야 한다. 두려움이 없으면 스스로 답을 찾아 행동한다. 그 이야기를 공통적으로 많이 하더라. 내가 이런 트렌드에 세뇌된 것인지, 그들이 돈과 인기를 바라보고 움직이는 어용학자인지는 모르겠지만 이런 트렌드 자체는 별 문제 없다고 생각한다. 공부 안될 때 ‘공부 쓴소리’ 영상을 찾거나 소위 실패자들의 영상을 바라보며 ‘난 저렇게 안 돼야지’하는 것보다는 훨씬 성숙하다고 생각한다. 교육은, 인생은, 외재적 목적이 아니라 내재적 목적이 우선해야한다. 그 자체로서 가장 중요하고 의미있고 존귀하다.
다만, 전혀 근거 없는 위로는 안 된다. 그건 정말 필요 없는 위로다. 충분한 근거를 갖고 현실적으로 잘 쓰인 책이 필요하다. 계속해서 자신을 닦달하는 사회에서는 이런 싸구려 위로라도 필요하다. 채찍이 너무 많은 세상이다. 번아웃 증후군은 허상이 아니다. 싸구려 당근이라도 먹으며 진짜 당근을 찾아 먹는 법을 고민해야 한다. 싸구려 당근이라도 먹어봐야 당근이 필요하구나 깨닫는다. 그리고 이 당근이 싸구려임을 깨닫는다. 일단 먹어봐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책은 일반론에 불과하다. 사람의 문제는 모두 다르고 치료법도 모두 다르다. 사람이 100명이면 심리적 문제도 100개인 거고 치료법도 100개이다. 이런 책은 읽은 후에 '아, 내가 이런 문제가 있구나. 내가 이런 걸 외면하고 있었구나' 깨닫는 정도, 그리고 심리상담센터나 정신과를 찾아가보는 정도의 역할로 끝이라고 본다. 책을 읽음으로써 내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생각은 어리석은 생각이다. 이런 류의 책은 딱 한두권 정도 읽으면 충분하다. 그 이상은 너무 과하다. 특히 이미 정신과나 심리치료를 받고 있는 사람은 오히려 글을 읽고 더한 실망감과 자책을 할 수도 있다. 정말, 한두권 정도는 도움이 된다. 하지만 그 이상은 과하다.
어쩌다 정신과 의사 나는 생각보다 재밌게 읽긴 했음. 도서관에서 그냥 흥미가길래 빌렸다가
쓰니 우울증으로 치료받아?
나도 받아서 물어보는 거임
나는 분열성 인격장애 치료 받았는데 힘내라 그래도 파스텔 에세이 좆같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읽고 까려고 프로젝트 중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