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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양형 이유, 박주영, 김영사, 2019.
"가난과 주정에, 폭력에, 지옥 같은 하루하루와 희망 없는 미래에 안녕을 고하고자 보따리를 싸고, 아이에게 마지막 짜장면 한 그릇을 먹이려 들렀을 동네 어귀 중국집에서, 눈물을 흩뿌리며 아이가 짜장면 먹는 모습을 보다, 자신의 고통을 아이의 웃음과 맞바꾸겠다 마음먹고 돌린 어머니가 얼마나 많을까. 어쩌면 어머니의 발길을 돌린 건 아이의 염원이었을지도 모른다. 아이는 어머니의 시선을 못 본척하며 세상에서 가장 맛있게 짜장면을 먹었을 게다. 면발 한 올 한 올에 어머니와 자신의 미래가 걸려 있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알았을 게다. 아이들이 모두 천진한 것은 아니다. 예상치 못한 짜장면은 불안하고 행복하지 않은 어머니를 둔 아이들은 영악하다."
한국의 법정이 이런 문장을 쓰는 판사로만 가득찼다면 조금은 더 나은 사회가 되었으리라고 어찌 확신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찾아보니 근래 화제가 되었던, 청소년성매매 범죄와 관련해 자발적 성매매는 없다며 논문 7개를 인용해 판결을 내린 그 판사가 저자였다. 비상식적인 판결이 우후죽순나오는 오늘날에 대단히 의미있는 판결이었다.
물론 저자가 책에서 언급한대로 대중의 시선과 유리된 비상식적인 판결은 다 법적인 나름의 이유가 있다고 한다. 하지만 우리는 알지 않는가. 그 법적인 나름의 이유가 유난히 적용되는 대상들을. 법대로만 시시비비를 따졌을 때 가장 고통스러운 이들은 법 밖에서도 고통스러운 이들임을.
그러한 현실 속에서, "개별적 대상인 인간을 용해해 인식의 틀인 법이라는 금형에 부어 주물을 만들어내는 작업"인 "재판이라는 이 어처구니없는 일"에서 "주물공"을 맡은 판사는 무엇을 잃지 않아야 하며 또 법은 무엇이어야 하는가.
저자는 말한다. 그것은 "인간이 다른 인간에 대해 품는 일말의 애정과 연민"이라고, "법이 곧 정의고, 법이 곧 사랑일 수는 없지만, 법은 정의면서 사랑일 수 있다"고. 그렇다. 제아무리 AI가 수천수만의 판례를 글씨 한 자 빼먹지 않고 외운다고 해도 고작해야 사람 한 명의 사랑에 버금갈 수는 없다. 사람이 사람에 대해 판결을 내려야 하는 이유다.
미려하면서도 법률가다운 명확한 문장, 하지만 책에 담긴 저자의 고뇌를 차근차근 따라가다 보면 그 문장 하나하나 써가는데에 꽤나 품이 들었겠구나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많은 생각과 더불어 많은 울림을 주는 책.
엇 내가 읽은거랑 표지가 다르네
1판 4쇄본인데 속표지는 얼굴그림?러프 스케치? 그려져 있음 그게 님이 본 표지같은데?
ㅇㅎ 그거 맞음. 그게 속표지였구나
좋은 책 알아간다. 문장 지리네.
좋은글 잘봤어
갬성팔이 노노
ㄳ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