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셜리 잭슨의 책을 읽어본 건 이게 처음이다. 물론, <제비뽑기> 단편은 너무 유명하다보니 다른 지면으로 읽었고 충격받았지만, 그건 셜리 잭슨만을 위한 책은 아니었으니 말이다. 어쨌든, 그래서 이 단편집을 읽으면서도 이미 어느 정도 각오를 하고 있었다. 상당히 심리적으로 까칠하고 매서운 책이 될 것이다. 실제로도 그랬다.
이 단편들이 띠는 공격성은 플래너리 오코너의 단편들과 어느 정도 유사하다. 어느 정도 온건한 세상에서 악이나 끔찍함으로 가득한 존재가 돌연히 모든 것을 찢어발긴다. 다만 오코너와의 차이점은, 대체로 오코너의 글에선 이런 존재가 외부에서부터 침입하듯 등장하는 데에 비해 잭슨은 안에서부터 모습을 드러낸다는 점이다. 비교적 오코너스럽다고 느낀 <마녀>와, 이와 대조적으로 확실히 잭슨스럽다고 느껴진 <꽃으로 꾸며진 정원>을 함께 두고 이야기해보겠다. (물론, 둘 다 잭슨의 글이다.)
<마녀>는 상당히 짧지만 과격한 단편이다. 한 가족이 기차에 타 있고, 그 집 자식이 창밖을 내다보다 늙은 마녀를 보고 그녀에게 꺼지라고 하자 그녀는 그에게 찾아와 그를 잡아먹겠다고 하고 그는 가볍게 무시한다. 그러다 한 늙은 사내가 가족들에게 친근하게 다가와 소년의 옆에 앉아 이야기를 한다. 친절하고 온난한 어조로 인사를 하다가, 자신의 여동생을 잔인하게 죽인 이야기를 아무렇지도 않게 털어놓고 소년에게 너도 네 여동생을 그렇게 죽이라고 말한 뒤 그대로 사라져버린다. 소년은 잠시 멍하니 있다가, 그 마녀가 바로 이 노인이리라 깨닫는다. 이런 식의 푹, 찌르는 듯한 침입. 자신의 (다소 편향적이지만) 안락한 세계를 그대로 뚫고 들어오는 상대. 그리고 함께 뒤따르는 일종의 깨달음Epiphany. 오코너의 단편에서 자주 보았던 구도다.
반면 <꽃으로 꾸며진 정원>은 보다 덜 신비주의적이다. 이곳에서 악은 한 세계의 밖에서부터 침입하는 것이 아니라, 그 세계가 자기 안으로부터 자연스럽게 끌어내는 것이다. 위닝 부인은 외부에서부터 이 마을에 들어와 십년을 넘게 함께 살며 이 마을에 대한 약간의 염증과 소속감을 함께 품고 있는 인물이다. 덕분에 외부에서 새로 들어온 매클레인 부인으로부터 자신이 은근히 원하던 속성을 찾고 그녀와 친해진다. 그러나 매클레인 부인이 마을에서 엄격히 금지하는 선을 넘고 마을의 다른 사람들로부터 배척당하기 시작하면서, 위닝 부인은 자신 역시 "말을 전해달라고 다른 사람한테 부탁"당할 존재로 전락하고 싶지 않아 다른 사람들처럼 그녀를 배척한다. 최후, 정원 위로 쓰러져버린 거대한 나무 앞에서 위닝 부인은 마을의 그 싸늘한 악을 대표하게 된다.
<제비뽑기> 단편을 읽으며 매카시즘과 파시즘에 대한 경각심을 느꼈다는 독자들처럼, 이 단편 역시 어느 정도 그런 면이 있다. 여기에서의 악은-비록 지금 와서는 다소 뻔한 이야기처럼 들리겠지만-한나 아렌트가 아이히만의 예를 들어서 말한 '평범한 악'의 발현이니 말이다.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의 신뢰도에 대한 문제는 알지만 어쨌든 복종에 대한 실험과 같이 그녀가 제기한 문제의식은 여전하지 않나.) 그리고 대체 어느 순간부터 나왔는지 모를 악은 어느새 작중의 세계를 조금의 여유도 남기지 않고 완벽하게 물들여놓는다. 덕분에 비교적 예민한 사람은 이 글을 읽으며 스스로의 판단과 생각에 대해 신경 쓰이다 불안한 느낌이 들 것이고, 그렇지 않은 사람은, 불쾌해질 것이다. 나는 후자 쪽에 더 가까웠다만.
어쨌든 이 일상적인 언어로 서술되는 급작스러운 뒤집힘과 악의 잠식이 상당히 불쾌하게 인상적이다. 전에 조이스 캐럴 오츠의 단편집을 읽으면서 감탄했던 부분이 사실은 셜리 잭슨의 글에서 더 먼저 등장했던 것 같다. 천재적으로 귀기 어린 작가이고, 동시에 이런 사람이 이웃이 아니었으면 한다. 아마 이 사람의 눈에는 나를 포함한 모든 이웃이 그런, 언제든 날카로운 비수를 찌를 수 있는 신비로운 악의 가능성 중 하나로 보일 게 틀림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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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릭시르에서 한 번에 쫙 내고 그 뒤론 소식이 없더라..
마녀 꿀잼처럼 보이네
짧다는 것만 빼면 최고임
오 표지봐 재밌겠다
난 지루해서 덮었는데 다시 읽어봐야겠다
재밌겠다 소개해줘서 고마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