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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스



어제는 육면체에 가까웠고 또

들여다볼 수 없었지.

오늘은 뜻밖의 곳에서

뜻밖의 것들이 튀어나온다.

두더지의 머리라든가

누군가의 손에 들린 피 묻은 망치 그리고

,

어깨에 떨어지는 빗방울 같은 것

칼끝 같은 것


당신은 상자 속을 걸어갔네.

큰 것과 작은 것이 들어 있는 거리를

흔들어도 소리가 들리지 않는 골목을

상자 밖에서 드디어

누군가 당신을 부르는 순간을


헤이,

사람들은 모두 등 뒤를 가졌지,

여긴 공기가 희박해.

한 문장보다 외로워.

지금 나는 당신의 바깥에 있나 당신이

나의 캄캄한 내부에 있나.


끝까지 포기한 사람이

망치를 들고 다가왔다.

당신이 막

상자에서 머리를 내미는 순간

,

떨어지는 빗방울처럼


-2016 이장욱, 시집 <영원이 아니라서 가능한>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