ㄹㅇ 좋다니까



청노루 - 박목월



머언 산 청운사
낡은 기와집

산은 자하산
봄눈 녹으면

느릅나무
속잎 피어가는 열두 구비를

청노루
맑은 눈에

도는
구름











승무(僧舞) - 조지훈



얇은 사(하이얀 고깔은

고이 접어서 나빌레라.

 

파르라니 깎은 머리

박사(薄紗고깔에 감추오고,

 

두 볼에 흐르는 빛이

정작으로 고와서 서러워라.

 

빈 대()에 황촉(黃燭)불이 말없이 녹는 밤에

오동(梧桐)잎 잎새마다 달이 지는데,

 

소매는 길어서 하늘은 넓고,

돌아설 듯 날아가며 사뿐이 접어 올린 외씨보선이여.

 

까만 눈동자 살포시 들어

먼 하늘 한 개 별빛에 모두오고,

 

복사꽃 고운 빰에 아롱질 듯 두 방울이야

세사(世事)에 시달려도 번뇌(煩惱)는 별빛이라.

 

휘어져 감기우고 다시 접어 뻗는 손이

깊은 마음 속 거룩한 합장(合掌)인 양하고,

 

이 밤사 귀또리도 지새우는 삼경(三更)인데,

얇은 사(하이얀 고깔은 고이 접어서 나빌레라.








돌아오는 길 - 박두진



비비새가 혼자서

앉아 있었다.


마을에서도

숲에서도

멀리 떨어진

논벌로 지나간

전봇줄 위에,


혼자서 동그마니

앉아 있었다.


한참을 걸어오다

뒤돌아 봐도,

그때까지 혼자서

앉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