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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삶이 어땠으면 바라냐고 묻는다면 "재미라곤 한 톨 없어서, 자서전으로 쓰면 배게가 되고, 어느정도 각색해서 최대한 재밋게 지어낸다해도 라면 받침대정도로나 쓰일 삶"을 원한다. 가정적인 사람이 되고 불안감이라곤 한 점 없이 안정적으로 수입을 벌고 아이들을 훌륭히 길러내고 싶다. 모험이니 스릴이니 같은건 텍스트 너머로나 보고 싶다.

스트릭랜드는 내가 바라던 삶은 족쇄처럼 여겼다. 예술가의 삶이란건 대체 뭘까? 혼란한 삶이 그들을 예술가로 만드는 걸까? 아님 예술가로서의 자신이 혼란한 삶을 유도하는걸까?
폴 고갱이 어떻게 살았는지는 기억하기로 고등학교 미술 시간에 들었었다. 듣고나서 내 감상은 양아치가 전부였다. 그의 삶을 긍정해줄 여지라곤 하나를 못 느꼈다. 아마 천재의 삶이란 건 그런거겠지.

멋진 책이었다. 화자가 스트릭랜드와 만났던 일화들을 얘기하는 것도, 그 훗날의 이야기를 전해듣는 모습들도, 서술하는 방식만으로도 꽤 흥미로웠다. 무엇보다, 화자의 태도가 지극히 일반인과 맞닿아 있어서, 셜록홈즈의 서술방식이 떠오르기도 했다. 개인적으로 셜록홈즈의 서술법을 언제나 그리워했기에 막힘없이 읽을 수 있었다.
작중 화자가 글을 쓰는 사람으로 설정된 건 흥미로웠다. 아마 소설가인 서머싯 몸이 폴 고갱의 일화에 감격을 받아, 자신의 어투로 책이 쓰고 싶어져서 만들어낸 화자인 것만 같았다. 글쟁이 화자 답게 그가 미술을 대하고 표현하는 방식은 화려하고, 절도 있었다.

나는 미술은 고사하고 영화조차도 깊이있게 못 느끼기에 고갱의 미술작품을 보더라도 미술책에 쓰여있는 감상을 읊을 순 있더라도 정작 "너는 어떻게 느끼는데" 라는 질문에 "타히티가 몰디브가 맛있는데 맞나?" 정도 밖엔 못 말하는, 천박한 인간인지라, 글쟁이 화자가 읊어주는 그 감상이 어지간히도 고마운것이고 어느 날 고갱의 그림을 다시 마주하는 날에는 「달과 6펜스」의 글귀들이 떠오를 것이다.




그럼, 그 단순하고, 냉담한 색채의 뒤에서 스트릭랜드, 고갱이 차갑게 비죽이며 말해줄 것이다.






"자네, 정말 못말리는 감성주의자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