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지금 세 번째 읽는 것 같다. 중딩 때 한 번 군대가기전애 한 번 그리고 서른 넘어서 한 번.

오랜만에 다시 읽다 보니 술술 넘어가는 것은 둘째치고 보이는 게 매우 달랐다.

예전에는 무공과 싸움에 눈이 갔지만 이제는 힌 발 떨어져 개연성에 눈이 많이 갔다.

김용은 우선 곽정을 천하영웅으로 만들고 싶었던 것 같다. 그래서 칭기즈 칸과 자꾸 독대하는 신을 넣었다. 세계 최고의 영웅에게도 할 말을 하는 놈이므로 대단한 놈이다 라고 말하고 싶었던 것 같다.

그리고 극중 동사서독 남제북개로 통칭되는 모든 고수와도 질기게 또는 억지스럽게 인연을 맺어갔다. 석벽 뒤에 일주일 숨어 운기조식 하는 동안 밖에서 얽히는 일이라든지. 아니면 주백통이 구천인을 따라 서역에 와서 당시 몽고 장군으로 서역 정벌 중이던 곽정을 만나게 된다든지.

아무튼 좀 억지스럽게 이어지는 부분이 많다고 느꼈다. 이건 개연성 자체가 떨어지는 것 같은데 금국 완안홍렬이 악비의 무목유서를 얻어야 천하를 얻는다며 집착하는 모습에서도 그랬다. 작가가 주간연재에 쫓겨서 그랬던 것 같기도 하고. 처음부터 팩션을 염두에 두고 중요 사건에 맞춰넣어야 해서인 것 같기도 하다. 재미는 있었으나 니이먹고 보니 좀 엉성한 것이 마음이 씁쓸하다. 창문넘어도망친 100세노인과도 비슷한 부분이 있다.

그래도 얽히고설킨 인연의 잡다함. 각 인간군상의 기구한 사연과 감정들을 보는 맛이 있어 좋았다.

나중에 한 번 더 볼지 모르겠지만 이번 독서는 나름대로 좋았다.

- dc official Ap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