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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랜즌 덕분에 가정소설에 빠져들었고, 터질 것 같은 내면 묘사의 재미도 알게 됐다. 은총을 많이 입다보니, 작품 속에서 어떤 사건이 터지든, 캐릭터가 등장하든, 묘사가 서술되든 대체로 옹호적인 시선으로 감상하는 축이 되었다.
그런데 이번 작품은 그런 시선 속에서도 ‘음..?’하는 부분들이 종종 있었는데, 특히 후반부로 갈수록 그랬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프랜즌 찍먹하고픈 사람은 ‘인생수정’만 읽고 빠지자“. ‘자유’는 ‘인생수정’의 다운그레이드 버전이다. 캐릭터, 에피소드, 흐름 등등이 어디선가 봤던 것들이고 대체로 임팩트도 약한 편이다. 물론 그렇다고 쿠소작이라는 뜻은 아니다. 인물 간 대화, 관계, 사건은 눈길을 뜬다. 그저 인생수정과 비교했을 때, 그 임팩트가 약하다는 뜻이다.
또한 갈수록 전개가 대담해진다. 마이콜에게서 칼을 건네받은 고길동 마냥 날뛴다. 특히 후반부 랄리사의 교통사고 장면 이후부터는 ‘어? 씨발, 프랜즌 형..’ 싶을 정도다. 9년이나 준비한 작품이 이렇게나 갑작스럽게 진행되다니. 왜 그럴까 곰곰이 생각하다 두 가지 예상을 해보았는데.
1. ‘아, 존나 귀찮네’
인생수정이 2001년에 출간되었고 자유는 2010년에 출간되었다. 9년의 세월 동안 한 작품에 몰두하다 보니, 아니면 정반대로 다른 일로 인해 정신이 없다보니 집중력이 흐트러진 걸까? 랄리사의 뜬금없는 죽음, 지나칠 정도로 이상적인 해피엔딩. 정말 귀찮아진걸까 싶을 정도로 대담하다. 톨스토이가 안나 카레니나가 이제 죽었으면 좋겠다고 괴로워한 것처럼 프랜즌도 버글런드 가가 지겨워진 걸까.
2. DFW의 죽음
랄리사의 죽음을 보며 나는 DFW의 자살이 떠올랐는데, 물론 DFW는 평소 깊은 불안장애를 겪고 있어 그 전조가 보였을지도 모르나, 둘 다 예상치 못한 사고라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는 게 아닐까하는 의문도 들었다. DFW는 2008년에 자살을 했는데 자유의 출간 연도는 2010년. 랄리사의 죽음도 거의 후반부에 등장하기에 시기적으로 겹치는 것이 아닐까하는 킹리적 갓심이 들었다. 친구의 죽음에 모든 게 갑자기 덧없어진 걸까. 개연성을 짜맞추는 일에 싫증이 난 걸지도.
중후반까지는 차근차근 모래성을 쌓듯 스토리를 구축해나가다가 종국에는 도라에몽의 4차원 주머니에서 거침없이 도구를 꺼내드는 느낌이랄까. 누가 소설에서 포켓몬 언급한 핀천 후배 아니랄까봐...
인생수정의 주제가 ‘한 지붕 아래 좆같은 가족에게도 볕들 날은 있다네.’라면, 자유의 주제는 ‘튜닝의 끝은 순정’이라고 할 수 있다. 다시 말하자면 인생수정은 ‘가족’, 자유는 ‘사랑과 방황’이다. 그래서 그런지 약간의 성숙(?)한 맛이 느껴진다. 어른들의 매운 사랑이랄까..(笑) 아무튼 한국을 세 번이나 언급해준(한국 전쟁, 한국 현대 자동차, 김치) 조너선 프랜즌에게 사랑을 표하며 감상을 마친다. 시간 나면 순수도 읽어봐야지...
도서관 갔는데 순수 3권 연달아 꽂혀 있더리 - dc Ap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