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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마음이 힘들어서 집에 돌아다니는 힐링에세이처럼 보이는 책을 한권 집어 들었다.


허지원이라는 심리상담사가 쓴 <나도 아직 나를 모른다>는 책이었다.


저자가 현직 상담치료사를 하면서 뇌과학 쪽을 공부해서 그 두가지 지식을 한 책으로 묶어보자가 기획의도였던 것 같은데 잘 구현되진 못했다.

단지 예를 들자면, 우울증이 있는 환자의 사례 -> 우울증이 걸린 뇌가 보이는 반응 -> 우울증 걸린 사람과 상담할 때 해 준 말 순으로 기술되어 있을 뿐,

2번과 3번을 연결해 주는 무엇은 없다.


뭐 그리고 쓰여져 있는 말도 요즘 트랜드와 마찬가지로

굳이 그렇게 애쓰지 말자. 원래 인간은 불완전한 존재이고, 너만 그런 것도 아니고 모든 인간이 다 불완전하고,

자존감이 높으면서 완벽하게 일을 하는 사람은 환상 속에서만 존재하니까,

굳이 존재하지도 않는 그런 사람과 너를 비교하면서 또 다른 스트레스를 받지 말고,

그냥 되는대로 살면서 조금씩 무엇인가 의미있는걸 쌓아나간다면 그것으로도 아주 충분한 인생이다. 뭐 그 정도 되는 말이다.


그래도 저자가 조금은 진심으로 쓴 글임이 느껴져서

<언어의 온도> 따위의 책을 볼 때보단 한결 읽을 만 했다. 필요했던 조금의 위로도 받았고뭐 책 주제에 그러면 충분한거 아닌가 싶다.


우연히도 이 책과 동시에

<특이점이 온다>로 조낸 유명한 레이 커즈와일이라는 미래학자이자 개발자이자, 사업가인 양반이 쓴 <마음의 탄생>라는 책을 같이 봤다.


이 책은 뇌의 작동 방식과 그것을 본 떠 만들고 있는 인공지능/알고리즘의 작동 원리에 대해 소개하고 있는 글이다.

꽤 전문적인 내용이지만 그래도 저자가 글을 굉장히 다이렉트하게 쓰는 편이라, 그렇게 어렵다고 느껴지진 않는게 장점이다.

그리고 이 아저씨 좀 위험한거 아니야 싶을 정도로 인공지능 기술에 대해서 굉장히 낙관적이고 극렬 찬성론자에 해당해서 저자가 하는 주장도 재미있긴 하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절판이긴 한데, 밀리의 서재에도 있고 뭐 구할려고 하면 구할 수 있으니,

뇌과학이나 인공지능에 관심 있는 사람은 한번쯤 읽어봐도 좋을 것 같지만, 나도 문외한 수준이라 뭐가 좋은 책이다 라고 말할 처지는 아니다.


암튼 이 글의 목적은 책 소개가 아니라,

우연하게도 이 두가지 책을 동시에 읽어나가면서 든 생각이

인간은 불완전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모순된 생각과 행동을 할 수 밖에 없다.

(사실 그걸 받아들이지 못해서 많은 철학 서적들이 꼬이고 꼬인 그래봤자 모순되는 논리를 개발해야 되었던 것일 수도 있다.)

근데 이러한 인간 존재와 사고의 모순이야말로, 인간과 동일한 수준의 의식을 가지고 있는 인공지능이 개발을 좌초시킬 결정적인 단서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참고로 커즈와일을 2030년 쯤에 튜링테스트를 통과할,

그래서 인간이 상대방이 인간이 아님을 구별할 수 없는 수준의 의식을 가진 인공지능이 개발될 것이라고 단언하고 있다)


그러니까 인간과 동등한 수준의 의식을 가진 인공지능이라면, 인간처럼 100%까지 의도된 것은 아니지만,

아무튼 의도된 것과 의도되지 않았던 것, 의도되었지만, 자아는 그 의도를 미처 인지하지 못하고 있거나, 의도적으로 그 의도를 은폐하고 있는 것 등

다양한 층위에서 사고체계에 모순/오류가 존재하여야 하고,

그 모순/오류는 반복되기는 하지만 구체적인 양상은 미묘하게 변화하는 그런 알고리즘을 가진 인공지능이어야 하는데,

그런 인공지능이 구현될 지 여부는 차치하고서라도

그딴 식의 알고리즘을 수행하는 인공지능이라면 과연 그게 무슨 쓸모가 있단 말인가?


또 쓰다보니 블라블라 길어졌다 ㅠ


마음이 허해서 그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