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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란 많은 것을 관찰하고, 판단은 조금만 내리는 일을

생업으로 삼는 인간입니다."


●소설가가 좋은 이야기를 만들기 위해 해야 할 일을 지극히 간단히

말하자면, 결론을 준비하기보다는 그저 정성껏 계속해서 가설을

쌓아가는 것이다. 우리는 그런 가설들을, 마치 잠든 고양이를 안아들

때처럼, 살그머니 들어올려 이야기라는 아담한 광장 한 가운데에 하나

씩 하나씩 쌓아올린다. 얼마나 자연스럽고 솜씨 좋게 쌓을 수 있는가,

그것이 바로 소설가의 역량이 된다.



●문학은 무력하다고도 말할 수 있다. 역사적인 즉효성은 거의 없다.

그러나 적어도 문학은 전쟁이나 학살이나 사기나 편견을 만들어내지는

않았다. 거꾸로 그런 것들에 대항하는 무언가를 만들어내기 위해 지치

지 않고 꾸준한 노력을 계속해왔다. 물론 거기에는 시행착와 자기모순

이 있고, 내분이 있으며 이단이나 탈선도 있었다. 그래도 전체적으로

문학은 인간 존재의 존엄의 핵을 희구해왔다. 문학이라는 것 안에는

그런 계속성 안에서 언급되어야 할 강력한 특질이 있다.


●소설가는 뛰어난 거짓말을 함으로써, 현실에 가까운 허구를 만들어

냄으로써, 진실을 어딘가 다른 곳으로 끌어내고 그곳에 새로운 빛을

비출 수 있습니다. 진실을 있는 그대로 파악하고, 정확하게 묘사하는 일

은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 소설가들은, 진실을 꾀어

허구가 있는 곳으로 옮겨놓고, 허구의 형태로 치환하여 진실의 끝자락

이라도 붙잡으려 애쓰는 것입니다.



"혹시 여기에 높고 단단한 벽이 있고, 거기에 부딪혀서 깨지는

알이 있다면, 나는 늘 그 알의 편에 서겠다." -예루살렘상 2009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