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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와 21세기의 차이 중 가장 크게 긍정적으로 변한 차이는 무엇일까? IT 산업을 위시한 과학의 발전? 지구촌이라는 단어를 탄생시킨 교통의 발전? 21세기가 고작 1/5 남짓 지난 지금 확언하는 것은 크게 의미 없는 일일지도 모르나, 가장 소중한 가치인 인명이라는 관점에서 첫번째로 손꼽히는 것은 전쟁의 빈도와 규모가 줄어들었다는 사실일 것이다. 그리고 전쟁에 한해 20세기와 21세기를 비교하기 위한 표본의 두께가 달라 이 주장에 힘을 실어주지 못한다는 지적은 20세기가 전쟁이 야기한 피해와 후유증이 모든 100년들의 집합 중 가장 컸던 시기임을 고려했을 때 큰 의미를 가지지 못한 지적이라고 생각한다. 인류에게 가장 깊고 가장 큰 참상을 남긴 두 번의 세계 대전때문에, 수많은 젊은이들이 너무나도 손쉽게 죽어나갔다.
미시마 유키오의 소설 『봄눈』의 시작 역시 전쟁과 무관하지 않다. 깊이 있는 감수성과 스스로의 거만함에 시달리는 기요아키와 속이 깊고 의리 있는 혼다가 러일전쟁에 참전한 군인들이 모여있는 사진을 두고 이야기하는 부분이 이 소설의 가장 처음을 장식한다. 군인들의 사진은 작중 기요아키가 정열과 일탈이 가득한 행적을 반복하는 와중에도, 기요아키의 시선은 자꾸만 자신과는 정반대의 삶을 산 군인들의 사진에 꽂혀 꼭 자신의 행위를 변명해야 할 때 그럴듯한 항변을 하지 못해 곤혹을 치른 적이 있을 정도로 그의 삶에 큰 의미로 자리잡았다. 이 현상에 대해 친구인 혼다가 내린 진단은, 당시 러일전쟁으로 대표되는 행위적 전쟁의 시대가 저물어가고, 새로이 감정적 전쟁의 시대가 대두했음을 주장하는 것으로 기요아키와 군인의 연관성을 이어 설명했다. 또한 시대는 바뀌었어도, 앞선 시대에서 젊은이들이 흘리던 피를 더이상 흘리지 않게 발전한 것도 아니라는 이야기 역시 덧붙였다. 혼다가 아는 한, 기요아키는 감정적 전쟁의 첫번째 희생자였으며 바뀐 시대에도 젊은이들이 목숨을 잃는 일이 빈번하게 일어날 것임을 보증하는 훌륭한 예가 되었다.
뼈대 있는 가문의 귀공자로 자란 기요아키가 20세의 젊은 나이에 사랑이라는 진부하고 효과적인 장벽에 가로막혀 생을 스스로 마감하는 안타까운 선택을 했음에도, 상사병의 발단이 순전히 본인 책임이었기 때문에 안타까움과 안타까움 이상의 미련함이 맞물려 있는 복잡한 감정을 야기시켰다. 그가 극단적인 선택지를 고르게 된 배경인 사토코와의 이별과 절연은 그녀가 왕실의 방계 가문과 언약을 주고받기 전에 단 한번만이라도 사토코의 입장을 이해하고 행동했으면 일어나지 않았을 참사였음이 가장 큰 이유다. 기요아키는 용모와 가문까지 하나 빠짐 없는 인재였고, 그로 인해 다른 사람들을 하찮게 여기게 되었으며 자신만의 세계에 아무도 발을 들일 수 없다는 불필요한 자부심 때문에 오랜 기간 같은 시간을 보낸 이누마, 속이 깊고 타인의 감정을 배려해주는 친구 혼다는 물론 친누나같이 막역한 사이였던 사토코 역시 자신의 마음 깊숙히 들이지 않는 차갑고 개인주의적인 인물이었다.
즉, 기요아키는 최종적으로 사람 사이 관계의 중요성을 알려 주게 된 사토코를 바라보던 최초의 관점은 거만한 태도를 지속적으로 유지했다는 것이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위치를 평등하게 보지 않았던 것은 기요아키가 사토코에 비해 외적으로 모자람 없는 인물임을 감안하더라도, 아름다운 용모를 지닌 사토코를 자신이 원하는 자리에 출석시켜 다른 사람들에게 열등감을 심어주는 것에 만족하는 등 사람 사토코가 아닌 도구 사토코의 '쓸모있음'에 만족하는 편협한 인물이었음을 부정할 수는 없을 것이다. 사토코는 처음에는 기요아키의 냉랭함과 이기주의에 상처받았고, 작품의 중반부에는 자신과의 부적절한 관계를 이어나가려는 그의 열정에 감응되었고 그 열정에 반발하는 세상에 의해 상처받았다. 기요아키의 변덕과 고집 때문에 엉터리처럼 얽힌 실타래를 불교에 귀의함으로써, 자신을 희생하는 것으로 해결해 사랑스럽고 변덕스럽던 기요아키를 마지막까지 배려했다.
이처럼 선인의 표본에 가까운 행적을 보인 사토코이지만, 500여 페이지에 육박하는 작품 내내 사토코의 속내가 정확히 조명되지 않아 더더욱 그녀가 불쌍하게만 보인다. 그녀에 대한 평은 뒤틀린 사고관에 의해 뒤틀린 행동과 마음가짐을 가진 기요아키의 관점에서 해석되어 그와 같은 수준으로 격하되고 폄하되었다. 기요아키의 죽음이 안타까움만을 이끌어내지 않는 이유이다. 지극히 전통적인 일본의 가치를 숭상하는 작가가 쓴 전통적인 일본의 풍토와 감정이 물씬 드러나는 작품의 전통적인 일본이 중요시한 가치에 부합하는 여성이, 유일하게 작품의 분위기에 끝내 녹아들지 못한 인물에 의해 작품 내내 상처받았다.
『봄눈』은 유키오의 『풍요의 바다』를 구성하는 네 편 중 첫번째 작품에 해당한다. 작품의 끄트머리에 위치한 역자의 말을 보건대 이후의 작품들에서도 지극히 특이한 인물인 기요아키를 관찰하는 혼다라는 기존의 관계가 봄눈이 끝난 이후에도 계속 되풀이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예컨대 봄눈의 다음 소설에서는 기요아키의 첫번째 환생이, 다음다음 소설에서는 두번째 환생이 혼다를 마주할 것이다. 혼다는 이 소설에서, 고작 1910년대라는 시점에 행위적 전쟁의 시대가 저물고 감정적 전쟁의 시대가 떠오를 것이라고 예측했다. 불과 반 세기도 지나기 전에 두 차례의 세계 대전을 겪을 시점에 말이다! 『봄눈』은 아직 두 번의 세계 대전은 일어나지도 않은 시점에 가한 저런 단언이 후속작에서도, 세계 대전과 핵을 겪고 전범국임을 인정한 1940년대 일본의 땅에서도 기요아키라는 지극히 비틀린 존재를 관통할 수 있을지, 글 하나는 맛깔나게 뽑아내는 뒤틀린 가치관의 유키오는 환생의 당위성과 혼다의 행적을 저 시대에 어떻게 풀어나갈 것인지, 후속작에 더더욱 큰 기대를 품게 만드는 작품이었다.
풍요의 바다 너무 궁금하다
일어 능력자들이 부러워 원서로 읽는 사람도 있던데
오... 감정적 전쟁 얘기 하니까 병신과 머저리 떠오르네
유키오는 감정적 전쟁이라는 표현을 썼지만 실상은 남자가 여자 쥐락펴락하다가 탈나서 자기가 먼저 나가떨어진거임 ㅋㅋ 사토코는 처음부터 끝까지 당하기만 했는데 전쟁이라는 표현이 맞나 싶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