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은 책: <표백>, <도쿄 기담집>, <스푸트니크의 연인>


3066p, 7.26%



<표백>은 좋았다. 다만 평점 6점을 받기에는 조금 부족했다. 6점을 받은 <열광금지, 에바로드>와 이 작품의 차이점을 깊이 생각해 보았다. 결론은 '얼마나 감정적이었는가'의 차이가 1점의 차이를 만들어 내었다는 것이다. 작가가 책에서 말하듯이 '자살 선언문'과 같은 수치(數値)가 없는 감정적인 글을 반박하기 위해 논리를 사용하는 것은 바보 같은 짓이다. 그렇게 말하면서 작가는 논리적으로 세연을 반박했다. 그것이 <표백>을 필요 이상으로 분석적이고 자살 선언문에 의존하는 글로 만들었다. 이와 반대로 <열광금지, 에바로드>에는 열정이 넘쳐흐른다. 아마 이 글이 작가의 진정한 '자살 선언문 반박'일 것이다. 결말 부분에 주인공은 3년 안에 무언가 의미 있는 활동을 해서 세연을 반박하겠다 선언한다. 그 결과로 탄생한 '디스이즈더리즌 닷컴'이 바로 <열광금지, 에바로드>다.



작가는 의도적으로 <표백>을 미완성으로 만들었다. <표백>은 <열광금지, 에바로드>와의 결합을 통해 비로소 완전해진다. 세연은 지나치게 염세적이었다. 그녀에게는 종현처럼 무언가를 진심으로 좋아해 보고, 그것을 위해 열정을 다하는 시간이 절실히 필요했다. 어차피 우리는 관성으로 살아가는 존재이니까, 어깨에 힘 꽉 줄 필요 없으니까, 좀 편하게 하고 싶은 일을 해도 좋지 않았을까.



<도쿄 기담집>은 하루키다운 단편집이었다. '괴담'이 아닌 '기담'인 이유는 괴기함이 우연의 탈을 쓰고 있기 때문이다. 등장인물의 말마따나 우연은 언제나 일어나고 있고, 우리나 그것을 의식할 때 비로소 기적으로 탈바꿈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하루키는 단편에 바탕을 둔 장편을 많이 써왔다. 그렇다면 이 단편집에 있는 작품도 장편이 될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 이 책의 단편이 모두 장편화 된다고 한다면 나는 <어디에서든 그것이 발견될 것 같은 장소에서>가 가장 기대된다. 장편을 염두에 두고 쓰던 도중 급하게 완결 낸 것 같은 <어디에서든>은 엄청난 잠재력을 가지고 있지만, 단편이라는 구성적 한계로 인해 그 매력이 제대로 드러나지 않고 있다. 이 작품이 이대로 썩는다는 것은 너무 아깝다.



<스푸트니크의 연인>에 대해서는 아주 할 말이 많다. 따로 긴 독후감을 써야 할 것 같기에 간단한 인상만을 말하자면, '상당히 어려웠다.' 구체적인 감상은 독후감에 남기겠다.



평점은 <표백> 5점, <도쿄 기담집> 4점, <스푸트니크의 연인> (?)점이다. (5점 만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