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시간 정도 이동하는 시외버스 탈 일이 있었음.
폐쇄된 곳에서 행동 제약된 채 정해진 시간 있어야 한다면
누구든 느껴지는 약간의 긴장감 정도만 있는 성향임.
별다른 생각 없이 단편집 하나 골라서 버스에 앉았음.
저자는 기억이 안 나는데 수상집 모음 같은 부류에 섞여 있었음.
책 읽는데 주인공이 전쟁 때문에 토굴 같은 곳에 갇혀서
밤마다 부인이 살며시 가져다 주는 끼니를 먹으며 연명하는 내용이었음.
그걸 보는 순간 버스 안의 살짝 어둡고 컴컴한 분위기와 불편한 좌석
그리고 주변 시야가 아늑한 걸 넘어서 온통 조여오는 정밀함이 저 내용 하나로 다 느껴짐.
구토만 없는 전형적인 괴로움이었음.
괴로움이 커지기 전에 멈춰야지 하는 단발성 생각으로 책을 덮고
의자에 반 쯤 기댄 채 눈을 감고 생각을 비우려고 함.
그 때부터 얼굴에 붙어 있는 이목구비의 무게가 느껴지기 시작함.
황당함과 병적인 증세인가하는 어리둥절함이 동반됨.
눈 코 입의 중량이 평소와 동일하다는 걸 인지하려고 인위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함.
한마디로 얼굴 부위를 기형적으로 조절하면서 안도감을 느끼려고 함.
누군가 봤으면 급성 안면마비가 와서 발악하는 줄 알았을 듯. ㅋㅋㅋ
그 후 일정대로 도착한 휴게소에서 시원한 공기로
훨씬 여유로워짐.
여유가 전보다 나아진 정도의 정상에 못 미치는 여유임. ㅋㅋ
다시 착석해서 출발하는데 옆에서 비스듬히 보이는 곳에
한 꼬마가 핫도그랑 손에 맞지 않는 커다란 음료를 잡고
우걱우걱 먹음.
본 즉시 시발 하다가 어이없어서 혼자 쪼갰음.
다른 사람들은 어떤지 면면을 조금씩 보니
대체로 무난해 보였음.
고통은 장소가 아니라 상태이다. 누가 읊었던 글귀가 어렴풋이 떠오름.
폰을 켜서 검색어 보는데 북한 김정은이 어쩌고 속보 나옴.
정은이 상태는 고통인지 행복인지 버스 안에서 망상 겸 위안하니 쓴웃음 지으면서 더 편해짐.
후에도 비슷한 이동 몇 번 했었는데 괜찮았음.
장기 이동시 피곤함을 조성해서 잔다는
나름의 계산적인 시간 소비로 출발한 컨디션 난조 부작용인 듯.
내가 통제할 수 자유로운 상황 아니면
조금 더 신경 써서 타고 있음.
그거 공황장애 아님?
그냥 중2병같은데요
버스에서 책읽으면 멀미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