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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조선은 한국 역사 최초의 국가이자 가장 논쟁이 많이 일어나는 국가이다. 아마 그 이유는 한국 역사 최초라는 상징성과 더불어 사료의 절대적 부족 때문일 것이다. 고조선은 스스로에 관한 기록을 남기지 않았고 따라서 중원 세력의 문헌에만 의존해야 했다. 그 때문에 유사역사학자들은 고조선이 광활한 중국 대륙을 지배했다는 망상에 가까운 논리를 펼친다. 



그래서 필자는 이 책을 알게 되었을 때 기대가 컸다. 왜냐하면 저자가 고조선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은 고조고조선 전문가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책은 내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저서 안에 고고학적 내용이 너무 많았기 때문이다. 사실 이건 고고학적 제반 지식이 부족했던 필자의 탓이다. 필자는 역사 전공이지만 그 동안 문헌사료에 기초한 수업만을 들었고, 유일하게 들었던 수업도 구석기시대에 관한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러한 와중에 조금씩이나마 이해한 정보를 종합해 보자면 고조선의 성립 시기는 비정된 바 없으나 출토된 유물을 분석한 결과 중원 세력과의 교류가 있어 문화적으로 그들의 영향을 받았으나 독자적 청동기 문화를 발전시켰다는, 어찌 보면 당연한 점이다. 


그리고 칭왕하여 연나라와 대립할 때에 최초로 국가의 형태를 갖춘 것으로 보는데 이도 여러 학설이 치열하게 논쟁중이라는 것을 이 책을 읽고 처음 알았다. 


위만 조선을 다루는 후반부에 가면 드디어 문헌사료를 주로 이용하여 대외관계 등을 분석한다. 여기서 유사역사학자들의 주장이 얼마나 쓸모 없는 것인지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당시 고조선의 중심지는 평양이었지만,(중심지에 관해서도 치열한 논쟁이 진행중이다.)  한나라와의 외신관계를 바탕으로 지역 강국으로 부상하였고 한의 요구를 거절할 정도로 국력이 강하였다는 점이다. 즉 무리하게 영토를 늘리지 않아도 고조선은 충분히 민족적 자긍심을 높일 수 있는 역사를 지닌 국가였다. 


그러나 동시에 위만조선의 한계도 드러난다. 한과의 전쟁 전, 상이라는 국왕 다음의 2인자가 2000호를 이끌고 투항한 사건이 벌어진다. 왕 밑의 관리가 2000호라는 대규모 집단을 이끌고 투항한 사건은 고조선의 지배체제 결속력이 그만큼 약했으며, 상 또한 왕에게 종속되어있다기보다는 일종의 독자세력으로 존재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이렇게 결속력이 약한 상황에서 한이라는 대제국의 공격을 받았기에 고구려는 멸망할 수밖에 없었다.


이 책의 또 다른 아쉬움은 대부분이 추정으로 논리를 전개하고 있다는 것이다. 사실 이는 고조선사를 다루는 전문적 서적의 한계이기도 하다. 한국고대사 연구가 전체적으로 사료부족에 시달리지만,  고조선은 전술했다시피 그 정도가 더욱 심각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대부분은 추론으로 논리를 전개할 수밖에 없고, 과거부터 고조선 연구자들을 괴롭혀 왔던 문제가 시원하게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 아쉬운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