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은 책: <검은 꽃>, <뫼비우스 분면을 떠도는 한국문학을 위한 안내서>
3855p, 9.13%
<뫼비우스 ... >는 한국문학 비평서(?)로 재미있을 것 같아 빌린 책.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를 패러디한 제목에서 엿볼 수 있듯, 작가가 꽤 유머 감각이 있는 사람이었다. 덕분에 내용의 깊이에도 불구하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가장 흥미로웠던 내용은 한국 문학이 세계 문학에 가지는 위치에 관한 이야기였다. 저자는 서구 문명(근대적인 가치관)과 전통문화의 융합이 일어난 여러 나라의 문학과 우리나라의 문학을 비교하여 설명했다. 저자에 따르면 세계(사회의 가치관)와 개인(근대적인 가치관을 받아들인 개인)의 대립으로 인한 결과가 일본이나 중국과 같은 문학이 주목하는 대상인데(예를 들어 개인에게 극히 집중한 일본의 <설국> 같은 소설) 우리나라 문학은 세계(서구적 가치관 또는 공산주의)와 세계(민족주의) 간의 대립이 주를 이루며 개인에 주목하는 경우에도 개인을 세계를 대표하는 존재로서 설정했다고 이야기한다. 이는 한국 문학이 결과가 아니라 '과정'에 집중하도록 했고, 결과에 집중한 일본과 중국의 문학이 서양 세계에 신선하게 다가와 그들은 이른 주목을 받았지만 한국 문학은 별다른 신선함이 느껴지지 않아 주목받지 못하게 되는 결과를 낳았다.
이에 관해 일본이 극도로 날카로운 인공성, 중국이 큰 국토만큼의 호방한 문화라는 특이성을 가졌지만 우리나라의 문화는 동아시아 3국에 공통으로 존재하는 요소만을 가지고 있다고 저자는 주장하는데, 이 점이 상당히 신선했다. 개인적으로 우리나라 건축의 현대화에 큰 흥미를 느끼고 있는데, 이와 같은 시각에 따르면 우리나라 건축에는 그다지 특별한 것이 없다는 게 되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내가 지금까지 역사를 골동품처럼 - 니체가 말하듯이 - 다루고 있지는 않았는지 반성하게 되었다. 저자의 이런 주장은 현재의 나에게는 매우 설득력 있게 다가왔다. 내가 하고자 하는 작업이 한국 건축의 특별 성을 찾는 것이기 때문에 저자의 주장을 반박하기 위해 앞으로 많은 공부를 해야겠다.
<검은 꽃>은 별로였다. 나는 우중충한 소설을 싫어하는데, 이 소설은 처음부터 끝까지 우울한 분위기를 유지하고 있어 읽는 내내 현기증이 날 것 같았다. 하지만 이야기에 몰입하게 만드는 김영하 작가의 글솜씨는 정말 대단했다.
평점은 3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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