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 - 소녀

소녀는 확실히 누구의 사진인가 보다. 언제든지 잠자코 있다.

소녀는 때때로 복통이 난다. 누가 연필로 장난을 한 까닭이다. 연필은 유독(有毒)하다. 그럴 때마다 소녀는 탄환을 삼킨 사람처럼 창백하고는 한다.

소녀는 또 때때로 각혈한다. 그것은 부상(負傷)한 나비가 와서 앉는 까닭이다. 그 거미줄 같은 나뭇가지는 나비의 체중에도 견디지 못한다. 나뭇가지는 부러지고 만다.

소녀는 단정(短艇) 가운데 있었다——군중과 나비를 피하여. 냉각된 수압이——냉각된 유리의 기압이 소녀에게 시각만을 남겨주었다. 그리고 허다한 독서가 시작된다. 덮은 책 속에 혹은 서재 어떤 틈에 곧잘 한 장의 '얇다란 것'이 되어버려서는 숨고 한다. 내 활자에 소녀의 살결내음새가 섞여있다. 내 제본에 소녀의 인두자죽이 남아있다. 이것만은 어떤 강렬한 향수로도 헷갈리게 하는 수는 없을——

사람들은 그 소녀를 내 처라고 해서 비난하였다. 듣기 싫다. 거짓말이다. 정말 이 소녀를 본 놈은 하나도 없다.
그러나 소녀는 누구든지의 처가 아니면 안 된다. 내 자궁 가운데 소녀는 무엇인지를 낳아놓았으니— 그러나 나는 아직 그것을 분만하지는 않았다. 이런 소름 끼치는 지식을 내어버리지 않고야 ——그렇다는 것이—— 체내에 먹어들어오는 연탄처럼 나를 부식시켜 버리고야 말 것이다.

나는 이 소녀를 화장(火葬)해 버리고 그만두었다. 내 후공(鼻孔)으로 종이 탈 때 나는 그런 내음새가 어느 때까지라도 저회(低徊)하면서 사라지려 들지 않았다.
ㅈㄴ 이상한데 감각적임 ㅋㅋ

만-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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