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못썼는데 오랜만에 쓴다 ㅎㅎ


책 제목은 '레비나스의 타자철학/윤대선 지음'이고, 이 책 다 읽고 나서 레비나스가 직접 쓴 책도 읽을 예정!


철학책이라 그런지 많이는 못읽겠음 ㅇㅇ 약 20페이지 읽는데 1시간 반 걸리더라


1장 토라의 윤리와 유다이즘.



저번 일기에서, 나는 레비나스가 어째서 타자가 지극히 높다(=신과 같다)고 했는지 의문을 가졌었다.

물론 그 의문에 대한 답을 레비나스가 직접 쓴 책도 아닌 해설서의 1장을 읽었다고 해서 얻었다고 보기에는 당연히 무리다.

하지만 비록 해설서의 1장이라고 해도 만만치 않은 내용을 담고 있어서 이해하는 게 상당히 어려웠다.


일단 확실한 사실은, 레비나스가 '타자가 신과 같이 지극히 높다'고 주장한다면, 레비나스에게 있어서 '신'의 관념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를 알아야하고, 그걸 위해서는 레비나스의 종교적 배경이라고 할 수 있는 유대교라는 종교에 대해서 알 필요가 있다.


레비나스의 타자 철학은, 유대교(Judaism)의 전통적인 관념들, 토라에 대한 믿음과 유일신주의에 바탕을 두고 그것들과 호흡하면서 형성된 것이라고 한다.

일반적으로 '유대교'라고 하면 기독교와 대비되어서 예수를 구세주로 믿지 않고 구약성서만 읽는 종교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렇다면 레비나스는 유대교를 어떻게 정의하는지 한 번 보자 :

"그것은 무엇보다 일종의 종교로서 성경, 탈무드, 랍비 문학과 카발라의 신비적인 것 또는 그 신지학과 함께 여기에 관한 신앙과 제식 그리고 도덕적인 규범에 관한 체계등을 지칭한다."

유대교는 위에서 언급한 대로, 예수를 믿지 않고 구약성서만 읽는 종교도 맞지만, 유대교의 지적 전통은 단순히 성경에 한정되지 않으며,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방대하고 풍성하다.

구약성서 중에서도 앞의 5권(창세기, 출애굽기, 레위기, 민수기, 신명기)가 가장 중요한 책들이고, 이 책들은 '성문 토라(기록 토라)'라고 불린다. 그런데 이 책에서도 언급되고 있지만 모세오경은 토라의 협의적인 의미이며, 사실 토라는 신에게서 인간에게 전수되는 우주론적인 지혜, 윤리적이고 신비적인 가치 전부를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유대인들의 토라는 성문 토라 뿐만 아니라 성문 토라를 해석하기 위한 '구전 토라'가 존재하는데, 이 구전 토라가 기록된 것의 가장 대표적인 예가 우리가 '탈무드'라고 부르는 책이다.


유대인들에게 토라는 단순한 읽을거리가 아니다. 유대인들에게 토라는 우주론적인 이치를 담고 있는 신적인 지혜, 더 나아가서는 세계를 지배하는 영적인 에너지와도 같다고 이 책은 말한다. 토라의 윤리에 대해서 레비나스는 "전혀 외적인 것에서 오는 의지에 응답하는 복종, 여기서 칸트의 범주적인 명령에서 오는 형식적인 보편성을 발견할 수 없다. 우리는 따라서 이런 복종이 하늘을 경외하는 살아있는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고 말한다. 즉 토라의 윤리는 인간이 사회를 건강하게 유지하기 위해서 발명해낸 도덕적 규칙 따위와는 다른 것이고, 절대적안 바깥으로부터 도래하는(계시되는), 의문을 제기할 수 없는 신의 법이라고 할 수 있다.

유대인들에게는 메시아 사상이라는 것이 있다. 유대교에 따르면 메시아의 때가 도래하면 유대인들 뿐만 아니라 세계의 모든 사람들이 완전히 다른 삶을 살게 될 것이라고 한다. 즉 메시아의 시대는 우리가 말하는 '유토피아'라고 할 수 있다. 레비나스도 메시아적인 유토피아주의를 긍정한다. 그런데 레비나스의 메시아니즘은 거시적이고 종말론적인 의미의 메시아니즘이라기 보다는 그것의 현재적이고 실천적인 측면을 강조했다. 레비나스는 모든 사람에게 메시아적인 심성이 있다고 주장하며, 이 메시아적인 심성이 타인에 대한 책임감으로서 나타난다고 한다. 그러므로 레비나스의 철학에서는 메시아가 누구이고 언제 오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고, 우리 자신이 삶 속에서 다른 사람들에 대해서 메시아의 역할을 감당해내야 한다는 것이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오늘의 결론 : 레비나스의 철학은 유대교의 토라의 관념, 유일신주의, 메시아니즘과 같은 세계관적 가치들에 기반을 두고 있으면서 그것을 창조적으로 계승한다. 유대교의 핵심이 신에 대한 복종과 사랑에 있다면, 레비나스는 유대교의 신에 대한 복종과 사랑의 태도의 방향을 타인에게로 돌린다고 할 수 있다. 우리는 유대인이 아니기 때문에 토라의 법을 윤리의 기준으로 삼을 필요는 없지만, 다른 사람을 책임지는 것을 마치 유대인이 토라에 복종하듯이 실천해야 하며, 그것이 나라는 주체가 부여받은 신적인 계시의 내용이자 소명인 셈이다.

아쉽게도, 저자가 유대교를 매우 깊이 연구한 것 같지는 않다. 아무래도 레비나스가 신을 타자성과 연결짓는 구체적인 유대교적 근거는 제시되어 있지 않은 것 같아서 오늘도 의문을 풀지는 못했다. 



인상깊은 표현들 :

"성서의 선지주의와 탈무드주의는 신학적인 사고, 즉 그 선험성에 선행한다. 왜냐하면 의심할 것도 없이 이것은 타인의 얼굴을 통해 사념 속에 찾아오는 신의 등장 과정이기 때문이다."

"영적인 것은 감각적인 실체로서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부재에 의해 주어진다. 신은 화신이 아니라 법에 의해서 구체적으로 존재한다."

"모든 위계의 상좌에 있는 엘로힘(히브리어로 하느님)은 온 세상의 영혼이며 생기다. 이들 세계의 위계적인 연관을 통해 지배자의 에너지는 상위적인 것에서 하위적인 것으로 하강하며 모든 것에 퍼져나갈 뿐 아니라 하위적인 것을 상위적인 것으로 고양시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