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제 작가 톨킨의 본업은 영문학 교수, 언어학자였음. 존나 많은 고대 언어를 읽을 수 있었으며 매우 유명한 베오울프 서사시의 최고 권위자로 유명함.
이런 톨킨은 어렸을 때부터 자신만의 언어를 만들고 있었다고 함. 톨킨의 말을 빌리자면 언어를 만들고 있지 않던 시절이 기억이 안 난다고 하시더라.
그렇게 성장하던 톨킨은 세계공용어 프로젝트인 '에스페란토'를 접하게 되는데, 19세기부터 시작해서 아직도 명맥을 이어오고 있는 에스페란토는 세계 공용어라는 취지에 알맞게 문법의 예외가 하나도 없고, 매우 쉽게 만들어져서 톨킨은 그 유용성에 충격을 받게 된다.
하지만 곰곰히 생각해보니 언어와 역사는 떼어낼 수 없는 관계로, 역사의 흐름에 따라서 언어는 같이 상호작용하며 유기적으로 변화해 왔기 때문에(한국말의 화냥년이라는 욕설이나, 을씨년스럽다는 표현 등도 역사적 흐름에 영향을 받아 생긴 것.) 모든 것이 질서정연하고 예외가 없는 언어는 죽은 언어라는 생각을 한 톨킨은 본인이 만들고 있는 인공 언어에도 그에 걸맞는 역사가 필요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렇게 개쌉 재능충 톨킨은 지신이 만들던 언어를 위해서 그리스 신화나 북유럽 신화같이 세계의 기원부터 종말까지를 전부 다루는 신화를 창조해 냈으며, 작중 등장하는 요정이라는 종족에게 자신의 언어를 사용하게 했음. 이야기를 위해서 언어를 만든 게 아니라 언어를 위해서 이야기를 만든 케이스다.
그리고 작중 요정의 서쪽을 향한 대장정을 통해서 퀜디라는 하나의 분파였던 요정들은 신다르, 텔레리, 바냐르, 놀도르 등 수많은 분파로 갈라졌고, 그와 동시에 그들이 사용하는 언어도 같이 갈라져서 그들의 역사와 함께 상호작용하게 됨.
그래서 톨킨이 만든 언어의 단어들은 전부 그 기원이나 어원, 단어의 변천 과정까지 존재한다. (예를 들면 요정어로 별을 의미하는 '엘'은 호숫가에서 처음 눈뜬 요정들이 별을 바라보면서 '보라!'라고 외쳤던 감탄사에서 기원했다고 하더라)
그리고 톨킨이 언어를 위해서 만든 문자 텡과르는 역시 언어학자가 만들어서 그런가 아주 체계적이고 예쁨. 한글이랑 비슷한 원리라고 하더라.
그렇게 톨킨의 가운데땅 서사와 함께 발전한 그의 요정어는 독자적인 발음 체계(orc를 영어로 읽으면 오크지만 요정어로 읽으면 오르크가 된다)와 문법 등으로 인해서 따로 작문이 가능할 정도의 완성도를 자랑하고 있다. 실마릴리온 5번 넘게 읽으니까 지명은 요정어로 들어도 무슨 의미인지 대충은 알아먹을 수 있겠더라.
그리고 한국의 철수, 일본의 나까무라, 영어권의 존 같이 요정어식 이름 체계도 따로 있기 때문에 캐릭터들의 이름이 고유의 감성을 띠고 있다는 것도 특징이다.
이번 달에는 아주 완성도 높고 아름다운 언어를 탄생시키신 J.R.R. 톨킨 교수님의 작품을 개정판으로 사지는 말고 도서관에서 발려서 읽어보는 것은 어떨까?
개정판으로 사면 무슨 문제 있음?
존나 비싸고 출간일 계속 미뤄대서 여론이 매우 안좋아. 1권에 4만원이 말이냐 진짜 ㅋㅋㅋ
한편 당 한권으로만 나와도 12만원이네... 음 이건 좀 부담스러운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