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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릴 적부터 수학과 과학에 관심이 많았고, 교양 서적들을 읽다가 자연스럽게 아이를 위한 책에서 그 이상의 연령대를 위한 책으로 나아갔다. 물론, 그렇다고 하더라도 순수하게 공부를 위한 이론 서적보다는 교양을 위한 재미 목적으로 읽을 만한 책들이 대부분이었다. <경문수학산책>, <사이언스 클래식> 등의 시리즈로 나오는 책들 말이다. 다만 개중엔 특히 어려운 책들도 섞여 있었다. <리만 가설>은 역사와 함께 영 쉽게 읽히지 않는 정수론 개념들을 담고 있었고, <기하학과 상상력>은 저자의 명성답게 이 내용을 이해하기 위해 기본으로 숙지해야 할 내용들(사영기하라든가)이 많았다. <실체에 이르는 길>은 더 말하고 싶지도 않다. 어쨌든, 그 당시 어려웠던 책들조차 내용을 보면 차마 가벼운 마음으로 던져버리기엔 아까웠던 것들이라 지금도 공부를 하며 재차 읽어나가고 있다. 그럼에도 아직도 제대로 이해를 온전히 하기 어려운 책들이 있다.
<파인만의 물리학 강의>는 바로 그런 종류의 책이다. 이 글은 <강의>를 처음으로 읽은지 근 10년에 가깝고, 지금도 이따금 이 책을 읽어보곤 하는 사람으로서 쓰는 감상문이며, 동시에 이 책이 갤러리 추천 비문학 도서에 다른 책들과 같이 뻔뻔한 얼굴로 꼽혀 있는 것에 어이가 없어 쓰는 반反추천문이다. 이 책이 나쁜 책이라곤 누구도 말하지 못하지만, 이 책을 그리 쉽게 추천해 주는 사람을 믿어선 안 된다. 왜냐면 기본적으로 이 책은 물리학 교재이기 때문이다. 그것도 일반적으로 대학교 1학년이 배우는 물리보다 어려운 분야들을 전부 다루는 일반 물리학 교재 말이다.
<강의>의 강점은 파인만의 훌륭한 설명과 물리적 개념들에 대한 발상에 있다. 예를 들어, 1권에서 고전 역학을 배우며 자연스럽게 이 물리라는 학문이 어떻게 힘이라는 개념에서 에너지라는 개념으로 자연스럽게 초점을 바꾸게 되었는지, 이 에너지를 비롯한 물리량들이 어떠한 물리적 변환에 대해 어떻게 불변하거나 변화하는지 등을 알려주고, 이 물리적 과정에서 수식을 통해 결과를 계산하는 것만이 아니라 이 수식이 어떻게 해서 이 최대한 단순한 구조를 띄게 되었느냐-강조하지만, ‘단순한’-를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이 과정에서 독자는 그리 어렵지 않게 물리가 수학적인 학문임과 동시에, 수학에 완전히 종속될 수는 없는 학문이란 걸 이해하게 된다. 깔끔하고 정교한 도형들로부터 만든 이론적 수식들과, 실제 측정량들과의 오차를 통해 이론과 실제의 폭을 좁혀나가는 과정, 이 둘을 합쳐야만 비로소 물리인 탓이다.
여기까지만 말해도 이미 감을 잡을 사람은 잡았겠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을 위해 적는다. 이는 교재다. 이 책을 읽는 가장 좋은 방법은 할리데이와 같은 일반 물리 교재에 이미 통달한 사람이 보다 더 깊은 이해를 하기 위해 이차적으로 읽는 것이고, 그 다음으로 좋은 방법은 이런 교재와 함께 읽는 것이다. 그보다 떨어지지만 그래도 좋은 것은 각 챕터의 내용을 완전히 이해했다고 생각될 때에나 비로소 다음 장을 읽는 식으로 진지하게 읽어나가는 것이다. 최악은, 다른 교양서를 읽듯이 적당히 이해가 안 가는 부분은 넘겨가며 취사선택을 하는 것이다. 이게 최악인 이유는 자명하다. 그렇게 읽으면, 그 다음 부분들을 정말로 이해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내가 이 최악의 방식으로 이 책을 처음 접했기에 확실히 말할 수 있다. 그렇게 이 책을 읽는다면 안 읽는 것만 못하다. 괜히 헛바람이나 들어갈 게 뻔한 탓이다.
그래도 어쨌든 위의 사항들에 해당되지만 않는다면 <강의>는 정말 한 번 쯤은 읽어볼 가치가 있다. 파인만의 설명들은 다른 서적들보다는 수식으로부터 거리를 두고, 그러면서도 학문의 엄밀성을 잃지 않은 채 개념들이 유도되는 과정의 본질을 설명하는 탓이다. 도형 이야기를 하며 지나가듯 상술했듯, 이런 방식들은 대수보다 기하를 주 도구로 사용하는 고전적인 방식이다. 옛날 원뿔곡선과 궤적을 사용하던 그리스 시대의 학자들이 그랬고, 최대한 가깝게는 뉴턴과 같은 고전적인 학자들이 이런 방식을 사용했다. 이들의 설명은 일반적으론 우리가 배우는 물리보다 더 어렵게 느껴지지만, 파인만은 둘의 균형을 잘 잡아 직관적인 아이디어의 묘리를 잘 살리면서도 동시에 대수적 방법보다 복잡하지 않은 증명을 보여준다. 가볍게 어떤 느낌인지 알고 싶다면, <파인만 강의>라는 이름으로 나온 파인만의 잃어버린 강의록-태양 주위의 행성 운동에 관하여-를 슥, 보는 것도 괜찮을 것이다. 기하학 도형들을 변수처럼 사용하는 증명의 맛을 느낄 수 있을 테다.
이상하게 이과 쪽 추천도서는 너무 전문적이고 빡센 책들이 종종 있더라고
다들 고전 벽돌충이라 그럼
나하고 비슷하네 책 취향이
저거 현대 물리학 파트가 잔공서보다 더 빡세다던데
고2때 읽었음. 근데 기본적으로 대학물리 떼고보는게 맞긴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