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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굴지의 라노벨 작가 니시오 이신이 적은 모노가타리 시리즈는 독갤을 애용하는 십덕이라면 한번 쯤은 들어봤을 것이다. 모노가타리(物語)라는 말은 겐지모노가타리(겐지 이야기), 타케토리모노가타리(대나무 장수 이야기) 등의 일본 고전 작품에서도 볼 수 있듯이, 이야기라는 뜻이다. 그리하여 모노가타리 시리즈의 각 권은 ○○모노가타리의 형식의 제목을 갖고 있다. 그리고 제목에서 볼 수 있는 또 하나의 특징은 언어유희인데, 1권부터 2권까지의 내용에 해당되는 바케모노가타리(化物語)를 보면 괴물을 뜻하는 바케모노(化物)와 모노가타리(物語)를 합쳐서 지은 제목이다.
이 작품의 특징을 넨 말하자면 매력있는 등장인물들의 구성과 뛰어난 만연체 구사, 언어유희를 포함한 개그 요소, 그리고 역순행적 구성이라고 할 수 있다. 모노가타리 시리즈는 주인공인 아라라기 코요미를 둘러싼 여러 히로인들의 이야기가 기본 골격이기에 자칫 개성이 묻히는 히로인이 생길 위험이 크지만, 니시오 이신은 이들에게 다양한 요소를 부여함으로써 이들에게 임팩트의 치우침이나 존재감의 부재 등의 문제를 없앨 수 있었다. 그만큼 매력적인 등장인물들이 나온다는 뜻이다.
더불어 니시오 이신식 글쓰기의 특징 중 하나인 독특한 만연체는 독자를 이야기 속으로 깊이 빠져들게 한다. 나는 이것이 라노벨에서 이상적인 문체라고 생각한다. 니시오 이신의 글은 많은 생각 없이 읽을 수 있다. 그러나 그 속에 담겨있는 내용은 얄팍하거나 쓸모없지 않다. 방대한 이야기의 흐름 속에서 빠져나와 한번 결말을 보게 되면 그간 일어났던 일들에 대해 납득이 갈 것이다. 그리하여 모노가타리 시리즈의 각 권은 여타 라노벨에 비하면 굉장히 두껍지만 금새 읽을 수 있다.
그러나 마지막 장점인 언어유희를 포함한 개그 요소는 살짝 호불호가 갈릴 수 있다. 십덕스러운 내용에 내성이 아예 없거나, 일본에 대해 잘 모를 경우 이 작품의 개그 코드나 언어유희에 대해 잘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도 생기기 때문이다. 덧붙여 말하건대, 이 작품은 굉장히 야하다. 적나라한 장면이 각 권마다 한 번 꼴로 있기 때문에 솔직히 말해서 라노벨을 이 작품으로 입문하려고 한다면 그다지 적격이 아닐 수 있다. 하지만 앞서 말한 두 가지 조건을 충족만 할 수 있다면, 중간중간 끼어들어있는 인물들의 재치있는 만담을 통해 큰 재미를 맛볼 수 있을 것이다.
역순행적 구조는 이 작품에서 아주 큰 특징이다. 각 시리즈의 발매 순서는 실제 이야기의 순서와 굉장히 괴리되어 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각 시리즈를 이야기의 순서에 맞추어 읽을 필요는 없다. 오히려 뒤늦게 밝혀지는 진실들은 여태 보았던 이야기에 대해 새로운 감상을 들게 할 것이다. 한 권 내에서도 시간축의 괴리가 빈번하게 일어나는 것을 보면 이 역시 니시오 이신식 글쓰기의 특징 중 하나가 아닐까 싶다.
아직 내가 7권까지 밖에 읽지 못했기 때문에 시리즈 총평은 내리기 힘들다. 그러나 아직까지 굉장히 재밌는 라노벨임은 틀림없다. 1권부터 7권까지에 해당되는 시리즈를 적으면 이렇다.
-괴물 이야기上/下(바케모노가타리, 1~2권)
-상처 이야기(키즈모노가타리, 3권)
-가짜 이야기上/下(니세모노가타리, 4~5권)
-고양이 이야기白/黒(네코모노가타리, 6~7권)
더불어 모노가타리 시리즈는 애니도 있기 때문에, 본 작품을 읽고 난 뒤에 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책을 읽으면서 드는 감흥과 움직이는 등장인물들을 보며 느끼는 감흥은 또 사뭇 다르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본 시리즈의 주제를 말하고 싶다. 라노벨에 무슨 주제가 있냐 싶겠지만, 나는 이 시리즈의 주제를 극복이라고 생각한다. 이 작품에 등장하는 히로인들은 괴이, 즉 영적인 존재들에게 씌여있거나 영적인 존재 그 자체이다. 게, 원숭이, 벌, 불사조, 고양이, 호랑이 등등. 그리고 모든 대부분의 괴이들에게는 그들만의 씌인 이유가 있다. 사이비 종교에 홀려 붕괴된 집안, 동경하는 선배와 멀어지는 것, 본성을 억누르고 이면적으로 살아가는 인생 등, 결국에는 모두 하나의 거대한 결핍이자 인생의 벽이다. 그녀들이 그런 벽이나 균열을 딛고 괴이의 속박에서 벗어나는 것은 곧 그녀들이 감정적으로 극복해야만 가능한 것이다. 이 시리즈는 그런 이야기를 담고 있다. 독붕이들에게도 저마다 인생에서 주어진 작지 않은 벽이 있을 것이다. 누군가에겐 그것이 가정일 수도, 학교 일 수도, 사회 전체일 수도 있다. 얼핏 보면 실없는 이야기로 보일 수 있지만, 본 시리즈를 읽으면서 그런 벽들을 깨부술 수 있는 힘을 얻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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