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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창문을 열어보니 설국이었다. 마을의 지붕들이 하얘졌다. 옅은 입김이 하늘 위로 올라갔다.
내가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설국을 읽은 건 고2의 늦여름이었다. 여름에 웬 설국이냐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지만, 은근히 잘 어울린다. 무더운 여름의 낮에 설국을 읽으면 빙수 한 스푼 입에 털어 넣는 듯한 청량감이 있다.
아직도 그때를 떠올릴 수 있다. 강원도로 수학여행 가는 날이었다. 이제 막 소설책을 읽기 시작했던 당시의 나는, 고민 끝에 설국을 챙겨 넣었다. 강원도는 9월 초에도 시원했고, 계곡의 바위들은 햇빛을 받아 반짝거렸다. 어째선지 그 모습이 눈이 쌓인 것 같다고 느껴졌다. 묵은 더위가 가시는 것 같았다.
나는 친구가 없었다. 외롭다기보다는 불편한 일이었다. 24시간 기숙사에서 북적거리며 살아가야 하는 처지인데 친구가 없다는 건 여러모로 제약이 많았다. 수학여행은 두말 할 것도 없었다. 방 안의 아이들이 소란스럽게 떠드는 동안, 나는 설국을 꺼내 읽었다. 한 아이가 “쟤는 여기까지 와서도 책을 읽네...”하고 말했다. 그 한 마디가 사흘간 그들이 나에게 한 유일한 말이었다.
내용보다는 묘사에 집중하며 읽었다. 그렇게 재밌는 내용도 아니었고, 은근히 줄거리를 파악하는 게 당시의 나로써는 어려웠다. 단지 가와바타의 문장 속에 드러나는 순백의 이미지가 마음에 들었을 뿐이었다. 숙소는 아담한 크기의 오두막집이었는데, 어쩔 때는 내가 정말로 니가타 현의 산장에 와 있는 것 같았다.
밤이 되었다. 다른 곳에서 재밌는 일이 벌어진 건지 아이들은 숙소를 떠났고, 그 외딴 방에 나 혼자만 남았다. 설국을 마저 읽었다. 어느새 마지막 페이지를 넘겼는데, 딱히 만족스러운 결말은 아니었다. ‘그래서 어떻게 된 건데?’ 싶었다. 조금 피곤해져서 책을 덮고 발라당 누웠다. 잠은 오지 않았고, 잠시 바람이 쐬고 싶어졌다. 오두막의 바깥에는 조금 쌀쌀해진 강원도의 밤이 기다리고 있었다. 누구든 그런 상황에선 감상적인 인간이 됐으리라. 하늘을 올려다보니 수도권에선 좀처럼 보기 힘든 별바다의 향연에, 내 정신이 아득히 빨려 들어가는 것만 같았다.
아 첫눈도 오고 해서 갬성적인 글을 써봤는데, 지금은 다 녹았네 ㅋㅋ 시험공부나 해야겠다
- dc official App
책을 읽으면서 고독을 즐겼구나
기숙사에서 그랬으면 정말 외로웠겠다 이제 너어는 독갤이 있어
갬성 죽인다 힙스터구나
수학여행에서 책이라... 이건 귀하군요.
글좋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