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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오늘 아침에 참가자 리스트를 확인한 순간,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글을 썼고, 다들 엄청난 공을 들여서 써냈다는 사실에 깜짝 놀라고 말았다.
대충 훑어보는 정도로는 안될 것 같아서, 적어도 쓴 사람의 십분의 일이라도 공을 들여야 옳지 않나 하는 심정으로, 오늘 오후 세 시 부터 각잡고 앉아서 꾸준히 읽어 이제야 다 볼 수 있었다.
이 글을 쓰는 이유는, 내가 만일 독후감대회에 참가해서 글을 썼다면, 누군가 내 글을 읽고 어떻게 느꼈는지가 가장 궁금할 것 같았고, 솔직한 작품평이 어떤 상품이나 칭찬보다도 더 기다려질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간단하게나마 나의 소감을 밝히려고 한다.
+ 비문학부분.
1. 최선의 삶; 특별한 주제나 방향을 정하지 않고 글을 쓴다는 작가의 말이 인상적이었다. 역설적으로, 아무 의도도 없이 써내려갔기에, 쓰는 사람의 고민과 생각의 깊이, 흐름을 가장 잘 표현하는 글쓰기 방식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됐다. 친구를 만나 고민상담을 받았던 것을 지렛대삼아 '나는 타인을 도울 수 있는가'에서 더 나아가 '인간이 인간을 도울 수 있는가' 등의 주제로 자연스럽게 옮아가는 과정이 진지하고 자연스러웠으며, 가감없이 생각을 전개해 나가는 태도가 무척 진솔해보여서 좋았다. 독후감이라기보다는 한 개인의 삶에 대한 진솔한 에세이를 읽는 것 같아 좋았다.
2. 자유론에 대하여; 너무나 솔직하고 귀여운 글. 생각이 선명하고 글도 선명한 것이 인상적이었다. 평소에 생각을 애매모호하게 내버려두지 않고 명료하게 정돈하는 좋은 습관을 가진 사람의 글 같고, 특히 도발적인 태도가 백미.
3. 경제학의 본질; 낯설고 전혀 관심도 없는 분야지만, 경제학 역시 인간을 관찰하고 이해하는 것이 그 중요한 흐름이라는 사실을 알려준 고마운 글.
4. 전태일 50주기를 맞아; 시대도 다르고 정신적 환경도 전혀 다른 전태일의 삶을 생생하게 공감하며 읽어내는 재주에 감탄하면서 읽었다. 보통 시대적 환경적 공통점이 없다면 전설 속 용을 보듯 공감을 못하는데, 분명 딱딱한 전기 형식의 글을 읽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인간적 공감을 할 줄 알고, 분노할 줄 아는 능력을 가졌다는 것은 대단히 드문 재능이라고 생각돼서, 이 글을 쓴 사람의 현실에서의 행보와 사상적 성장이 기대된다.
5. 천안문 민주화 운동은 이어질 것인가? ; 현재 가장 큰 이슈이자 골칫거리인 중국을 이해하기 위한 시도로 아주 훌륭하다고 생각된다. 덕분에 현대 중국에 대해 많은 것을 생각해 볼 수 있었다. 중국이 페이스북과 인터넷을 통제해도 중국 밖의 문화를 막을 수 없듯, 우리도 눈 감는다고 중국이라는 거대한 존재를 지워버릴 수는 없는 일이니, 이렇게 지속적으로 고민하는 누군가가 있다는 것에 감사한다.
+ 문학 부분
1. 롤리타; '그에게 있어, 롤리타에 대한 사랑은 성적 콤플렉스가 아닌 잃어버린 유년기를 되찾는 마술이다 .이처럼 프로이트와 나보코프는 유년기를 해석하는 방식에 차이가 있고, 이 대립이 퀼티와 험버트의 대결구도로 이어진다.' 이 문장으로 시원하게 전체가 꿰뚫린 것 같은 느낌이다. 롤리타를 이해함에 있어서, 네 명의 화자를 분리해서 생각해보는 것은 재미있고 올바른 접근이라고 생각되며, 덕분에 이 책을 이해하는 선명한 가이드를 제공받은 것 같다. 고맙다.
2. 아름다움과 인간; <마음>과 <봄눈> 그리고 겨울, 아름다움을 하나로 엮어서 설득력있게 매력을 전달하는 데 성공한 글. 이 글로 인해 마음 봄눈 둘 다 읽어볼 생각이 생겼다.
3. 기다림을 기다리며; 짧고 명료한 글. 고도를 기다리며를 읽다가 돌아버리는 줄 알았는데, 아이러니하게도 '내가 뭘 기다리며 이걸 읽고 있나'를 성찰하게 해주는 경험을 하게 됐었다. 이 글은 더 나아가, 고도를 기다리는 것 자체가, 기다림을 기다리는 것이라는 이야기를 하는데, 그래, 맞다, 사람들이 견디지 못하는 것은 여백이지! 사랑할 대상이 없는 것, 기다릴 대상이 없는 것이 사람을 미치게 하는 것이지! 싶어서, 글쓴이의 산뜻한 사고의 흐름에 거대한 찬사를 보내고 싶다. 무엇보다, 이 글은 짧다는 것이 아주 큰 매력이다.
4. 롤리타를 처음 읽었을 때의 인상; 두 번째 나온 롤리타 감상문인데, 대단히 솔직한 고백 덕분에 공감하면서, 혹은 타인의 가감없는 마음을 훔쳐보면서 읽었다. 이렇게까지 솔직하게 쓰는 것이 아주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에, 글 쓴 이의 용기와 솔직함에 아낌없는 찬사를 보내고 싶다.
5. 불편과 폭력의 사회상; 채식주의자를 읽고 쓴 감상. 채식주의자 자체도 너무 고통스럽게 읽은 글이어서, 이 글도 고통스러웠다. 그러나 이 글을 먼저 봤다면 굳이 채식주의자를 읽으며 고통을 받을 필요가 없었을 것 같다. 그만큼 작가의 의도와 문학적 장치들을 잘 정돈해서 이야기해주는 아주 좋은 글이라고 생각된다.
6. 지금보다 더 나은 다음 생을 위해. 설계자들; 읽지도 않은 책이지만, 작가가 글쓰기 단계에서 구상하는 순간부터 마지막 문장을 쓰는 순간까지 다 그려지도록 잘 분석해 준 글이다. 불교적 세계관에 의한 글을 쓴 작가도 흥미로웠고, 그걸 잘 정돈해서 받아들이고 설명해 준 독후감 갤러도 재미있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다만, 읽다가 니체의 영원회귀가 생각나면서, 이 주인공들이 죽어서 다시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다음 생에도 똑같은 생각으로 뻘짓을 하다 가는 모습을 상상하니 좀 웃긴다는 생각도 들었다. ㅎㅎ
7. 좆간이 살아가는 방법, 노인과 바다; 글쓴이의 정신과 치료 경험을 뼈대삼아 노인과 바다라는 텍스트를 이해한 듯 하다. here and now라는 정신치료의 방향성에 대한 말이 흥미로웠고, 노인의 위대함의 이유를 밝히려는 시도, 외로움과 그로부터 구원되는 방법에 대한 이야기 등이 묵직한 닻처럼 이 글을 잡아주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진솔하고 깊이있는 독후감이었고, 가슴에 묵직하게 남는 글이었다.
8. 역사를 문학화하기; 아프리카의 비극과 그리스의 비극; 아프리카 문학은 정말 낯선데, 이 글을 통해서 조금 엿본 느낌이다. 아프리카 작가가 영미권 교육을 받고, 본인의 역사를 문학화하려고 했다는 점, 즉, 개별적 경험을 보편화하려고 했다는 점이 무척 의미심장하게 느껴졌다. 이것이 옳은 시도인지, 억지로 끌어다 붙이는 것은 아닌지는 더 지켜볼 일이지만, 적어도 이런 시도와 야망은 높이 사 줄 일이라고 생각된다.
9. 생각이 많은 글, 책 읽어주는 남자; 영화로 봤던 작품이라서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 한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야 할까? 만일 평화로운 시기였다면, 한나와 남자의 관계는 어떻게 받아들여졌을까? 또, 한나가 문맹을 숨기려고 취한 태도와 어린 남자와 육체적 관계를 나눈 점 등은, 만일 평화로운 시기의 정치적으로 문제 없는 여자였다면, 어떻게 이해될 수 있었을까? 그녀가 수용소의 관리자였다는 것과 문맹, 어린 남자와의 연애라는 세 가지 큰 주제를 다루는 것이 조금 무리는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영화를 볼 때도, 또 이 감상문을 볼 때도 들었다.
10. 언제나 곁에 있어주기를, 세계시; 사랑이라는 보편적 감정을 노래하는 다른 문화의 시들을 소개하는 책이라는 것이 흥미로웠다. 다만, 각 문화의 시들이 갖는 독특한 매력을 조금 더 보여줬으면 하는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11. 파괴적인 솔직함, 오블리비언; 오블리비언 자체가 많은 이야기를 담고있는 단편집이어서, 독후감에서도 너무 많은 것을 이야기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한꺼번에 모르는 것이 쏟아져 들어오고, 각각이 다 다르다는 느낌이 들어서 소화하기가 좀 힘들었다. 전체를 다 쓸 것이 아니라 전체를 읽은 감상, 혹은 몇 개의 글을 선별해서 하나의이야기를 썼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아무것도 버리지 못하고 전부 다 중요하다고 느끼는 글쓴이의 작가와 작품에 대한 사랑은 넘치도록 전달된다.
12. 참아야만 하는 존재의 가벼움; 글을 무척 잘 쓰는 갤러의 글이라, 독후감조차 아름답게 느껴졌다. "'존재'는 그렇게 명사이자 동사로 자리했다."는 글을 보고, 이 책을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13. 노르웨이의 숲이 다루는 세계; 하루키 소설에 반복적으로, 그리고 집요하게 등장하며 변주되는 '우물'에 대한 이야기가 노르웨이의 숲에도 보이며, 젊은 그들을 감싸고 있는 이야기가 왜 그렇게도 기이한 공허함이 감돌고 있었는지, 왜 그렇게 큰 상실감을 주었는지를 이해하게 되는 좋은 글이었다. 노르웨이의 숲을 야스대장의 회고록으로 보는 사람들에게 읽어보라고 권해주고 싶은 글이다.
14. 합의된 진실이라는 형이상학을 해체하는 방법, 피네간의 경야; 아쿠다카와 류노스케와 제임스 조이스의 글을 비교해 가며, 공통점이 아닌 '차이'를 강조한다는 재미있는 주장을 유려하게 펼치는데, 마지막에 이 책을 읽지 않았다는 말에 뒷통수를 맞은 것 같았다. ㅎㅎ 너무나 재미있는 독후감이었다.
15. 죄와 벌; "정신적으로 죽은 자에 있어서는 재생이란 가공할만한 생각이며, 어떤 면에서는 다시 한 번 하는 자살이다"라는 말이 인상적이다. 죄와 벌을 단순히 텍스트만 읽는 것을 뛰어넘어 이해하고자하는 글쓴이의 진지한 태도가 감동적이고, 작가에 대한 신뢰와 경외가 느껴졌다. 한 번 태어난 인간이 옳으냐, 두 번 태어난 인간이 옳으냐는 말은 죄와 벌을 읽고 건져낸 문장들 중에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구절이라고 생각된다.
16. 미겔 데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를 읽고; 나 역시 돈키호테를 어린이 버전, 청소년 버전으로밖에 본 적이 없어서, 이 글을 읽고 언젠가 꼭 진짜 돈키호테를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 고전은 시간이 지날 수록 더욱 가치가 빛나고, 당대성을 획득하는가? 그에 대한 훌륭한 대답이 되는 감상문이라고 생각된다.
17. 사라케인의 폭발; 생전 처음 듣는 제목과 작가인데, 내용이 너무나 충격적이다. 사랑과 폭력에 대한 탐구라니.. 작가의 머릿속을 상상만 해도 고통스럽다. 사랑과 폭력 모두 이성으로 이해하기 힘든 부분을 지닌 동물적 특성이라는 것을 새삼 생각하게 한다. 두 가지 모두 이해하려는 시도, 통제하려는 시도가 있지만, 생각처럼 되지 않는 것들이다. 이 두 가지를 연관시켜 고찰하다니. 분명 아주 어려운 고차방정식을 끌어안고 고통받는 삶일 것이다. 작가에게 무한한 존경을 보낸다. 또, 이것을 알게 해 준 갤러한테도 감사한다.
18. 피네간의 경야; 놀랍게도, 이 사람은 읽고 쓴 글이라고 한다. 읽으면서, 형식과 내용면에서 모두 이 책을 그대로 옮겨놓은 것 같아 무척 재미있었다. 대단한 위트를 가진 갤러!
19. '그들'을 읽고; ... 가슴이 먹먹해지는 성찰이다. '그들'이라고 타자로 일컬어지는 고통스러운 삶을 사는 사람들의 존재와, 그 고찰을 위해 자기 자신의 이름을 극에 내주고, "선생님은 무엇을 아세요?"라는 비수같은 질문까지 글에 공개한 조이스 캐롤 오츠가 대단한 작가라는 생각이 든다. 차분하게 작품의 내용과 장점, 의미를 잘 설명해 준 좋은 독후감이다.
------ 끝------
오
대박ㄷㄷㄷ
독후감의 독후감이라... 이건 귀하군요..
오
감상감상추
메타감상문추
아 이거 좋다. 나도 나중에 시간나면 이렇게 감상문 올릴게! 쓰느라 고생한 친구들도 보람이 있었으면 좋겠더라구
네 것도 기대된다야.
좋아요
와 너무 감사합니다!
이제누가감상의감상의감상을올려주면됨
ㅋㅋㅋ
오... 기대됩니다!! ㄷㄱㄷㄱ. ㅋㅋ - dc App
대회 다봤다
메타감상문! 추천을 안 줄 수 없지. 그리고 비문학 5번은 이 중국 갤러가 하고 싶었던 말을 대신 해주네. 시원하다.
디시에서 이정도로 훈훈하게 좋은 얘기만 하는 글을 보게 될 줄이야... - dc App
고맙습니다!
독후감독후감ㄷㄷ
메타감상문ㅋㅋㅋㅋ ㄹㅇ 고마워
평가 너무 감사감사감사~~~ - dc App
『어이, 독후감 대상을 축하한다』
와 이건개추야 고마엉 - dc Ap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