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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년대의 서울을 아십니까?

모른다고요? 하하, 걱정 마십쇼.

그저 읽고 느끼시면 됩니다.

모든 것이 자연스러운, 1960년대의 서울을요.

한줄 요약

감수성의 혁명, 1960년 서울.

내가 읽은 건 민음사의 김승옥 무진기행 단편집이다. 거기서 다산성이랑 야행, 서울의 달빛 0장(章)은 못 읽고, 무진기행, 서울 1964년 겨울, 생명연습, 건(乾), 역사(力士), 차나 한 잔, 염소는 힘이 세다를 읽었다. 군대에서 작성하는 거라 일일이 리뷰는 차마 못하고....... 이 단편들을 읽으며 느낀 김승옥을 리뷰하면서 간간히 단편들을 언급하는 식으로 다루려 한다.

하지만 내 리뷰들이 으레 그렇듯 작가를 깊게 알거나 시대상을 뒤져가면서 따지는 건 아니고, 순수히 작품만 읽었을 때의 이야기다. 그리 길진 않을 것이다.

김승옥의 가장 첫째 되는 특징을 꼽으라 한다면, 나는 단연코 그 '분위기'를 꼽을 것이다. 일문학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분위기 조성을 한국 특유의 감성으로 살렸다고 생각이 들 정도다. 특히 김승옥은 분위기를 기깔나게 뽑아낼 때마다 만연체로 문장을 쓰는데, 그럴 때마다 작품의 분위기는 한층 더 살아난다. 무진기행이 그렇고, 서울 1964년 겨울이 그렇고, 사실 대부분의 단편이 그렇다.

그리고 그러한 만연체로 쓰는 문장들을 비롯해, 김승옥의 모든 문장의 묘사는 '자연스럽다'고 말할 수 있다. 내가 도입부에 '모든 것이 자연스러운, 1960년대의 서울'이라 표현한 건 이걸 두고 말한 것이다. 자연스럽다를 다른 표현으로 어떻게 설명해야 될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다만 느끼기에 있어 결코 현란하거나, 현학적이거나, 혹은 과시, 허세, 반대로 지나치게 축소됐거나 비어있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1960년대의 서울의 분위기를, 그 시절의 서울이란 어떠한 곳인가를, 각각의 단편들에서 조성하는 분위기는 너무나도 자연스러워서, 내가 1960년대에 떨어지게 되더라도 그곳에서 위화감 없이 돌아다닐 수 있을 정도다. 그만큼 김승옥은 1960년대의 서울을 배경이자 무대 삼아서 글을 썼다. 마치 뉴욕 시민들을 주인공으로 삼은 오 헨리처럼 말이다.

무진기행과 서울 1994년 겨울, 생명연습 같은 경우엔 상징과 은유가 많아서 그 분위기를 느낄 순 있어도 정작 그 내용에 있어선 혼란이 올 수도 있다. 김승옥의 단편들은 상징과 은유가 늘 존재하는데, 그게 때론 직관적으로 와 닿을 수 있지만, 반대로 뭔지 몰라 해설을 찾아 헤맬 수도 있다. 나도 읽으면서 아직 문학적 소양이 다 쌓이지 않은 탓인지 자력으로 해석하고 받아들이는 건 힘들었다.

하지만 차나 한 잔 같이 직관적이고 재밌는 단편도 존재한다. 만화가의 입을 빌려 지극히 한국적인 예의의 폭력적인 모습을 다룬 이 단편은, 그저 그 서사 자체만을 즐겨도 충분하다. 물론 그 공엔 초반부와 후반부에 나오는 귀여운 아내 덕도 있다. 지금 나오면 한@남판타지라고 욕 먹기 쉬운 모습이긴 하지만 말이다.

건, 염소는 힘이 세다 같이 소년 화자를 내세운 단편도 존재한다. 이 경우엔 무진기행과 차나 한 잔 사이쯤의 상징성을 지니고 있어서 읽을 때 그렇게 어렵지 않으면서도, 충분히 그 서사를 즐길 수 있다고 생각한다. 특히 염소는 힘이 세다는 서울 생활에 있어서 소년이 느낀 아이러니함을 잘 느낄 수 있다.

개인적으로 한국작가 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작가를 꼽으라면 나는 김승옥을 꼽을 것이고, 그건 김승옥을 서울 1964년 겨울로 처음 접했을 때에도 그랬고, 그 이후로 지금까지 한국작가들을 꽤 읽어오면서, 이렇게 김승옥을 더 많이 읽은 후에도 변함이 없다. 김승옥의 스타일은 일문학과 닮아있다고 생각하지만, 그럼에도 김승옥은 일문학과 달리하는 한국적인 궤가 따로 있다고 생각한다. 그게 바로 김승옥의 매력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