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광주를 소재로 글을 쓰는 건 스스로 시험대에 오르는 일이다. 조금이라도 책에, 기록에, 영상에 있지 않는 것들이 작품에 올라가는 날에는, 그것을 난도질하려는 사람들을 마주쳐야 한다. 반대로 작품이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면, 그 날의 정신을 제대로 모른다는 탄식을 들어야 할지도 모른다. 한강 작가님이 작품을 쓰기로 마음 먹었을때 부터 짊어졌을 심적 부담감은 상상하기 어렵다. 쓰면서도 고통스러웠겠다는 짐작은 하지만, 그게 얼마만큼인지 가늠하지 못하겠다.
개인적으로 한강은 이미지를 만들어 독자들에게 심는데에 있어서는 최고라고 생각한다. <소년이 온다> 작품에서도 여전하다. 한강은 <소년이 온다>를 통해서 5.18 광주, 그 날의 고통의 감정들에 색을 입히고, 밑바닥에서 부터 감정의 형체를 쌓아올려 독자들에게 보여준다. 그 이미지들이 너무 강렬해서, 마치 잔혹한 영화장면을 보고 있는 듯 책으로부터 고개를 돌리게 만든다. 신형철 평론가의 추천사 처럼 마음의 준비가 필요하겠다고 각오한 사람조차 휘청거리게 만든다.
한강의 작품을 개인적으로 좋아하지는 않는다. 이미지들이 너무 강렬하고 선명해서 작품을 읽고 나면 한동안 그 이미지들이 문득 떠오른다. 그럴때면 내장이 조금씩 뒤틀리는 느낌이 든다. 그래서 선뜻 손이 가지 않는다. <소년이 온다>도 올해 초에 샀지만 그 동안 손이 가지 않아 이제야 완독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앞으로도 한강의 작품을 읽게 될 것 같다. 한강의 작품을 읽으면 마치 감정의 어떤 영역을 새로 발견이라도 한 듯한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이것은 실로 놀라운 체험과 같은 것이다.
나는 이미지 선명해서 좋더라
아무튼 선명하게 하는데는 도가 트신분인듯
<소년이 온다> 내 인생책 중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