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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일러 심함. 비판 논조임. 난 물러날 생각 없는데 이견 있음 환영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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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와 공감, 이 두 개만 기억하고


여기 단편 중 하나만 읽으세요


왜냐고요?


결국 다 똑같은 얘기니까요



한줄 요약

같은 얘기, 다른 소재, 그마저도 어설프게.


우선 리뷰에 들어가기에 앞서서, 미리 밝히자면 최은영을 까는 리뷰다. 칭찬을 안 할 건 아니지만, 적어도 이 리뷰의 논조나 흐름 자체는 물러날 생각 없는 비판이란 걸 말해둔다.


쇼코의 미소를 읽게 된 계기는 평가가 나름 괜찮아서, 그리고 2020 올해의 문제소설로 처음 접했을 때도 지나치게 서사 없는 점 빼면 괜찮아서......였는데, 내 오판이었다. 최은영은 그냥 한두 작품만 읽고 제법 괜찮다고 느끼는 게 낫다. 굳이 다 읽고 최은영 패턴 염불 외우는 것보다 훨씬 낫다.


하나하나 리뷰하고 싶지만, 애석하게도 최은영은 주제가 정해져있고 소재의 변주만 있는 판국이라 하나하나 리뷰할 것도 없다. 그리고 그 주제를 풀어내는 것도 쇼코의 미소와 한지와 영주, 이 두 개 아니면 죄다 썰풀이에 가까워서 서사를 얘기하는 것도 별 의미 없다. 사실 썰풀이를 위한 서사들이니 말이다.


쇼코의 미소에 실린 단편들은, "쇼코의 미소" "씬짜오, 씬짜오" "언니, 나의 작은, 순애 언니" "한지와 영주" "먼 곳에서 온 노래" "미카엘라" "비밀"이다. 굳이 여기서 읽어야 된다면 나는 쇼코의 미소랑 비밀을 추천한다. 두 개가 제일 소재로서 무난하다. 나머지는...... 천천히 얘기하자.


"쇼코의 미소"는 표제작이고, 또 등단작이고, 해설의 3/4는 쇼코의 미소 가지고 올려칠 정도로 대단한 단편이다. 바꿔말하면 이거 하나만 읽어도 최은영 다 읽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런 단편이다. 이해와 공감이라는 주제가 가장 짙게 드러나고, 또 그나마...... 서사와 신파(?)를 챙긴 단편이다.


내용은 쇼코라는 일본 교환학생과 '나'가 서로의 할아버지의 존재와 죽음을 통해 서로를 더 잘 이해하고 공감하는 게 전부다. 그 사이에 조손간의 감정 교류도 있는데, 이건 신파라서 넘겨도 된다. 특히 '나'와 '나'의 할아버지의 관계는 3류 신파를 찍는다. 그것도 제대로 된 빌드업도 없이 갑자기 신파로 들어가서 당황스럽기까지 하다.(상황 연출도 상당히 신파스럽고, 작위적이다.)


그리고 정말로 "이해와 공감" 이상의 주제로 발전되는 걸 못 느꼈다. 그냥 순수하게 쇼코랑 '나'가 서로를 이해하고 공감하는 과정이다. 겸사겸사 조손간의 관계도 다룬다. 물론 난 그게 분량에 비해 과한 욕심이라고 생각한다. 쇼코-'나'의 관계는 제법 적당히 할애했다 싶은데, 조손 관계는 신파에 비해 공을 들인 것 같지 않아서 별로였다. 근데 이게 60페이지나 되는 시점에서...... 최은영이 분량 조절을 못하는 건지, 아니면 압축적으로 전달을 못하는 건지 헷갈렸다.


그러나 실상은 썰풀이밖에 안 한다고 분량이 늘어난 것이고, 그걸 깨닫기까지 시간이 좀 걸렸다. 대부분의 단편이 썰풀이로 시작해 썰풀이로 끝맺을 줄은 몰랐다.


씬짜오, 씬짜오는...... 베트남 전쟁의 피해자들을 소재로 잡은 건데, 그들을 이해한답치고 나오는 얘기들이 가관이었다. 베트남 전쟁 때 한국군이 학살을 했다고 해서 대체 뭔 소린가 싶어 조사를 했더니...... 대대적으로 자행된 것도 아니고, 정부가 사과를 안 한 것도 아니고(베트남 정부가 안 받아준 것도 아니다.), 심지어 나는 여기 군대에서 베트남 전쟁 당시 우리 한국군이 베트남 전쟁에서 인명구조를 했다는 사진과 내용을 배웠다. 내가 대체 무슨 감정을 더 가져야 했는지 모르겠다.


걍 한국이 잘못했으니 미안해하고 부채의식 가지면서 피해자들에게 공감하고 사과하라는 일방적인 메시지에 가까웠다. 그걸 잘 쓴 것도 아니다. 음복 읽을 때도 베트남 참전용사를 민폐노인으로 만들었을 때도 어이가 없었는데 이건 그보다 더 노골적이었으니, 최은영 이 작가는 대체 뭘 보고 뭘 듣고 쓴 건지 진심으로 궁금해졌다.


심지어 배경은 독일인데 왜 독일인지 모르겠다. 독일에 사는 이유도 안 나오고, 독일의 풍경이 나오는 것도 아니고...... 좀...... 많이 뜬금없다. 이후에도 계속해서 최은영식 외국인과 외국이 자주 나오는데, 솔직히 말해서 그 설정과 배경들의 필요성을 못 느꼈다. 차라리 좀 독일 풍경이라도...... 아니, 독일다운 모습이라도 나오면 납득하겠는데, 아니...... 왜 독일에 가서 사는지만 얘기해줘도 되는데 그걸 얘길 안 해준다. 그래서 독일 배경이 뜬금없게 느껴진다.


세 번째인 언니, 나의 작은, 순애 언니는...... 솔직히 말해서 기억에 잘 안 남는 소설이다. 왜냐면 소재로 잡은 것도 반공이 심할 때인데 구체적으로 소재를 잡거나 시점을 잡은 것도 아니고, 순애 언니의 남편이 빨갱이로 몰려서 모진 고초를 겪고 폐인이 된 걸 얘기하는데, 그걸 두고 그 당시 정부를 비판하려는 건지, 아니면 뭘 얘기하고 싶은 건지, 지나치게 에둘러 말해서 짜증이 솟구쳤다.


앞서 말했듯, 최은영의 키워드는 이해와 공감인데 저 폐인된 남편 얘기는 부수적이고 소재 삼은 거고, 주된 내용은 그 남편의 아내 되는 순애 언니다. 근데 그걸 묘사하는 것도, '나'의 태도도 어정쩡하기 그지없다. 최은영의 단편들은 말하고자 하는 바가 약한데, 주제 자체의 희미함도 희미함이지만, 그 주제나 소재를 다루는 게 너무 간접적이고 태도의 견지도 확실치 않다. 그리고 그게 제일 심한 게 이 단편이다.


지나치게 소재에 얽매이지 말고 서사만 보려고 해도 서사가 없고, 인물 사이의 얘기엔 소재가 또 애매하게 얽혀 있다. 그뿐이다.


한지와 영주는 쇼코의 미소처럼 60페이지 가량 되는 중편인데(솔직히 나는 이정도까진 단편이라 본다.), 최은영의 단편 중에서 개연성이 처참하게 박살나다 못해 말 그대로 "억지로 밀어붙인" 느낌이 강하게 드는 단편이다. 그리고 별로 읽을 것도 없다. 이해와 공감이란 주제의 반복이다.


주제는 똑같은데 배경은 혼종이고, 인물은 굳이 키 190 나이로비 수의사 출신 남성 흑인이어야 했는지(그리고 해설에 의하면 그런 흑인이 여성의 공감력을 가지고 있다.), 주인공은 언니에게 가스라이팅 당하고 딱히 주체적인 것도 아닌 자낮녀에 대뜸 해외봉사 가더니 눌러 앉고 싶다고 3년 사귄 남자친구에게 이별통보하고......


그걸 전부 감안하고 보더라도, 한지라는 흑인과 영주라는 동양인이 서로 사귈듯이 썸 타는 걸 이색적인 만남이라도 보든 말든 간에, 결국 마지막에 한지가 갑자기 대뜸 영주를 피하는 시점에서 이 단편의 조악함은 전부 드러난 셈이다. 심지어 해설도 어떻게 설명을 못하겠는지 말 돌려가면서 "서사 표면에 없음" "암튼 그게 중요한 거 아님" 이런다.


아무리 썰 푸는 거 중점으로 주제 전달하려고 서사를 써먹는 거라지만...... 개연성을 이렇게 처참하게 박살낸 채 억지로 진행시키는 건 최악의 진행이다. 60페이지가 통째로 날아가버린 셈이다. 개연성이 없는 서사가 어떻게 주제를 힘있게 전달할 수 있는지. 애초에 서사가 제대로 쌓이는 것도 여기 단편들 중에 없다만.


그리고 최은영은 외국인 화자 쓸 거면 제발 그냥 깔끔하게 다 능수능란하게 말하고 "어눌하게 말했다."라고 묘사로 대충 그렇다고 말해줬음 좋겠다. 외국인 화자가 모국어 아닌 다른 외국어 말할 때 부족하고 어눌한 거 반영시킨다고 쓴 대사들이 못 봐주겠다. 가독성도 안 좋고 별로 고증 같지도 않고 읽는데 짜증이 난다.


먼 곳에서 온 노래는 죽은 미진 선배를 그리워하며 러시아로 가서 미진 선배와 룸메이트였던 폴란드 여자(또 외국인!) 율랴를 만나는데, 율랴가 말하는 건 진짜 최은영이 진지하게 외국인을 혐오하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대사를 못 썼다.


물론 그건 부차적으로 느낄 문제다. 그것보다 더 심한 문제는 이 소설의 썰 풀이 중에 미진 선배와 내가 동아리에서 만나고 거기서 있었던 일에 있다. 거긴 아주 꼰대들로 가득하고 졸업생 선배들까지 모이는데 86학번 남선배와 95학번 여선배가 가관이다.


이건...... 정신건강을 위해 인용하지 않겠지만, 95학번 여선배가 후배들한테(특히 '나'에게) 하는 말은 거진 그들식 표현으로 '흉자'에 가깝고, 거기에 선민의식 첨가 좀 한 수준이다. 그리고 그걸 듣는 '나'는 "꼰대 새끼..."라고 속으로 받아넘기지도 못하고 자기가 온통 부정당한다고 느끼는 자낮녀다.(난 이제 자낮녀 패턴을 줄줄 외울 수 있을 정도다. 눈 감고 자낮녀 서사 10개는 뽑아낼 수 있다!)


거기에 미진 선배가 아주 씨발씨발 거리며 발끈하고 화끈하게 페미니즘적 사이다 발언을 쏟아내고, 86선배가 이제 나서주는데, 이건 실제 대사들(만) 인용한 거다.


"너 지금 뭐라도 했어?"

"지랄이라도 했습니다."

"어디서 하늘 같은 선배한테."

"말도 못합니까."


86학번이면 54살이니 그럴 수 있다고 마음 속으로 아무리 외쳐도, 웃음벨 500배를 견디기 어려운 노릇이었다. 내가 최은영을 매우 미약하게나마 좋게 본 건 노골적으로 사상을 드러내지 않으려 했단 점이었는데(이건 이제 반대로 지나치게 소심하다는 단점으로 직결됐다.), 이 단편만큼은 거진 페미니즘의 선봉대장인 줄 알았다.


그러다가 미진 선배는 유학 중 갑작스런 심장마비로 죽고(정말이지 센스 없는 퇴장이다), 같이 지내던 율랴가 '나'에게 연락하고 서로 연락하다가 '나'가 율랴에게 간 거다. 그게 전부다. 그러니까 미진 선배를 중점으로 '나'와 율랴의 이해와 공감이 주제다. 제목의 노래는 뭐냐고? 그냥 그 동아리가 노래 부르는 동아리라서 그렇다.


미카엘라는 천주교인 엄마가 교황 방문으로 서울 올라왔다가 우여곡절 끝에 세월호 진상 규명 시위까지 가게 된 일을 다루는데...... 이 소설이 2014년에 나왔단 것만 기억하면 충분하다. 어차피 앞선 모든 종교 얘기는 다 부질없다. 왜냐면 그걸 통해 세월호랑 엮어서 전달시키려는 게 아니라, 세월호 얘기를 하려고 쌓는 빌드업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표면적으론 '나'(미카엘라라는 세례명을 가지고 있는)와 엄마의 이해와 공감......일 수도 있고, 혹은 엄마와 자기 친구 찾아 시위에 가보는 할머니의 이해와 공감일 수도 있다. 하지만 어찌됐건 이 소설이 2014년에 나왔고, 세월호 진상 규명 시위까지 다루는데 무슨 더 할 말이 필요한지? 심지어 독실한 천주교인인 엄마는 세월호 사건 때문에 생전 처음으로 부활절도 기쁘게 못 지냈다고 언급한다.


이 단편에서 천주교라는 종교는 말 그대로 세월호 비극을 조명하기 위한 도구에 지나지 않는다. 차라리 나는 엄마가 하나님께 기도하면서 폭넓은 이해와 공감을 품는 인류애를 조명하든, 설령 거기까지 못 나가도 할머니나 자기 딸에 대한, 혹은 세월호 유가족들에 대한 이해와 공감을 표명하든지 해서 종교적 엄숙함을 제법 잘 살려냈으면...... 하지만 그럴 리 없다. 한지와 영주에서도 그렇지만, 최은영은 그냥 도구로 쓸 뿐이다.


천주교는 아니지만 같은 기독교 계열 신자로서, 그리고 안산에 살며 그 참사의 후유증을 간접적으로 경험한 사람으로서...... 이걸 그때 당시 읽었으면 정말 화가 났을 것 같다. 다른 곳은 어떤지 몰라도 안산에서 노란 리본이 안 보이기 시작한 건 생각보다 오래되지 않았다. 거리에 묶여있는 노란 리본이 일상적인 풍경이고, 어느 공원마다 현수막에 세월호에 대한 내용이 써있는 걸 본다는 심정을 아는지? 어설프게 다루려 했던, 심히 경솔한 단편이라고 생각한다.


거기에 엄마의 남편, 그러니까 아빠에 관한 얘기는 또 학생운동하다 교도소 갔다온 뒤 무능력해진 남편, 그러나 엄마는 여전히 아빠의 수발을 든다고 묘사하는데...... 왜 집어넣은 설정인지 하나도 모르겠다. 단편이 너무 부산스럽다. 하나만 깊게 파고드는 것도 못하는데.


비밀은 조말숙이라는 할머니가 자기 예쁜 손녀 회상하는 썰풀이가 주된 내용이다. 그게 끝이다. 마지막에 딸이 중국 유학 갔다가 죽은 것 같다는 암시만 나오고 끝이다. 아무것도 없다. 가부장적인 모습도 묘사되긴 하는데, 그거 말하려고 했는지 잘 모르겠다. 어차피 손녀와 할머니의 이해와 공감인데. 맥아리도 없고, 감동도 별로 없다. 아! 할머니가 손녀를 정말 사랑했구나! 하고 알면 끝이다.


최은영은 사회적 이슈를 에둘러 다루려고 하는데, 거기에 섬세함도 보이지 않고, 그렇다고 어느 논조가 강한 것도 아니고, 주제는 사실 이슈랑 무관하고, 문장을 좋게 쓰는 것도 아니고(이건 첫 한두 편만 읽으면 모르지만 단편집 다 읽으니까 좋은 게 아니다......), 대사 센스가 좋은 것도 아니고(이건 정말로 까여야 마땅한 수준이다.), 갈등은 적고, 서사는 없고, 썰풀이의 연속이다.


묘사도 설명조, 그러니까 썰풀이가 잦아서 솔직히 지루하다. 조명하고 싶은 인물이 누군진 알겠는데, 그걸 좀 더 와 닿게 써도 모자랄 판에 썰이나 푼다. 그러다가 끝이 난다. 문장도, 내용도, 주제도, 어느 것 하나 힘이 느껴지질 않아서...... 약해빠졌단 생각이 든 건 최은영이 처음이었다.


해설도 가관인 게, 3/4가 쇼코의 미소 얘기고, 1/4가 나머지 단편 얘기인데 언급도 안 된 단편도 있다. 솔직히 쇼코의 미소 사서 해설만 읽으면 최은영 다 읽었다. 안 읽어도 된다. 특히 쇼코의 미소를 주구장창 올려치는데, 대단하는 걸 어필하고 싶었는지 다른 사람들 칭찬을 인용해가면서 주구장창 서술한다. 근데...... 똥꼬쇼다. 정말 눈물 겹다. 그냥 얼마나 할 얘기가 없으면 쇼코의 미소만 얘기하는지 모르겠다. 더 웃긴 건 그렇게 쇼코의 미소만 얘기하는데 나머지 단편들도 이해가 된다. 정말 놀라운 일이지 않은가?


해설의 마지막은 아주 자기 감상에 빠져서 현학적인 문장을 뽐내면서 어쩌고 저쩌고 떠드는데 포스트 계몽 시대 언급하는 시점에서 얘네는 아직도 선민의식에 빠져있나 싶었다. 진짜 감성이 이성을 잡아 먹었다. 선민의식이 객관을 부쉈다. 그런 해설의 마무리였다.


작가의 말이야 뭐 자기가 얼마나 마음고생을 했고 가족에게 책 선물할 수 있어서 기쁘고 뭐 그런 짧은 얘기와 약간의 다짐으로 끝난다. 작가의 말은 재밌지 않을까란 기대는 하지 않은 게 좋았으련만, 내가 어리석었다.


국내문학은 하여튼 자꾸 안 좋은 것만 읽는 것 같아서...... 언제가 될진 몰라도 이젠 좀 이름 확실히 날리고 유명한 사람들 것 좀 읽어야겠다. 안 좋은 거 읽고 안 좋다고 말하려니 내가 지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