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인들

 

 


바다가 보인다

바닷가에서

더 좋은 것을 원하지 않는다

마치 어린 시절이 그랬다는 듯이

삐뚤빼뚤삐뚤 동요가 흘러나오던 입술이 꼭 닫히고

 

가장 고요한 부분이 패인다

눈을 깜빡일 때

없어졌다가

같은 바다가 보인다

 

찬 겨울 눈썹이 사라지는 이야기는 무서웠지

불면 날아갈 것 같은데

눈썹 같은 건 없어도 되지 않겠니?

안 돼요

 

우리는 꼭 붙어 앉아서

더 좋은 것을 원하지 않는다

눈을 깜빡일 때

없어졌다가

영영 사라질까봐 눈을 못 뜨는 이야기는 슬펐지

헤어져서

우리는 왜 그런 이야기를 지어냈을까

흔들리지 않는

시멘트 벽에 기대어

 

 

 

 

김행숙, <<타인의 의미>>, 민음사, 2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