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가 바뀐다는 건 기존 시대의 종말을 의미함. 프랑스 혁명과 산업혁명이 그랬고, 러시아혁명이 그랬으며, 냉전이 그랬지. 그러면 코로나가 과연 현 사회의 흐름을 바꿀 수 있을까? 나는 현 시대의 가장 중요한 흐름을 세계화와 디지털화라고 생각함. 코로나는 전자를 막았지만, 후자는 더욱 강화했지. 그리고 코로나가 몇 년 정도 세계화를 막는다고 쳐도 세계화는 다시 계속될 거임. 이처럼 코로나로 인한 직접적인 변화는 사실상 전무하다고 생각함.

그렇지만 코로나가 시대를 바꿀 수 있는 경우가 있다고 봄. 내가 생각하기엔 대공황과 같은 경제 붕괴 상황으로 인한 보호무역의 부활이 코로나 시대의 유력한 시나리오임. 이 시나리오가 가능한 이유는 코로나 이전부터 이미 세계화에 대한 반발이 심하게 일어나고 있었단 거임. 브렉시트와 트럼프 당선이 그 시발점이고. 코로나가 이런 흐름의 기폭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거지. 만약 이 시나리오가 작동한다면, 앞으로 우리가 만나게 될 세상은 인종주의와 혐오가 가득한 세상일 거임. 그리고 이러한 움직임을 디지털화가 더욱 강화할 거고. 냉전 시기 스파이 소설과 포스트 아포칼립스 물이 넘쳐났듯이, 코로나 시대 문학은 아마 디지털로 확대 재생산되는 혐오와 갈등이 주요한 주제로 나오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