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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변화한 시대 속에서 그 자연스러움을 느끼고 있는 사람이, 엄청난 변화가 찾아오고 있다며 여러 통시적 사례들을 들고 과거와 대조하는 책을 읽으며 무슨 생각을 해야 할까. <렉서스와 올리브나무>는 분명 좋은 책이지만, 책을 다 읽은 뒤의 종합적인 감상은 첫 문장과 가깝다. 어떤 의미로는 자연과학의 고전 명서와 마찬가지인데, 이미 우리가 알고 있다 못해 피부 속으로 스며들어 완전히 체화된 사실들을 우리가 아무리 힘겹더라도 납득해야만 하는 진리인 양 이야기하고 있으니 재밌으면서도 좀 어색한 것이다.


<렉서스와 올리브나무>가 역설하는 점을 간단히 요약하면 이렇다: 세계화는 피할 수 없다, 왜냐면 이를 피하는 국가들은 피하지 않는 국가들에 비해 너무나 낙후되고 말 테니 말이다. 일반적 대중에게 읽히고자 쓴 글답게, 필자는 이 글에 특별한 사상이 없는 것 같은 태도로 데이터들과 사례들을 나열하고 ‘나는 다른 국가들이 이래야 한다는 당위성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그저 따르지 않으면 현실적으로 이렇게 될 뿐이다. 그리고 아무도 이 흐름을 통제할 수 없으니 선택과 이에 따른 고통은 온전히 그대들의 몫이다.’ 하는 태도를 견지한다. 민주주의와 자유주의를 옹호하고 설파하고자 하는 글로서 매우 효과적이고, 약간은 간사하게도 보일 법한 영리함이다.


한국은 실제로 <렉서스와 올리브나무>에서 세계화에 제대로 동참하고자 갖춰야 할 제도적 정비라고 말하는 것이 부족했고, 이로 인해 세계화의 물결 속에서 한 차례 얻어맞고 다시 부활할 수 있었다. 정경유착 제도에서 세계화에 걸맞는 “황금 자켓”에 조금 더 가까운 제도로 탈바꿈하는 것만이 답이었다는 뜻이다. 이 점에 대해서는 <나쁜 사마리아인들>이란 책이 한국의 당시 제도는 잘못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저 “황금 자켓”으로 이행하기 위한 일반적인 선행 단계였고 서방 국가들의 과거 제도 이행 역시 그랬다는 주장을 펼쳤던 걸로 기억한다. 이런 주장들은 경제학이 늘 그렇듯 엄밀한 자료와 계산이 근거가 되어야 할 테니 어느 쪽도 긍정할 생각은 없다. (문화적으로, 지정학적으로 변두리 국가와 같은 한국의 사례가 외국에서 꽤나 중요한 사례로 몇 번이고 언급된다는 게 흥미롭기는 하지만 말이다.)


아마 이 점이 <렉서스>가 요즘 들어 참 애매한 위치에 놓인 이유가 아닐까 싶기도 하다. 상당히 민감한 주장을 현실적 데이터를 앞세워 이념으로부터 독립적인 어조로 말한다는 태도지만, 그렇다고 하기엔 경제학계에서 보기엔 사례를 넘은 통계 자료가 부족하다. 통계 자료의 빈약함에 보다 덜 민감한 사회과학계에서 보기엔 저 태도가 외려 사상적 빈약함을 드러낸다고 봐 서투루 추천하기 힘드리라. (어쩌면, 요즘처럼 자유지상주의가 득세하는 시대에 이를 옹호한다고 생각해서 지양하는 것일지도 모르고.) 그렇다고 어느 쪽에도 속하지 않는 일반적인 대중이 읽기엔, 사실 이 책에서 이야기하는 충격적인 세계화의 사례들이 너무나 익숙해서 나름 재미는 있지만 그 이상으로 뭔가를 느낄 것이 없다. 그러니 참 애매할 수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