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이라 Top20으로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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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p 8부터는 간단한 감상도 같이


Top 8 : 존재의 세가지 거짓말
간만에 접한, 손에 땀을 쥐며 읽은 소설. 3부에 이르러 1, 2부의 사실들이 한 차례 해체되는 그 반전이 마음에 들었다. 강렬했음.

Top 7 : 만엔원년의 풋볼
초반이 오지게 지루했지만... 뒷부분에 그 지루함을 메울만큼의 재미가 있었음. 다자이, 미시마를 비롯해 한동안의 일문학이 전후의 퇴폐한 감성에 무한히 함몰되어 왔다면, 오에 겐자부로에서부터 냉철한 자기반성을 통한 새시작의 길이 열린 게 아닐까.

Top 6 : 백년의 고독
호세 부엔디아 일가족의 고독한 100년을 빠른 속도로 서술한 소설. 대하소설을 읽는 것 같아 나쁘지 않았고, 특히 대령의 이야기는 토지의 김환을 떠올리게 했음. 다만 너무 빠르게 흘러가서, 제대로 감정 이입하기가 힘들었음. 좀 김이 식어버림.

Top 5 : 여장남자 시코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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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시에 그다지 매력을 느껴본 적이 없었는데, 여장남자 시코쿠는 달랐음. 우리는 시를 읽으며 현실에선 느낄 수 없는 새로운 심상을 접하게 된다고 하던데, 황병승의 시가 그러했음. 특히 <키티는 외친다>가 참 좋았다.


Top4 : 열명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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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륭의 참맛을 알려준 단편들. 그리 어렵지 않은 선에서, 거칠고 화려한 재미를 느낄 수 있다. 단, 모든 단편이 다 재밌진 않음.

표제작 열명길이 제일 재밌고, 유리장은 여러모로 실험적인 단편이지만 지나치게 난해함.


Top 3 : 죽음의 한 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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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점이 확실한 만큼 단점도 확실한 작품. 다소 유치하고 작위적인 구석이 있음. 하지만 압도적인 관념으로 쓰였다는 사실엔 변함이 없고, 무엇보다 타국의 시체실에서 홀로 글쓰기에 매진하는 박상륭의 외로움이 정처 없이 떠도는 육조와 매칭되어 좋았음. 솔직히 울 뻔 했다. 난해소설이란 악명에 가려졌지만, 사실 죽한연은 정말 슬픈 작품이야...

Top 2 : 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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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다. 정말 재밌음. 그리고 어떤 부분은 또 오지게 슬프다. 흠 잡을 데가 없는 작품. 남들은 좀 저속하다고 평가하기도 하는데, 난 저속한 걸 좋아해서... 히히

인생, 허삼관도 좋은 작품이지만 가장 재밌는 건 형제임.


Top 1 : 산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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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읽은 유일한 대하소설. 단지 대하소설이 좋아서 1등 준건 아니고, 얘도 무척 재밌다. 바보 같으면서도 은근 영리한 이종문 볼 때마다 이번엔 또 어떤 기행을 벌일까 두근두근 했음. 감상 참조.


올해는 이병주, 위화, 박상륭. 이렇게 세 작가를 만난 것만으로도 행운이었음. 공교롭게도, 소설을 실록처럼 쓰는 이병주와 소설을 경전처럼 쓰는 박상륭의 대비가 꽤 흥미로운 지점인데...

결국 이병주와 박상륭은, 소설의 자유성을 극한으로 끌어올려, 각자의 영역에서 원대한 여정을 시도한 작가라 할 수 있음. 이병주는 대하 장편을 쓰며 너얿게, 박상륭은 묵직한 관념 소설을 쓰며 기잎게 파고든 사례라 볼 수 있을 듯. 그런 점에서 두 명에게 끌렸던 것 같다.

위화는... 그냥 재밌고 슬프게 잘 써... 사람 감정을 움직이는 데 천부적인 재능이 있는 거 같음. 맘껏 울고 싶으면 클라나드를 보거나, 위화의 소설을 읽으십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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